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행 돌풍 영화 '베를린' 류승완 감독뛰어난 연기+화려한 액션+탄탄한 스토리 데뷔 17년 만에 300만 감독 '감격'6세때 청룽 영화 보고 감독 꿈 키워 한국 대표 액션감독으로 자리매김"하루빨리 남북 통일 돼 개마고원·금강산 꼭 찍어보고 싶어"

1996년 단편영화 '변질헤드'부터 따지면 올해로 18년째다. 첫 단편영화 감독 데뷔 이후 박찬욱 감독 밑에서 연출부로 일하며 수업을 받았다. 2000년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장편영화 감독에 데뷔했고 그해 청룡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부당거래' 등으로 '액션영화의 대가'라는 애칭을 얻은 류승완(41) 감독이 '베를린'으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베를린' 이전 '부당거래'가 제법 선전했지만 동원 관객은 275만 명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베를린'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전국 810개 스크린에서 20만67명을 불러모으는 등 이날 현재 누적관객 265만8,865명을 기록했다. 무서운 기세로 마침내 300만 고지에 올라선 '베를린'은 지난해 '도둑들'과 '광해'가 일으켰던 한국영화 돌풍을 이어갈 태세다.

제작비 11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베를린'은 한석규 하정우 전지현과 류 감독의 친동생인 류승범이 출연한 액션영화다. '베를린'은 베를린에서 무기를 밀매하는 북한 특수요원 표종성(하정우)이 평양에서 특파된 다른 요원 동명수(류승범)에게 제거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액션영화의 대가'라는 류 감독의 3년 만의 복귀작인 '베를린'은 주연배우 4명의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액션 스케일과 스토리 전개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다.

개봉 전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면 감개무량할 것 같다"던 류 감독은 '베를린'의 거칠 것 없는 기세를 앞세워 새해 첫 번째이자,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8번째로 1,000만 관객 돌파를 넘보고 있다.

한우물 또 한우물

2000년 충무로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한 새내기 감독이 연출, 각본, 주연은 물론이고 무술 지도까지 맡은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개봉되면서 숱한 화제를 불렀다. 감독 한 사람이 5가지 이상 역할을 소화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류 감독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인 여섯 살 때 청룽(成龍) 영화에 매료됐다. 이때부터 '영화인 류승완'의 인생은 시작된 것이다. 청룽은 '감독 류승완'의 이정표이자 스승이었던 셈이다.

고교 졸업 후 류 감독은 독립영화협의회 워크숍을 다녔다. 그 뒤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 등 3편에서 연출부를 맡았다. 조감독은 언감생심, 연출부가 고작이었다.

왼쪽부터 엄태웅, 엄정화
그래도 오로지 영화 한우물만 판 류 감독은 1996년 단편영화 '변질헤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변질헤드' 이후 단편영화를 몇 차례 더 찍은 류 감독은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장편영화 데뷔식을 치렀다.

류 감독이 한우물을 파는 동안 연출작의 제작비는 무려 2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처녀작이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만드는 데 6,500만원만 들어갔지만 '베를린'에는 무려 110억원이 투입됐다.

장편영화 기준으로 올해로 데뷔 14년째를 맞은 류승완 감독. 지난 13년 동안 류 감독은 참 많은 것을 얻었다. 류 감독 자신은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감독으로 자리매김했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나이트클럽 DJ였던 동생 류승범은 충무로의 대표적인 톱스타가 됐다.

류 감독의 아내인 강혜정 PD가 대표로 있는 '외유내강'은 업계에서 튼실한 뿌리를 내렸다. 류 감독과 아내 사이에는 1남 2녀 세 자녀도 있다. 연출부로 시작해서 이만큼 이뤘으니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여전히 배고프다. '베를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면서 '저 대목에서 몇 프레임을 더 걷어낼 걸' '사운드가 좀 이상하네'라며 고개를 흔들었다고 한다. "역시 '한우물' 류승완답다"는 말이 과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완, 김태희
새로운 도전 또 개마고원

류 감독은 '베를린'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류 감독은 '베를린' 이전 작품에서는 여배우를 크게 조명하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는 중견 연기자 이혜영과 '칸의 여왕' 전도연이 여장부로 등장했지만 나머지 작품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베를린'에서는 북한의 인민영웅 표종성(하정우)과 그의 아내 련정희(전지현)의 관계가 비중 있게 그려졌다. 표종성은 속마음을 얘기하는 것조차 어색한 남자고, 련정희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강인함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여자다.

