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겸 시인 김재균 국회의원네 번째 개인전 '미완의 세계'… 운주사ㆍ남도 사계 그린 60여 점 선보여

6월 16~24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김재균전-미완의 세계'는 여러모로 관심을 끈다.

현역 국회의원이 서양화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드문 전시인데다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김재균 의원(민주당, 광주 북을)은 현재 298명 국회의원 중 유일한 화가이자 시인이다. 그것도 단순한 취미가 아닌 권위 있는 미술대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이 있는, 또한 문학지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프로다.

김 의원의 화업은 30여 년에 이른다. 1980년대 역사의 무게에 고뇌하던 그는 광주의 미술관을 찾고 작가를 만나면서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몰두하고 여러차례 상을 탄 것까지 감안하면 미술과의 인연은 꽤 길다.

김 의원은 광주의 화가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오건탁 화가(전 광주시립미술관장)에게 데생 등 기초부터 그림을 배우고, 임직순 화가 등의 영향도 받았다.

이후 김 의원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5회에 걸쳐 입선과 특선을 하고, 한국 구상미술을 대표하는 단체인 '목우회'의 공모전에 3회 연속 특선을 하면서 정회원이 됐다.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운영위원, 광주사생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광주화단의 중추인 '전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완의 세계'
시인의 연륜도 깊다. 김 의원은 1998년 계간 '시대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등단해 '달빛 아래 찔레꽃'(2001년), '장수풍뎅이를 만나다'(2009년) 등의 시집을 내고 광주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있다.

이번 전은 김 의원이 2003년 세종문화회관,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운주사 초대전(2회, 2004년), 광주 북구청 자미갤러리 초대전(3회, 2007년)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

모두 60여 점의 작품은 크게 운주사(雲住寺)를 담은 시리즈와 남도의 사계 풍경을 그린 시리즈의 두 가지 테마로 나눌 수 있다.

전남 화순 운주사의 불상과 석탑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은 작가가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과 미완성인 인간 자체에 대한 고뇌와 탐구를 천불천탑이 이루지 못한 미완의 염원을 빌어 작품 속에 표현하고 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는 오랜 시간으로 인해 무질서하게 흐트러진 천불천탑이 작가를 통해 재구성되어 새로운 시간성과 공간성을 가지고 현재 그가 풀어가고자 하는 미완의 숙제들을 염원한다.

'무등의 소나무'
"운주사는 언제 누가 지었는지 아직도 불분명한, 천불천탑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절입니다. 운주사에서 느낀 감동을 표현해 보려고 30여 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현실정치에 참여해 보았지만 언제나 미완의 세계로 남았습니다. 나의 그림은 완성을 향해가는 미완의 여정인 셈이죠."

남도의 풍경 시리즈는 사계를 표현하기 위해 오랜 관찰과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미완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 특유의 심미로 단순하게 형상화되었다. 남도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있어 기교나 꾸밈이 없고 간결하고 투박한 멋을 보인다.

김 의원은 "그렸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다시 그리고, 또다시 덧칠하고 덧칠하는 창작 과정은 우리의 삶과 한국 정치의 완성을 향해가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한다.'정치'라는 말에 문득 그의 현재 신분이 도드라진다.

화가, 시인보다 더 분명히 그는 정치인이다. 전남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치학 박사를 받은,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출범하면서 광주광역시 초대•2대 지방의회 의원을 지냈고, 민선 2기와 3기 광주 북구청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 18대 국회의원이 된 그다.

김 의원에게 의정활동과 예술 창작의 상관관계를 물으니 '성찰'과 '감동'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시의원, 구청장, 국회의원을 하면서 틈틈이 화폭을 보면 나 자신을 성찰하고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번잡스런 정치 환경에 생명감을 불어넣고, 정화시키고 싶죠."

김 의원은 예술과 정치는 끊임없이 국민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라고 말한다.

"예술은 감동이 첫째입니다. 고통스러운 창작과정에서 피어나는 예술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과 비교되지요. 정치라는 것도 국민들 속에서 국민을 의지해 피는 연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는 정치는 그 생명을 다한 것이죠."

어쩌면 김 의원이 구청장 시절 전국 최초로 구청 1층에 갤러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실시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전국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게 한 것은 그의 예술•정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의원의 그림과 시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림과 시에 자주 등장하는 '무등(산)'으로 상징되는 것들이다. 즉 광주 역사에 대한 책임감, 시대정신, 정도(正道) 등등이다.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지상의/모든 미물들을 하늘처럼 받들어 모시는/신년 정월의 무등산 산신제"('무등산 산신제'). 호남의 선비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간결하고 투박한 작품 등이 그러하다.

이번 전시에서도 볼 수 있듯 김 의원의 작품들은 한국성이 농축된 부조(淨彫) 질감의 회화기법이 뛰어나다. 그는 현장에서 열심히 데생과 스케치 등 충실한 사실묘사에 기반해 거짓이나 과장을 모르는 정직한 사실화만을 집요하게 천착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의원이 초선임에도 의정활동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선정 2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과 2년 연속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선정한 약속대상을 수상한 것은 화업의 철학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향후 문화예술인의 삶을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창작활동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의정활동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한다. 정치든, 예술이든 그의 '미완의 여정'이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