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대석]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회통합, 경제ㆍ외교적 가치 상당… 실질적 문화향유권 확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월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장관은 국회의원 일 때나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항상 '문화'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취임 후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소통의 문화정책을 추진하고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다. 또한 문화예술인과 문화소비자인 국민이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안전망을 구축하고, 문화를 매개로 한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기반을 조성해왔다.

정 장관은 3선 의원으로 의정 10년을 문화체육관관위에서만 활동한 "문화통"이다. 정 장관은 5월 4일 장관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화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문화 본연의 힘을 회복해 문화의 통합적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가 21세기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국격의 바로미터 되는 요즘, 정 장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비전과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취임 100일의 소회를 말한다면

"그동안 업무에 대해서는 한 상임위에 있다 보니 크게 낯선 것은 없는데 현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됐다. 국회의원일 때의 견제, 감시하던 위치에서 감시받고 견제받는 입장이 됐다. 국회에서는 문제 제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집행하고 무한책임을 져야 하므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많은 분들의 덕분으로 지금까지 잘 왔다고 생각한다"

취임 직후부터 '대국민 현장업무보고'라는 타이틀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를 직접 만나는 등 눈에 띄는 '현장 행보'를 펼쳐왔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또한 가장 많은 요구는 무엇인가

"예산 지원을 충분히 해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돈은 안주더라도 발목이라도 잡지 말라는 주문이 많다. 제도, 즉 각종 법률, 규칙,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다. 문화는 급격하게 상황이 변화고, 기술이 발전하는데 미처 법이 따라가지 못해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불만이 많다. 또 돈을 쓰는데 우선 순위가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취임 후 특히 강조하거나 역점을 둔 분야는

"문화가 본연의 힘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문화의 통합적 가치, 외교적 가치의 기능이 원만해진다. 소녀시대, 카라 등 한류스타가 무한대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스포츠의 김연아도 있다. 이것은 경제적 가치로도 연결된다. 교육적 가치는 청소년에게 중요하다. 또 문화의 복지적 가치, 행복의 가치도 있는데 문화가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정병국 장관 외규장각 의궤 도착 간담회
현재 우리 사회는 지역 갈등, 종교 갈등, 세대 갈등 등 다양한 갈등 요인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통합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는 압축적 성장을 하다보니 사회변화가 체계적이지 못해 여러 문제가 야기됐다.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많은 갈등 있어 왔고 그런 갈등들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데 문화예술의 힘이 있다고 본다. 그럴려면 문화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제자리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나라마다 종교, 이념, 인종이 달라도 문화 예술로 창작이 되면 찾고자 하는 가치가 같다. 그게 문화의 힘인데 그러한 문화예술의 힘이 복원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일 때나 장관으로서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성장동력이 뭐냐고 물으면 항상 '문화'라고 답해왔다. 장관이 생각하는 문화는 어떤 것이며, 문화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문화는 인간의 생활양식인데 생활양식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미술ㆍ음악ㆍ연극ㆍ영화 등 여러 장르의 특성을 가진 문화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산업화 이후 국민 간에 의식주의 질적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문화를 향유하느냐 못하느냐는 엄청난 질적 차이를 가져온다. 거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문화 향유 여부는 선진국과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국격도 판가름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부(富)와 함께 그에 상응한 문화 예술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 경제, 산업과도 관련 있는데 우리나라가 고임금 사회가 되면서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것이다. 제조업 분야는 실업 해소에 한계가 있다. 문화컨텐츠 산업은 고용창출이 제조업의 2배에 이르고,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나라 문화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 아울러 문화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말한다면

지난 3월 30일 정병국 장관 저작권 지킴이 합동 발대식 참석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산업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국가에서도 문화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에 쏟는 예산은 제조업 중심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각종 규제가 빨리 개선되고 기술 변화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야 문화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열심히 만든 컨텐츠 산업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지켜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적소유권이 지켜지지 않아 1년에 손실되는 액수가 2조2천억원에 이른다. 불법 다운로드가 약 42%가 되는데 이런 현실에서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내도 그 재산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정부에서 제도적 개선, 예산 지원, 그리고 지적소유권을 지켜주는 것이 선행되야 글로벌 경쟁력 갖출 수 있다"

각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우월한 분야와 미래 동력산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일단 문화 장르가 고르게 발전했는데 이것은 역사와 전통 속에서 축적된 우리 문화가 기틀이 됐고, 이를 통해 기질이 발현 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 속에 우리 국민의 다이내믹한 기질이 IT와 연결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이 세계 2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드라마, 케이 팝도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한류 확산을 위한 대책과 제도 개선책은

