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8개월 만에 내한 솔로 콘서트… '퀼른 콘서트' 같은 기념비적 앨범 기대

"키스 자렛의 솔로 피아노 공연은 '낯익은 것'과 '낯선 것', '감성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 '절제하는 것'과 '발산하는 것'이 공존하는, 응축된 가치를 선보인다."(김현준, 재즈비평가) 어쩌면 키스 자렛의 연주는 재즈 팬들에겐 신성하기조차 한 무엇이다.

'살아 있는 재즈의 전설'로 곧잘 비유되곤 하지만 그는 관객이나 스탭에겐 불친절한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종종 객석의 작은 소음도 참지 못하는 까칠함을 드러내거나 연주에 심취할 때면 거친 허밍을 하고 발을 구르기도 하지만, 이제 이런 점들은 지극히 사소하거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은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이 정도의 흠은 그가 피아노에 손가락을 얹는 순간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언젠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파리에서 본 그의 연주를 회상하며, "키스 자렛의 연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눈물짓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지난해 재즈 트리오와 함께 처음으로 내한한 키스 자렛의 공연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 중 유료관객이 가장 많았다.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5분 만에 1, 2층 좌석이 모두 팔렸고, 다음날 전석이 매진됐다. 키스 자렛은 재즈 팬들에게 정녕 이런 존재다.

"한국 공연에서 함께한 청중이 최근 수년간의 공연 중 최고였다"며 만족감을 표했던 키스 자렛. 그가 솔로 콘서트로, 8개월여 만에 다시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동안 키스 자렛 솔로공연을 녹음했던 레코딩 엔지니어도 같이 방한할 계획이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쾰른 콘서트' (1975)와 같은 기념비적인 앨범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레 품어보게 한다.

독일 쾰른에서 열린 솔로 콘서트 실황 앨범인 '쾰른 콘서트'는 전 세계 재즈 팬들에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황홀경을 안겨주었던 걸작. 2010년 말, 그래미 위원회는 마침내 이 음반을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한 키스 자렛은 연주자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명성을 쌓아왔다. 20대 중반에 이미 여러 편의 문제작을 발표하며 재즈계 거장으로 떠오른 그는 1971년 이후 줄곧 ECM 레이블에서 60장에 가까운 앨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피아노 독주, 피아노 트리오, 색소폰 쿼텟 등의 재즈는 물론 클래식 작품 연주까지 방대한 디스코그래피를 형성하며 여전히 건재하고 중요한 재즈 연주자로 군림하고 있다.

키스 자렛의 솔로 콘서트는 오는 6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며 티켓 오픈은 4월 1일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