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 이교욱(49) PD와 여균동(54) 영화감독이 4ㆍ11 총선 여야 공천 1차 관문을 통과해 눈길을 끈다.

KBS PD 출신인 방송ㆍ문화 전문가 이교욱 브로드스톰 대표는 새누리당 경북 영주 공천 심사에서 1차 경쟁을 통과한 걸로 알려졌고, 여균동 감독은 24일 발표된 민주통합당 제2차 공천 심사 결과 경기 안양 동안을 경선 후보자 3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발됐다.

방송ㆍ문화계에서 기자ㆍ아나운서ㆍ배우 출신 국회의원이 배출된 적은 있지만 드라마 PD와 영화감독이 국회에 입성한 예를 찾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교욱 대표와 여균동 감독은 각각 방송계와 영화계에서 개혁적인 인물로 손꼽혔던 터라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국민과 중앙당의 관심도 끌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에 도전장

이교욱 대표와 여균동 감독은 정치 신인으로서 새누리당 현역 국회의원에게 도전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대표는 한류 드라마를 제작하는 드라마 제작회사 브로드스톰의 경영인.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한류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중국과 한국에서 교수로서 강의하는 등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갖춘 방송ㆍ문화ㆍ언론 전문가다. 이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경북 영주는 새누리당의 텃밭. 이 곳에서 검사 출신 장윤석(62) 새누리당 의원이 17대와 18대 총선에서 연속 당선됐다. 그러나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공천 잡음 끝에 무소속 시장과 야당 도의원을 배출할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여 감독은 평촌 신도시를 품에 안은 안양 동안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에선 대표적인 여당 텃밭으로 손꼽히는 동안을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에게 16~18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선물한 곳. 여 감독과 조세정책전문가 이정국씨, 언론인 출신 정진욱씨는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자로 압축됐다. 지난달 20일 위암 수술을 받았던 여 감독은 병실에서 “선거 운동 초반에 발견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며 트위터에 “암환자 100만 시대,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개혁 성향ㆍ전략 공천?

서울대 철학과 77학번인 여균동 감독은 19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살이한 경험이 있다. 서울대를 중퇴한 여 감독은 1994년 영화 <세상 밖으로>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과는 <세상 밖으로>에서 주연배우와 감독으로서 인연을 맺었다.

서울대 신문학과 84학번인 이교욱 대표는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고향 영주에서 공정선거감시단을 만들어 단장으로 활동했다. KBS에서 일하던 1999년에는 KBS PD를 대표해 방송통합법 제정 반대에 앞장섰다. 의리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진흥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청률 50%에 육박했던 국민드라마 <용의 눈물>과 <깡패아빠>, <북경내사랑>, <울엄마> 등을 연출하면서 제25회 한국방송대상 대상, 국무총리상, 보건복지부장관상 등을 거머쥐었다. 여 감독은 1994년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 출연해 청룡영화제 신인연기자상을 받은 뒤 이듬해인 1995년엔 <세상 밖으로>를 연출해 대종상영화제 신임감독상을 받았다.

이 대표가 총선에 뛰어들자 한국독립PD협회ㆍ독립제작사협회ㆍ한국방송연기자협회ㆍ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이 지지를 선언했다. 출마 결심이 늦었지만 방송계에선 개혁적인 성향을 갖춘 전문가로서 개혁ㆍ전략 공천을 노려볼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에 발을 내딛은 이유

여 감독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자 영화 제작 포기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문성근 최고위원과 노무현 추모공연을 다니며 정치 현실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명령’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여 감독은 지난해 연말부터 안양 동안을 출마를 준비해왔다.

여 감독이 출마를 결심할 때쯤 이교욱 대표는 일본과 중국을 오갔다. 한중일 삼국에서 드라마를 기획ㆍ제작하고 방송통신위와 한국컨텐츠진흥원에서 자문위원과 정책위원으로 일하던 이 대표는 안철수 교수가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현상과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법조인과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각 분야 전문가가 국민을 위해 봉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는 이 대표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영주를 믿고 맡길 인물이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고향 선후배의 권유로 출마를 결정했다. 남들은 예비후보로서 명함을 돌리고 유세를 하는데, 이 대표는 손수 정책과 공약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바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돈과 조직보다 정책ㆍ인물 선거

선거에 늦게 뛰어든 터라 이교욱 대표와 여균동 감독은 여론조사를 앞두고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단시간에 지지자를 모아주겠다고 접근하는 분들이 계신다”면서 “지역에 산적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금배지를 출세보다 봉사로 여겨야 한다”면서 “공천 심사에선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하고, 공천을 받게 되면 주민에게 공약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여 감독은 “대한민국에 변혁의 쓰나미를 몰고오겠다”고 다짐했다. 공천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선 “국민참여경선이 실시되면 기존 공천 우대 관행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고 장담했다. 막연한 전화 여론조사가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인물ㆍ정책 선거를 통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경쟁이라도 하듯 공천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개혁 성향인 이교욱, 여균동 감독이 전략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에 방송ㆍ문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