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출간침샘암, 손발톱 빠지는 고통 이겨내며 새롭게 문학하는 수제품

1995년, 흔히 만주라 불리는 중국 동북3성 답사를 떠나면서 바로 앞서 다녀간 최인호 작가의 '왕도의 비밀'을 숙독한 적이 있다. 전작인 '잃어버린 왕국'과 더불어 최인호에게서 발견한 특별한 매력은 '용기'이다. 기존작들과 궤를 달리해 시간을, 시대를 가로질러 발로 꾹꾹 눌러 쓴 '도전' 말이다.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최인호가 돌아왔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여백 펴냄)라는 책을 들고. 우선 그의 귀환이 반갑고, 무엇보다 신작에 작심한 듯 펼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의 '용기'를 본 게 얼마 만인가?

30년 이상 세월이 이끄는 순리와 역사소설과 종교소설로의 장거리 주행을 끝내고 단거리 주법을 되찾은 용기. 40년 전 '타인의 방'을 통해 현대 도시의 폐부를 짚으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린 '청년' 작가의 그 신선함이다. 이것은 침샘암에 시달리고 손톱과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이겨내며 건져 올린 것이기에 울림이 더 크다.

'타인의 방'에서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보여준 '그'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 K로 환생돼 더 지독한 '타자'로 추락한다.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K는 일상과의 관계, 주변의 모든 것들,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낯설게 느껴지는 악몽에 사로잡힌다.

'낯선' 것이 '낯익은' 현실은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역설적으로 그런 우리의, 지금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최인호가 '독자를 의식해서 쓴 작품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독자를 위해 쓴 수제품'이기에 더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방'에선 미약한 신에 대한 사유, 죄와 윤리에 대한 집요한 물음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작가의 현재적 삶에서 우러난 지혜, 또는 배려로 비쳐진다.

책을 내고 최인호는 여행을 떠났다. 출판사측은 "피정(避靜)을 가셨는데 행방이 일정치 않다"고 말한다. 그는 고백한다.

"이 작품은 남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며 나중에는 단 하나의 독자인 나마저도 사라져버리는 본지풍광(本地風光)과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창세기를 향해 당당하고 씩씩하게 나아가겠노라고."

그가 오랜 글쓰기의 여정에서 담아낸 신작,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의 길을 알기에 건강한, 청년 최인호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천호선씨, 이탈리아 문화훈장 수훈

문화교육기관인 컬쳐리더인스티튜트의 천호선 원장이 2일 한-이탈리아 문화 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천호선 원장(왼쪽)
천 원장은 35년간 공직에서 문화정책전문가로 활동하고 인사동 쌈지길 대표, 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2007), 한국벤처공예대학 학장(2009) 등을 역임하며 이탈리아 문화예술과 아티스트의 교류와 협력에 이바지했다.

2007년 갤러리 쌈지에서 이탈리아 사진작가 피에르파올로 페라리의 전시를 한국에 처음 개최하였고, 2005년 제 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때 광주시청 앞에 이탈리아의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대형 디자인 오브제 '기원'을 설치하면서 교류를 이어왔다.

더불어 컬쳐리더인스티튜트의 '아츠 앰배서더 아카데미'에서 이탈리아 관광청과 협력해 각계 각층의 리더들에게 이탈리아 문화예술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