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사로 유명한 김영기 법사가 한 남성을 상대로 퇴마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오싹오싹 '귀신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구나 요즘처럼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장마철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귀신이야기만큼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여름철만 되면 회원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동호회가 있다. 바로 흉가체험 동호회와 귀신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지만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나 어두운 곳에 홀로 있을 때는 본능적으로 귀신을 떠올리면 오싹해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점을 보면 귀신을 확인하고 싶은 것 또한 인간의 감춰진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

TV에서 '전설의 고향' '미스터리극장' '토요미스터리' 등을 보면서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귀신이 실제로 존재할까"하는 의문이다.

귀신이 자주 목격된다는 경기도의 한 흉가
매스컴을 통해 잘 알려진 퇴마사 김영기 법사는 "귀신은 있다"고 단언한다. 지금부터 그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밤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늦은 밤 당신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면? 혹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면?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빈 사무실에서 두런거리는 사람 소리가 나고, 코드가 빠져 있는 컴퓨터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며 원인을 밝혀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 회사의 사장은 처음에는 직원들의 말을 믿지 않았으나 자신이 직접 겪고 나서야 믿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일하기 싫어서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혼자 사무실에 남아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직원들 방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요."

필자가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제법 많은 귀신들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한결같이 자살한 귀신들이라는 점이었다. 사장에게 그대로 이야기했더니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한때 화제를 불러 모은 영화 '자귀모'를 편집한 사무실이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다. 자살한 귀신들은 영화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 사무실로 모여든 것이었다.

'자귀모' 편집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1999년 7월에는 귀신이 목격되기도 했다. 영화 제작진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밤샘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감독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아서 영화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서로 누군가의 지인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결국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귀신들은 어둡고 칙칙한 스튜디오를 유난히 좋아한다. 가수들 사이에서는 '음반 제작과정에서 귀신을 보면 대박'이라는 속설까지 있을 정도다. 이미 귀신 소동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가수 이승환씨의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지하철 기관사 옆에 소복을 입고 서 있는 여자를 보고 화면조작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도 많았다. 사건이 확대되자 이승환씨 측에서 화면조작이라고 시인했지만, 사실 그것은 화면조작이 아니었다. 분명 귀기(鬼氣)가 느껴지고, 화면조작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수뿐 아니라 탤런트들도 귀신과 자주 접한다. 지난 1995년 MBC TV드라마 '전생과 사랑' 촬영현장인 필리핀 팍상한 호텔에서 탤런트 이창훈씨가 목격한 귀신 사례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촬영현장에 도착한 이씨는 여독이 채 풀리기 전에 소파에 잠시 앉아 있었다. 그새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갈피를 못 잡는 동안 두 명의 쌍둥이 여자가 나타나 이씨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여자들은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로 그에게 말을 걸었고 이씨 본인은 타갈로그어를 전혀 모르면서도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도 모르게 답을 했다고 한다.

이씨는 무서워 다른 방에서 자던 동료를 불러 같이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 동료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몇 년 전 그곳에서 여자 2명이 살해된 적이 있었다.

귀신 현상은 생명경보 장치

이들이 촬영현장에서 겪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착각이나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아직까지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해지는 사람들의 귀신 체험담을 모두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무속을 40년 동안 연구해 온 모 교수는 "귀신은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영화나 텔레비전, 도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등을 통해 입력된 귀신에 대한 정보가 무의식에 깔려 있다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나타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귀신 현상은 현몽, 즉 꿈에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가진 원시적인 예지력이었다. 박쥐가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동굴을 빠져 나가거나 들쥐가 큰비가 내리기 전 높은 지대로 대피하는 것처럼 귀신 현상은 위험상황을 알려 주는, 이른바 자동 생명경보 장치였던 셈이다.

심리학에서는 심약하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귀신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귀신을 접하기가 더 쉽고, 건강한 성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드물다. 귀신을 정기적으로 혹은 자주 만나는 사람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귀신을 무의식이 병리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억눌린 욕망은 무의식에 잠재해 있다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귀신도 그 중 하나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김 법사는 흔히 귀신을 불러내는 놀이로 알려진 분신사바 놀이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볼펜을 손에 쥐고 무당이 신을 불러내듯 눈을 지그시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2~3분간 주문을 반복해서 외우다가 신들린 상태가 되었을 때 자신의 입시 성적이나 결혼 상대의 이름, 장래 직업, 결혼 시기 등등 다가올 미래를 중얼거리듯 묻는다. 그러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종이에 답이 힘없이 적힌다.

"분신님, 오셨으면 종이 위에 답을 그려 주십시오."

"내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합격이 되겠습니까?"

"제가 OO대학교에 합격할까요?"

종이 위에 O나 X가 그려진다. 입시 중압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분신사마 놀이이다. 그런데 이 놀이는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야 단순한 놀이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실은 굉장히 위험한 장난이다.

이들이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것은 자기의 의식을 닫고 외부의 영을 부르는 첫 단계이다. 주문을 외우면서 귀신을 부르면 실제로 다가온다. 볼펜이 저절로 돌아가 글을 쓰는 것도 물론 귀신의 힘이다.

언젠가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무도 없는 어두운 교실에서 3명의 여학생이 앉아 볼펜을 마주잡고 '분신사마'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볼펜이 움직이는 것으로 귀신이 찾아온 걸 확인한 학생들은 질문을 한다.

그러자 잡고 있던 볼펜이 꿈틀꿈틀 움직이며 한 여학생의 이름을 썼다. 순간 학생들은 경악하며 볼펜을 놓쳐 버렸다. 그 여학생은 한 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같은 반 친구였던 것이다. 일정한 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영계와 교신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빙의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분신사마'를 하다가 귀신이 들려 법당을 찾은 20대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분신사마 놀이를 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대학교를 들어갈 것인지, 성적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 등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분신사마' 주문을 외우면 갑자기 온몸이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짜릿해지면서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한다. 이 여성에게는 늘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귀신이 답을 해주었으며,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 '영험'하다는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다는 우쭐한 마음에 분신사마 놀이에 심취하게 되었고, 급기야 빠져 나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귀신은 분신사마 놀이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언제나 이 여성 곁에 머물며 참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지 귀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눈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귀신은 이 여성의 몸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인지, 남의 몸인지 모를 지경이 되어서야 법당을 찾아왔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스스로 빙의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 법사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사람들 중 성직자나 수도승 등 일부는 나를 눈속임이나 하는 사기꾼으로 몰기도 하지만 귀신들림 현상을 직접보고 퇴마의식을 직접 보면 얕은 눈속임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영적 세계는 반드시 존재하며 앞으로 인간이 그 세계를 인정해야만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름철에 공포를 찾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폐가나 흉가를 찾아는 안 된다"며 "또 속으로 끊임없이 귀신을 원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영적 체험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