류 감독은 촬영장에서 전지현과 일부러 대화를 삼갔다고 한다. 전지현이 더 고독하고 우울해져야 련정희 캐릭커를 지대로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류 감독은 '련정희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베를린'은 살아서는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에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최고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미션을 그린 액션 영화다.

'베를린'으로 지평을 넓힌 류승완 감독. 류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베를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소원과 소망을 담담히 밝혔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스페인 친구도 있고, 독일 친구도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 친구들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북한 친구는 없어요. 두면 큰일납니다."

조심스럽게 운을 뗀 류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류 감독은 "내가 통일을 원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나라가 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행기나 배가 아니면 육로를 통해 다른 나라를 갈 수 없다. 난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고 싶다"며 "서울역을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육로 여행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또 다른 하나는 지극히 직업적인 이유다. 북한의 개마고원과 금강산 풍광을 꼭 찍어보고 싶다"며 "그런 것 때문에라도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 감독은 "모든 것의 출발은 남과 북이 나눠져 있는 상황이다. 이 소재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풀자면 한도 끝도 없다"며 "'베를린'은 정진수가 표종성에게 하는 행동처럼 형이 동생에게 뭔가를 해주는 심정으로 그리고 싶었다. 관객들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꿈의 '1,000만 고지'
도둑들·괴물·왕의 남자 등 7편



1,000만은 꿈의 숫자다. 관객이 1,000만 명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영화를 봤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가 정규시즌 6개월 동안 700만 관중을 유치하면 대성공이다. 1개월쯤 상영되는 영화 한 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역대로 한국영화 가운데 1,000만 관객 고지에 올라선 작품은 모두 7편이 있었다. 지난해 1,000만 클럽에 가입한 '도둑들(1,303만227명)'과 '광해, 왕이 된 남자(1,195만1,609명)'를 비롯해 '괴물(1,301만9,740명)' '왕의 남자(1,230만2,831명)'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6,735명)' '해운대(1,139만 명)' '실미도(1,108만1,000명)'가 꿈의 고지를 밟았다.

'도둑들(7월)' '괴물(7월)' '왕의 남자(12월)' '태극기 휘날리며(2월)' '해운대(7월)' '실미도(12월) 등이 성수기에 개봉했던 데 비해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비수기라 할 9월에 스크린에 올랐던 만큼 1,000만 관객의 의미는 더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베를린'이 1,000만 고지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하지만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기록한 무서운 상승세를 감안하면 새해 첫 번째 그리고 역대 8번째 1,000만 관객 신화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하다.

'패밀리 연예인' 전성시대
류승완-승범 형제 등 전방위 활약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은 영화계를 대표하는 형제다. 류승완은 감독으로, 류승범은 배우로 잘 알려졌지만, 류승완은 출연한 영화만도 10편이 훨씬 넘는 감독 겸 배우다.

류승완-류승범 형제 외에도 연예계에는 남매, 형제, 자매가 함께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배경이 돼줄 수 있기에 '패밀리 연예인'들은 대체로 장수하고 있다.

이병헌-이은희, 김태희-이완, 박인영-이특, 김혜수-김동현, 엄정화-엄태웅, 장나라-성원 등은 남매 연예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최진영 남매도 여기에 해당한다.

탤런트 고은아와 아이돌그룹 엠블랙의 미르, 2NE1의 산다라박과 같은 엠블랙의 천둥도 남매다. 엠블랙은 연예인 누나를 둔 멤버가 두 명이라는 점으로도 화제가 됐다.

가요계에서는 '조 트리오'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조규천-조규만-조규찬 삼형제 모두 음악을 한다. 1990년대 그룹 015B에서 함께 활동한 정석원과 장호일(정기원)도 형제다. SS501 멤버 김형준과 유키스 멤버 김기범, 모델 겸 연기자인 여욱환-여승혁도 형제다.

탤런트 변정수-변정민, 미스코리아 출신 손혜임-손태영, 아이돌그룹 멤버인 소녀시대 제시카-에프엑스 크리스탈, 가수 해이와 김소이, 쌍둥이 트로트 가수 윙크(강주희-강승희) 등은 자매 연예인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