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두라스의 태권도 사랑로보 대통령·이디아케스 대사 태권도로 몸과 마음 수련"우리도 잘사는 나라 만들것"국기원, 김호석 사범 파견… 중장기 봉사단도 모집

온두라스 포르피리오 로보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세계태권도연맹에 들러 태권도 단증을 보여주고 있다.
“태권도야말로 한국이 낳은 가장 성공한 한류다.”

“K-POP과 드라마, 인터넷 게임보다 태권도를 널리 알려야 한다.”

주한 온두라스 대사는 태권도 예찬론을 펼쳤다. 겨울비가 흩날렸던 지난 16일 밤. 태권도 3단인 미첼 이디아케스 바라닷(44) 대사는 태권도 관련 모임이 있다는 소식에 선약을 취소하고 달려왔다.

간단한 통성명에 이어 이디아케스 대사는 “오늘 연세대 치대와 온두라스 국립대의 상호교류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내일은 경북대 총장을 만나야 한다.” 활짝 웃은 이디아케스 대사는 한국형 경제 성장을 본받아 조국 온두라스를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디아케스 대사와 이야기 꽃을 피우니 성경 구절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예언자는 자신의 고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예수조차 고향 나사렛에선 홀대를 받았듯 태권도는 유독 한국에서 푸대접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서 온 외교관은 한국 국민과 정부가 앞장서 태권도를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 온두라스 미첼 이디아케스 바라닷 대사. 사진=G-Econmoy21 제공
온두라스 정부의 태권도 사랑은 지극하다. 포르피리오 로보 대통령도 태권도인. 로보 대통령은 2010년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서 일할 온두라스 대사로 스승의 아내 강영신(59) 한국학교 교장을 임명했었다. 그러나 온두라스 국내법에 ‘귀화한 외국인은 원적 국가에서 온두라스를 대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강 교장은 온두라스 대사로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로보 대통령은 스페인 공사로 일했던 강 교장의 사위 이디아케스를 주한 온두라스 대사로 임명했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태권도 사랑이 남다른 이디아케스 대사는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다. 가족이 파리에서 여름휴가를 즐길 때 그는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행선지는 제30회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열렸던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주한 온두라스 대사가 태권도 경기가 열린 나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태권도인 이디아케스는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한국 태권도는 최고지만 금메달을 많이 놓쳤다. 금메달은 태권도 정신이 아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지만 태권도가 얼마나 역동적인 스포츠인지 TV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이디아케스 대사는 한국이 금메달을 독식하는 건 태권도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인데 메달 욕심에 태권도를 망쳐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금메달을 고루 나눠 가졌기에 태권도가 빛났다.” 스페인과 터키, 중국 등은 한국과 함께 런던올림픽 태권도에 걸린 금메달 8개 가운데 하나씩 차지했다.

이 남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 태권도를 사랑할까?

온두라스 소년 이디아케스는 열 살이었던 1978년 고(故) 송봉경 사범에게서 태권도를 배웠다. 송 사범은 소년에게 태권도 기술보다 태권도 정신을 가르쳤다. 송 사범과 그의 아내 강 교장을 따랐던 이디아케스는 온두라스 국립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됐다.

송 사범 부부와 인연을 놓지 않았던 이디아케스는 스승의 딸인 치과의사 송이백(34)씨와 결혼했다. 태권도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가졌기에 한국에 부임하자마자 세계태권도연맹을 찾아 태권도계 어른인 조정원 총재에게 인사했다.

로보 대통령과 이디아케스 대사는 태권도 정신을 전파해 가난한 나라 온두라스를 한국처럼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정성을 잘 알기에 국기원은 김호석 사범을 온두라스에 파견하기로 했고,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은 온두라스에 파견할 중장기 봉사단을 모집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로보 대통령의 마음을 알기에 오는 30일 세계연맹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온두라스를 방문한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