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法輪) 스님은 독일에 있다. 9월 미주 순회강연에 이어 미리 정한 일정에 따라 독일에서도 해외 강연을 했다. 지난 7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강연을 시작한 뒤 8일에는 뮌헨, 9일 베를린, 10일 함부르크, 11일 뒤셀도르프까지 날마다 도시를 옮겨가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전국 100회 연속 강연 '즉문즉설(卽問卽說), 희망 세상 만들기'의 연장선상에서 '무엇이든 물어라'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참석자들의 질문은 국내에서와 비슷했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어린 자식과 살아가야 하는 교민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20대 청년이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유익하고 보람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등 일상의 고민부터 한국의 사회 현상을 묻는 것까지 다양했다.

법륜 스님은 독일로 떠나기 전인 지난 6일 서울 강남 구민회관과 강동 구민회관에서 열린 마지막 강연을 끝낸 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야기들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화와 신당 창당 문제에 대해선 "기성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환골탈태하는 변화를 하지 못하면 제3의 세력이 나올 수 밖에 없고, 내가 나가서 해보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 생각도 없고, 신당을 만들 생각도 없다고 못 박았다.

불가의 수행자가 왜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됐을까.

법륜 스님은 안철수 원장과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중심으로 진행하던 '청춘 콘서트'에 서울대 조국 교수, 방송인 김제동, 영화배우 김여진 등과 함께 참여하면서 대중들로부터 주목 받기 시작했다. 법륜 스님은 주로 불자들에게 강연하던 '즉문즉설'을 젊은이로 대상을 바꿔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안 원장과 비슷함을 알게 됐고, 안 원장의 행보에 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청춘 콘서트'뿐 아니라 '희망 세상 만들기'에서도 현실 문제에 대한 소신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법륜 스님이 지난 6일 서울 강동구민회관에서 무대 위까지 가득 메운 참석자들에 둘러싸여 '즉문즉설 희망 세상 만들기' 마지막 강연을 하고 있다.
결국 세간에선 법륜 스님이 '안철수의 멘토'라는 이야기가 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안 원장의 행보와 맞물려 법륜 스님의 말과 행동은 일파만파, 세상 속 화제가 돼 확대 재생산됐다.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희망 세상 만들기' 강연 때는 '새 정치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길게 답했다. 우리 정치의 과제는 '남북 통일과 양극화 해소'라고 전제한 뒤 "현재 상황이 고착화 되면 남한은 미국, 북한은 중국으로 쏠린 확률이 높다"며 "통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적 역할을 한다면 우리가 분쟁의 중심이 아닌 세력 균형의 중심이 돼서 평화의 구심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새로운 지도자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를 완화시키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다음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정치 구조와 관점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국민과 젊은이들의 요구를 정치권이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륜 스님은 차기 지도자의 자격을 검증하려면 먼저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끌고 가려 하는지 따져야 하고, 과거의 경력과 언행 뿐 아니라 어떤 집단에 속해 있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역량이 있는지도 꼼꼼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륜 스님은 1988년 개원한 정토 포교원과 정토회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즉문즉설' 법회를 열어 오늘에 맞게 법문을 해석하고, 어려운 교리나 불교 용어 대신 쉽고 편한 일상의 언어로 설명해주고 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 괴로움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면 부처님의 법문을 근거로 실천적 방법을 가르치고,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고 있다.

2005년 KTX의 천성산 통과 공사 문제로 99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지율스님을 만나기 위해 정토회관을 찾은 고 김수환추기경과 법륜스님.
그리고 2004년 10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목표로 평화재단을 만든 뒤 '북한동포 돕기 운동' 등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단식도 불사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법륜 스님은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이 죽어가는 비참한 현실과 그보다 더 냉정한 분단의 장벽을 녹이는 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인 지원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어떻게 하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시대를 맞이 할 수 있는지, 갈등과 대립을 넘어 상생과 조화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화두'로 활동하다 보니 '친북 좌파 스님'으로 내몰리기도 하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종교인'이란 비난에서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경북 울주군 두서면에서 태어나 경주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생이던 1969년 학교 근처의 분황사에서 지내면서 도문 스님의 가르침으로 불교에 입문해 '법륜'이란 법명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속명인 '최석호 법사'로 지냈다. 그리고 1991년 서울 대성사에서 스승인 도문 스님으로부터 비구계, 보살계, 전법계와 '지광(智光)'이란 법호를 받고 본격적으로 승려 생활을 했다.

줄곧 기아, 질병, 문맹 퇴치 운동을 펼치면서 통일과 생태 환경 운동을 실천하는 수행자로서 인정 받아 2000년 만해상 포교상, 2002년 평화와 이해 부문 막사이사이상, 2006년 DMZ 평화 남북교류협력상 등을 수상했다.

법륜 스님의 설법은 대부분 '서로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생각이나 의견, 주장이 서로 다르지만 갈등이 아닌 조화로 풀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집착에서 벗어나 어리석음을 깨달으면 화단의 꽃이 서로 다름에도 아름답게 어우러지듯이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인종, 민족, 종교, 성별, 문화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희망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임을 일깨워주려 한다. 정치인 뿐 아니라 모든 중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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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에서 박경철, 법륜, 안철수(왼쪽부터)

이창호기자 ch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