"한류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되고, 한류 종사자들이 마음껏 일 할 수 있게 규제를 개선 하는 등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또 정부지원과 함께 지적소유권을 보호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소통도 중시해야 한다. 남의 문화도 존중해 우리 것만 밖으로 갖고 가는 게 아니라 외국의 것도 받아들여 교류하는 장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과거 초기에 한류가 혐한류로 변한 데는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관련,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계획, 문화안전망에 대해 말한다면

"문화향유권은 공급자와 수요자 측면을 모두 생각할 수 있는데, 먼저 공급자 측면에서 예술인들에게 기본적인 4대 보험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을 문제로 들어 2년 전 직접'예술인복지법'을 만들어 그런 부분을 반영토록 했다. 고 최고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정치권에서 합의 이뤄져 조만간 법이 통과되면 예술인들을 위한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된다고 본다.

다음은 수요자인 국민들의 문화적 향유 여건을 어떻게 만드냐 하는 것인데 우선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분들,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문화바우처 예산을 작년 48억원에서 올해 345억원으로 크게 늘려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렸다.

또 보편적 사람이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를 지방으로 확산하고, 예술단체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가령 지자체 문화공간 활용율이 25%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중앙 예술단체를 지자체의 전속단체로 하고 정부가 지원하면 수준 높은 공연을 지방에서 할 수 있고, 우수 예술단체를 선발해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질 높은 문화를 고르게 향유할 수 있다.

또 중앙에서 하는 공연을 지방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국립극단에서 하는 공연 중 3회 정도는 지방에 할애해 차편으로 올라오면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당면 현안인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과 유치를 위한 계획을 말한다면

"전망은 비관도 낙관도 안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111명의 IOC 위원들이 7월 6일 더반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만큼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준비 과정을 잘해 왔다고 말하겠다"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한 입장과 미술계, 미술시장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는 과세형평성 원칙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보다 풀어서 더 국가에 이득이 된다면 푸는 게 낫다고 본다. 미술시장 활성화와 우리 국민이 문화 향유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모든 미술품에 대해 텍스프리(Tax free) 했으면 좋겠다. 지금 단계에서 양도소득세 를 폐지하지 못하고 2년 유예를 했는데 2년으론 부족하고 4~5년 정도 유예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미술품 거래가 갤러리를 통해서 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4~5년 전부터 옥션이라든가 아트페어를 통해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리에 거래되고 있다. 그렇게 오픈된 경매 30%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나머지 70%는 세금 확보가 어렵다. 지금 세금을 부과하면 더 지하로 숨게 되고 양성화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한 4~5년 지나면 미술품의 70% 가량이 오픈된 시장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는데 그때 세금을 부과해도 늦지 않다. 양도소득세 법대로 하면 많게는 70억원, 적게는 28억원의 세수가 생기는데 텍스 프리를 통해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 훨씬 많은 세수가 생긴다. 또 전 세계 화상들이 국내 에 들어와 아트페어 시장에 컬렉터가 몰려들고, 이들 높은 수준의 사람들은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미술시장이 활성화돠면 수장고 창고업뿐만 아니라 금융업도 활성화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양적 팽창 못지않게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지난해 890만 관광객이 들어왔고 올해 목표가 1000만 명인데 취임 후 강조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 비자 발급이 간소화돼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았는데 미처 숙소, 식당, 가이드 등이 준비되지 않아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고가 이후 관광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관광의 질도 개선하면서 양도 늘려야 한다. 질적 개선을 위해 식당을 개선하고 관광형 호텔을 짓고 있으며, 질 높은 가이드를 위해 가이드 제도를 바꾸고 있다. 관광상품 덤핑도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홍콩의 식신'이라 불리는 미식가 추아람 선생에게 중국인이 좋아할 수 있는 식단을 짜게 하고 중국의 TV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회의원 10년 의정활동을 대부분 문화체육관광위에서 해오셨는데 가장 보람있는 일을 꼽는다면

"앞서 언급한 '예술인복지법'을 비롯해 독서진흥법을 만들어 병사들이 체력훈련뿐만 아니라 정신훈련을 할 수 있게 대대급 이상에 병영 도서관을 설치하고 병사들의 독서총량제를 만든 게 기억에 남는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이 신축될 때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특위를 구성해 건축 기한을 2년 연장하고 예산을 50% 증액해 세계적 박물관을 만든 결과 지난해 3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 아시아 최우수박물관이 된 것도 보람있는 일로 생각한다"

어떤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문화가 통합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문화 본연의 힘과 위상을 되찾는 데 전력할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문화의 사회통합 가치, 외교적 가치, 경제적 가치, 복지 가치 등 문화의 기능과 역할이 국민의 문화복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한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