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그림 에세이 , 펴내

올해 1월 <백석 평전>(미다스북스)을 펴내 화가로서의 역량 못지 않은 글솜씨를 보인 몽우 조셉킴(본명 김영진‧ 35)이 최근 신간을 잇따라 출간했다. 자전적 그림 에세이 <바보 화가>(동아일보)와, 이중섭 평전이라 할 수 있는 <이중섭을 훔치다>(미다스북스)이다.

몽우 조셉킴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일각에선 천재화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몽우는 1999년 겨울, 뉴욕에서 열린 전시에서 미국의 유명한 아트 포스터 제작자가 이중섭, 박수근, 중광 등의 작품을 제치고 그의 작품 500여 점을 모두 매입해 화제가 됐다.

당시 뉴욕에서는 "한국의 조셉킴이란 작가는 마르크 샤갈의 꿈과 호안미로의 시상, 피카소의 낭만을 한국정서로 꽃 피운 화가다"라는 평가가 따랐다.

몽우는 음악, 전각, 그림 등 다방면에 예술성을 지닌 부친의 영향으로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웠다. 어릴 적 암과 백혈병 등 건강 문제로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화가의 꿈을 키웠으며, 10대부터 인사동 거리에서 그림과 전각을 하였다. 그때 외국인 컬렉터를 위해 '조셉킴'이란 서명을 사용했고, 스스로 '꿈을 주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몽우(夢友)'라는 이름을 즐겨 사용했다.

몽우는 그림에 열중하면 며칠간 먹지도, 자지도 않고, 밥을 먹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밥과 반찬으로 그림을 그린다. 괴짜 같은 행동과 빈 학력으로 세상의 담이 높지만 몽우의 예술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그의 천재성이 언젠가 만개할 것으로 기대한다.

<바보 화가>는 몽우의 기행적인 삶 이면의 진실된 모습과 화가로서의 그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한다. 책은 몽우의 성장 과정과 미술과의 인연, 그가 만난 사람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통해 몽우의 인간미, 예술성과 함께 세상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지독한 가난과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몸의 통증들, 그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역적이 그를 쏙 닮은 삽화들과 투박하지만 진솔한 글에 담겨 마치 동화 같은 느낌마저 준다.

무겁고 암울한 현실을 긍정적인 마음과 겸손함, 유머로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요즘처럼 팍팍한 삶과 힘겨운 상황에 쉽게 좌절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격려를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을 훔치다>는 몽우가 이중섭에게 보내는 헌시로 이중섭의 모든 것을 사랑한 그가 어릴 적부터 이중섭을 따라하고 흠모하여 그를 닮고 싶어하는 이중섭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몽우는 5살 때 아버지가 사온 <대향이중섭화집>을 보자마자 이중섭 그림에 빠져들었고 이중섭의 그림을 훔치고 싶었다고 한다.

"이중섭의 그림은 내 정신을 온통 빼앗아 가버릴 정도로 한 때 내 삶을 마비시켰다. 나는 스스로를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의 치열한 정신을 흠모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상태에 잇으면서도 극한의 예술적 열정으로 걸작을 만들어낸 그를 존경했다."(본문 21쪽)

"세상의 전부처럼 사랑하던 아내와 아이들이 떨어져 지독히도 외로웠던 이 남자는, 처량하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존엄성을 가진 사람이자 사내로서의 감정!"(본문 72쪽)

철학자 박이문 선생은 "몽우의 예술적 세계는 동화와 같이 순수하고, 벽촌과 같이 소박하면서도 함성과 같이 폭발적이고 절규와 같아 처절하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을 보이는 이중섭의 '흰 소'와 '황소'의 원초적 '붉은색'의 생명력을 분출한다"고 했다.

책은 섬세하고도 순수한 영혼이 느껴지는 저자가 자신의 삶과 연계해 이중섭을 바라본 평전이자 에세이로 이중섭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