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속을 노니는 기분이죠”

2012년도 미스코리아 당선자. 왼쪽부터 미 김유진 미 김태현 선 이정빈 진 김유미 선 김사라 미 김나연 미 김영주. 주간한국 자료사진
미스코리아는 가끔 아름다운 백조에 비유되기도 한다. 후보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한 자태가 수면 위를 노니는 백조를 닮은 때문이다. 또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탈락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물갈퀴를 젓는, 숨은 노력도 닮았다.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본선 무대 위에서 자신의 미를 뽐내기 위해 그동안 숱한 눈물을 훔쳤다. 19박 20일 동안 군대생활을 연상케 하는 고된 합숙이 대표적이다.합숙기간 빼곡히 짜인 일정은 군 전역자도 혀를 내두를 정도. 마지막 순간에 미스코리아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후보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6일 2012년 미스코리아 진선미 7명이 선발됐다. 축제가 끝난 지 4일 후인 지난 10일 미스코리아 영광을 얻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다판'을 벌였다. 이들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듯, 어려웠던 뒷얘기들을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아직은 이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요"

주간한국(이하 한국)=먼저 미스코리아에 뽑힌 걸 축하드린다. 기분이 어떤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12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진 김유미(이하 진)=아직 크게 달라진 점은 모르겠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축하메시지를 받을 때는 실감이 난다.

선 이정빈(이하 정빈)=기쁜 마음이 앞서긴 하지만 한편으론 '미스코리아 선'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선 김사라(이하 사라)=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시는데. 꼭 남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매일매일 꿈꾸는 기분. 아직은 이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미 김유진(이하 유진)=첫 이틀 동안은 마냥 기뻤다. 지금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미 김태현(이하 태현)=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검게 그을린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고, 멀리 보이는 부모님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기쁜 마음이 폭포처럼 밀려왔다. 아직도 당시 기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2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 54명이 운암정 다례관에서 전통 다도를 체험하기도 했다.
미 김나연(이하 나연)=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미스코리아 당선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기대되고 설렌다.

미 김영주(이하 영주)=조금씩 주변에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늘고, 축하 인사도 많이 해주시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정말 기쁘다는 말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푹 자고 싶어요"

한국=합숙 기간 동안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진=잠이 부족했던 점이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인데 군무연습과 워킹연습을 하느라 피곤한 상태에 잠까지 부족했다.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까 쓰러지듯 잠들었다. 하루 종일 잠만 잔 것 같다.

지난달 22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의 하얀 설원처럼 펼쳐진 구절초 군락지에서 사진촬영하는 모습
정빈=군무 연습이 힘들었다. 짧은 합숙기간 내에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리하게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래도 하다 보니 춤에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됐다.

사라=사실 처음엔 다른 후보자들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그것도 첫날뿐이었다. 이튿날부터는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후보자들끼리 너무 친해져서 문제다.(웃음)

유진=합숙 첫날 발을 다쳤다. 구두가 맞지 않을 정도로 발이 부었다. 속상해서 울기도 하고, 더 조심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친 발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다쳤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 기특하다. 아프지만 이렇게 해내고 있잖아?'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되뇌면서 용기를 북돋았다.

나연=입소하기 전에 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합숙 중에도 병원을 오가야 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나를 신경 써주는 다른 후보들과 스태프들에게 합숙 내내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주위의 추천이 참가 계기"

한국=어떤 계기로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게 됐나.

진="올해 한가지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 보라"는 교수님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어떤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미스코리아 원서접수가 떠 지원했다.

사라=전에 친언니가 미스 대구에 출전했는데, 아쉽게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당시 속상해하는 부모님께 "내가 미스코리아가 되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아버지께서 그 말을 잊지 않으시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에 열을 올리시더라.(웃음)

유진=순전히 내가 하고 싶었다. 처음 원서를 넣고 지역예선을 치를 때에는 부모님께도 비밀로 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 스스로 뭔가를 해내고 싶었는데, 이뤄내서 정말 기쁘다.

태현='바른 걸음걸이' 지도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섰다. 사람들 대부분은 바른 걸음걸이와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생각하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눈을 돌리게 됐다.

나연=한국어를 홍보하기 위해 출전했다. 한국어가 외국어에 비해 홀대 받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화가 많이 났다. 한국어를 홍보하고,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해 원서를 냈다.

영주=과거엔 미용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주최 측에서 모든 협찬을 해준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웃음)

"기싸움? 서로가 버팀목!"

한국=합숙 기간에 후보들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던데.

