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임신 중 5번째 음반 녹음, 그렉 오스비와 협업… 배장은의 음악 추구

국내 재즈 신에서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은 보컬로 여겨져 왔다. 물론 이런 편견이 깨진 지는 오래되었지만 작곡과 연주를 동시에 해내는 여성 뮤지션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그들에 대한 평단의 관심과 평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37)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지난 14일, 비 갠 오후에 만난 그녀는 자신을 "여전히 성장하는 뮤지션"이라고 했다. 바로 그날, 그녀의 다섯 번째 음반이 발매되었음에도 그녀가 관성이 아닌 성실함과 열정으로 재즈를 해오고 있음은 음악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재즈의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황덕호 재즈평론가)이라는 평은 배장은의 음악적 감수성과 활동 반경까지도 넌지시 아우른다. 1997년 미국 유학 길에 올라 학업과 연주활동을 해온 그녀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2006년 데뷔앨범을 발표하자 국내 재즈 신은 실력파 재즈 뮤지션의 등장에 환호했고, 곧 한국대중음악상 재즈 & 크로스오버 싱글 부문 수상으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그녀의 해외 활동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블루노트 레이블의 간판 뮤지션이던 그렉 오스비(색소폰)를 만나면서다. 2009년에는 그렉 오스비가 설립한 재즈 레이블 이너서클의 소속 뮤지션이 되었고 2010년 그녀의 앨범 'Go'가 미국의 데뷔 앨범이 되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 그렉 오스비와 함께
"제겐 멘토 같은 분이죠. 2006년 캐나다 뱀프에서 함께 연주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지만 음악적인 것뿐 아니라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자세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조언해주세요."

지난 6월 29일과 30일, 캐나다 토론토 재즈 페스티벌에서 그녀는 4집 음반 'JB4'를 녹음한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그렉 오스비도 함께였다. 이날 공연이 성황리에 이루어졌고, 주최 측은 앞으로도 그녀를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인연인 그렉 오스비와는 듀오 앨범도 계획 중이다.

인터뷰 당일 발매된 5집 앨범 'Is this all the love you have?'는 기타리스트 오정수와 함께 한 듀오 음반이다. 1년 전에 작업한 것으로, 녹음 당시 그녀의 몸은 만삭이었다.

"거의 모든 재즈 앨범이 그렇듯, 저 역시 단 하루 만에 음반을 녹음해요. 그날 많은 것이 들어 있죠. 저의 컨디션, 음악에 대한 철학, 그날 연주자들과의 호흡까지요. 그날의 집중도에 따라 앨범의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오정수씨와의 듀오 앨범은 임신한 지 9개월쯤 되었을 때 녹음한 거라 이틀에 걸쳐 이뤄졌어요. 뱃속 아기와 함께여서 더 특별했죠."

일상이 영감의 원천이라는 그녀는 이 앨범에 가정을 가진 후 생긴 변화와 아기에 대한 마음을 담아냈다. 기타리스트 오정수 역시 두 아이의 아빠로 이들의 마음은 아기로 통했다. 두 연주자가 아기를 테마로 담아낸 세 곡의 즉흥 연주(When you sleep, dual personality, you are not mine)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배장은의 4집 앨범 'JB4'
"제 곡 중 'snowfly'는 임신했을 때 아기를 위해 쓴 곡이에요. 눈꽃처럼 날개를 단 듯 세상을 누볐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고, 'When it comes to happiness'도 보통의 제 곡보다는 좀 더 밝고 팝적인 느낌을 담았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평균적으로 매년 한 장씩의 앨범을 발표해오고 있다. 그 순간의 음악을 남기는 것 역시 예술활동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다섯 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그녀 음악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진보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점점 나아지지 않는다면 음반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미래 지향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안엔 여전히 재즈를 향한 사랑과 열정, 아이디어가 솟구쳐 오르거든요. 요즘은 제가 공들인 만큼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도 생기네요."

그동안 앨범에서 재즈적 감성으로 해석한 한국 동요('엄마야 누나야', '고향의 봄', '두꺼비' 등)와 클래식 음악도 담아왔다. '정말 멋있는 음악 재즈를 공유하고 싶다'는 그녀는 자신의 음악이 언제 누구를 만나고 함께 연주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며, 변화에 있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을 대할 때 변하지 않는 자세는 분명히 필요하다. 바로 아티스트로서의 책임감이다. "제가 키스 자렛이나 브래드 멜다우는 될 수 없죠. 누구를 닮았다는 건 칭찬은 아닌 거 같아요. '배장은의 음악'이라는 말에 깊이와 책임감을 진중하게 느끼고 음악을 할 필요를 느낍니다."

5집 앨범 'Is this all the love have?'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공연이 여름에도, 가을에도 이어진다. 7월 22일 구로아트밸리 에술극장에서 배장은 트리오가, 8월 12일 대구재즈페스티벌에서 모히또리코 (Mojito Rico)의 멤버로 무대에 선다.

이후 10월 2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10월 11일 LG아트센터에서의 공연도 잡혀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이외 공연 일정은 그녀의 트위터 @jbfunkyjazz에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