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중학교 2학년때 미국 이민 신문배달 하며 죽기살기 공부메릴랜드대 2년만에 공학박사 통신네트워크 신기술 개발미국 400대 부자 성공신화 신성장동력 책임질 구원투수 기대

차기 정부의 주요 인선작업이 완료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9일 11개 부처 장관 인선을 단행했다.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던 박근혜 정부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새정부의 장관 후보자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장관에 인선된 김종훈 알카델 루슨트 최고전략책임자(CSO)다. 그동안 차기 정부에서 신설되는 미래부의 초대 수장이 누가 될지가 정치권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대두돼왔기 때문이다.

여기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총괄하는 미래부가 차기 정부의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부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룡부처'의 탄생으로 타 부처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추진력을 줘야한다"며 큰 기대를 걸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가 주목은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그가 '벤처업계의 신화'로 통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외부인 출신으론 최초이자 최연소로 벨연구소의 사장이 되기도 했다. IT업계가 김 후보자의 향후 활약상에 큰 기대감을 보이는 이유다.

외부인 최초 벨연구소 사장

박 당선인의 부름을 받게 된 김 후보자는 '세계적인 IT업계 전문가'와 '살아있는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중학교 2학년 때인 1975년 부모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김 후보자의 가족이 둥지를 튼 곳은 메릴랜드의 빈민촌. 미국 생활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가난에 언어장벽과 인종차별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좌절하지 않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신문배달과 편의점, 주방보조 아르바이트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잠은 수업 후 2시간 정도 자는 게 전부였다.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공부했다. 그런 악착같은 성실함으로 김 후보자는 미국 명문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고 기술경영학 석사학위를 1년 빨리 마쳤다. 또 메릴랜드대에서 통상 4~6년 걸리는 공학박사 학위 과정을 불과 2년 만에 해치우기도 했다. 이는 개교 이래 최단기 기록으로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다고 한다.

졸업 후 사방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를 모두 거절했다. 대신 32세이던 1992년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벤처신화에 첫 획을 그은 것은 유리시스템즈의 탄생이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5년 안에 10억달러 규모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후보자는 ATM이라는 군사 통신장비를 개발했다. 무선이나 구리, 광케이블 등 서로 다른 통신 네트워크 사이에서도 데이터가 원활히 전달되게 하는 신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미국 해군 핵잠수함 장교로 7년간 복무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리고 김 후보자는 1998년 이 장비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는 유리시스템즈를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스(현 알카텔 루슨트)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0억달러(약 1조800억원). 자신의 목표를 이뤄낸 것이다. 이 거래로 김 후보자는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나이 38세 때였다.

이후 김 후보자는 루슨트로 스카우트돼 광네트워크 부문 사장 등을 맡아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는가 하면 메릴랜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던 2005년 김 후보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수년간 성과를 내지 못해 궁지에 몰린 벨연구소 사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였다. 벨연구소는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1925년 설립된 민간연구소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 후보자는 당초 수차례 고사했다. 자격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벨연구소는 김 후보자의 거절에도 3개월간 연구소 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놔뒀다. 그리고 계속된 러브콜에 김 후보자는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최연소 나이에 벨연구소 사장을 맡았다.

김 후보자는 기대에 부응했다. 연구 실적을 상품화해 재빨리 시장에 내놓는 벤처팀을 만들어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김 후보자는 벨연구소를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김 후보자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박근혜와 2007년부터 인연

최순홍
김 후보자는 박 당선인와 2007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이던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처음 만났고 이후 6년간 서울과 미국 등을 오가며 꾸준히 만남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박 당선인은 이번에 김 후보자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의 장관 인선은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조직 핵심전략 부처 책임자에 이민자 출신을 발탁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한국의 국회와 업계 풍토 등 국내 시스템 전반에 어둡고, 국내 인맥이 넓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에 비해 한국은 기술 이전 등에 관한 시스템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이해가 부족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리란 게 정치권 안팎의 우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식견과 마인드 못지않게 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부부처 수장이 국회를 잘 설득할 수 있는 교섭력과 한국 방송통신 업계의 특수성 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며 "김 후보자가 이같은 시스템과 문화에 잘 적응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아우르는 미래부를 역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벤처기업과 세계 최고 R&D 기관을 이끌어본 경력이 R&D 결과를 실제 산업에 접목해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김 후보자의 이런 경력은 미래부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과학기술과 IT벤처기업 육성 방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여기에 김 후보자가 전세계적인 벤처 신화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젊은이들과 신생벤처에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미래부에 주어진 사명은 ICT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혁신의 선구자로 불리는 만큼 향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무사 통과 관측

현재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중국적 문제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일 국적회복 신청을 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3일전에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미국 내 절차가 진행되는 데만 3~5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김 후보자의 가족들은 국적회복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 적절성 시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맡을 미래부가 기업의 신기술을 다루는 보안ㆍ기밀 분야이기 때문에 김 후보자가 이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해군장교로 7년간 장기 복무했던 경력과 미 중앙정보국(CIA) 자금으로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와 CIA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이력을 두고 논란이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문회를 무사히 통화하리란 견해가 많다. 김 후보자의 '스펙'이 워낙 화려해 미래부를 이끌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에서다. 심지어 제기된 문제들이 오히려 득이 되리란 얘기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미국에서 경험한 선진 ICT 기술을 국내에 적용할 수 있고, 국가 분쟁시 CIA와의 관계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청문회 준비만 잘 한다면 무혈입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김 후보자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설계할 미래부는 선진국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우리나라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향후 일자리 창출에도 힘써야 한다. 김 후보자로선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적잖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인선 직후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미래부의 업무이자, 나 자신의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임무가 막중하지만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생산적으로 융합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의 활약상에 기대가 모이고 있는 이유다.

, 김종훈과 신성장동력 마련 '투톱'



IMF·유엔서 능력 인정 국제 IT 전문가
해외 이공계 출신 공통점… '호흡' 무난

미래부창조과학부와 함께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미래전략수석에 전 UN 정보통신기술국장이 내정됐다. 미래부 장관과 미래전략수석이 모두 '해외파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서울 출신인 최 내정자는 경기고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검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공공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와튼스쿨 MBA 과정도 거쳤다.

최 내정자는 1981년 국제통화기금(IMF)에 입사해 26년 동안 근무하면서 정보통신관련 업무를 총괄했고 각종 경제예측모델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에는 정보통신기술실장 자리까지 올랐다. IMF에서 근무한 한국인 중 최고 지위다.

이런 경력을 토대로 최 내정자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유엔 사무국 초대 정보통신기술국장을 맡아 유엔의 IT 현대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 내정자는 유엔 사무국의 업무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내정자는 IMF에 재직 중이던 2000년대 중반 국내에 일시 귀국했다 지인들의 소개로 박 당선인과 첫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엔 근무를 마친 이후 박 당선인 측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10월부터 중앙선대위 과학기술특보로 임명돼 본격적으로 박 당선인을 돕기 시작했다.

최 내정자는 김 후보자와 무난히 호흡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한 이공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 내정자와 김 후보자는 자녀들이 같은 축구팀에서 활동하는 등 가족끼리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