진=처음에는 사실 걱정도 많았지만, 단 하루 만에도 걱정을 떨쳐냈다. 이번에 같이 한 후보자들은 모두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최고의 동료였다.

정빈= 과거엔 기싸움이 치열해 서로 경계도 하고 물건을 숨기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많이 겁먹고 합숙에 들어왔다. 그런데 겪어 보니 서로가 경쟁보다는 격려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사라=처음엔 다른 후보들이 말 한마디도 붙일 수 없을 만큼 차갑게 보이긴 했다. 그런데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내 인상이 제일 강했다고 하더라.(웃음)

유진=그냥 친구들이랑 엠티(MT) 온 기분이었다. 조금 예쁜 친구들이랑.

나연=기싸움은커녕 마지막엔 헤어지기 싫을 정도였다. 요즘도 매일 생각나고 매일 연락할 정도로 정이 들었다. 즐거운 합숙이었다.

"잊지 못할 제주도의 푸른 밤"

한국=합숙 기간 동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진=제주도에서 마지막 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든 후보자가 모여서 마음을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눈물도 볼 수 있었고,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정빈=제주도엔 벌레가 많았다. 평소에 봐오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한번은 방에서 '왕거미'가 나와서 같이 방을 쓰던 언니들과 기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 거미는 잡지 못했다.

사라=가을철도 아닌데, 귀뚜라미 때문에 난리를 치기도 했다. 샤워 중이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 알몸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더니 벽에 손바닥만한 귀뚜라미가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더라. 맏언니로서 "내가 잡겠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결국 소리만 꽥꽥 지르다 끝났다.

유진=게임을 해서 상품으로 금지돼 있던 외부음식을 맛보게 해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그리워하던 커피 맛. 그 한잔에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태현=합숙기간에 가족들과 상봉하는 3시간이 주어졌다. 근데 부모님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지 못하셨다.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초콜릿 박물관에서 체험활동시간을 갖게 배려해줬다. 가장 달콤한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나연=각 지역의 사투리 때문에 생긴 일들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특히 한국말이 서툰'대양주 진' 출신 후보는 '언니 이거 드세요'를 '언니 이거 먹자요'라고 하더라. 어찌나 웃었는지 다음날까지 배가 아프더라.

영주=후보 54명이 한자리에 모여 느낀 점, 힘든 점, 좋은 점을 공유하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두를 친해지도록 해준 자리였고, 군무에서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타이틀에 걸맞은 활동할게요"

한국=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는.

진=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미스코리아가 되겠다.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지켜봐 달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빈=2012 미스코리아 선으로서 주어진 활동에,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사라=학창시절 교수님께서 "너희가 나라에서 받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재능을 갈고 닦아 꼭 나라를 위해 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무용수로서, 미스코리아로서 세계 무대에 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

유진=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은 명예로운 만큼 책임감도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다방면에서 그에 걸맞은 활동을 하며 지켜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태현=당장은 바른 걸음걸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나의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바른 걸음걸이의 대중화에 온 힘을 쏟겠다.

나연=최종 목표는 국립국어원장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젊은 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고 싶다. 당장은 가장 먼저 국립국어원과 한글 홍보대사가 되어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싶다.

영주='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만큼,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남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하겠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힘쓰겠다.

●2012 미스코리아 진선미 프로필

•진 김유미

출생: 1990년 4월 26일

별자리: 황소자리

신체: 175.5cm, 58.1kg

취미: 독서, 음악감상

특기: 피아노, 한국무용

•선 이정빈

출생: 1992년 11월 30일

별자리: 사수자리

신체: 173.4cm, 52.1kg

취미: 야구 관람하기, 수집하기

특기: 요가, 등산

•선 김사라

출생: 1988년 7월 7일

별자리: 게자리

신체: 174.9cm, 56.3kg

취미: 바이올린, 수영

특기: 무용

•미 김유진

출생: 1989년 4월 10일

별자리: 양자리

신체: 175.1cm, 53.2kg

취미: 운동, 여행

특기: 영어, 요리

•미 김태현

출생 1992년 12월 9일

별자리: 사수자리

신체: 176.9cm, 55.6kg

취미: 요가, 필라테스

특기: 무용

•미 김나연

출생: 1992년 4월 5일

별자리: 양자리

신체: 172.3cm, 54.1kg

취미: 기타연주

•미 김영주

출생: 1992년 11월 17일

별자리: 전갈자리

신체: 179cm, 56.1kg

취미: 시 쓰기, 사진 찍기

특기: 수영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