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전설의 주먹'으로 컴백한 강우석 감독어린 시절부터 감독 꿈 대학 중퇴 영화판 뛰어들어시련끝에 잇따라 히트 행진 충무로 '흥행보증수표'대중의 욕구 정확히 포착해 작품에 반영

'충무로의 맏형' 강우석(53) 감독이 돌아왔다. 물론 빈손은 아니다. 19번째 작품 '전설의 주먹'을 들고서다. 이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높다. 그가 매번 내놓는 작품마다 영화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강 감독은 메가폰을 잡는 작품마다 흥행을 성공시켰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흥행보증수표'.

물론 이런 명성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과거 숱한 시행착오와 좌절을 거쳤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걸어온 족적을 따라가 봤다.

어린 시절부터 감독 희망

강우석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영화를 좋아하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강 감독은 어머니와 함께 극장을 '제집 드나들듯'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영화들을 접했다.

강 감독은 착실하게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고등학생 시절엔 장차 감독이 될 거라고 주변에 알리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영화감독'은 그리 유망한 직종이 아니었다. 결국 강 감독은 집안의 반대에 연극영화과 대신 영문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영화감독에 대한 그의 열망은 여전했다. 특히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본 후엔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84년 대학(성균관대)을 중퇴하고 영화판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대 충무로 연출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따라서 강 감독은 당시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되던 월간지 '영화'에 번역 연재를 하거나 영화 자막 번역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너무 힘들어 복학을 생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5년의 조감독 시절을 마친 강 감독은 1989년 '달콤한 신부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신문 사회면 구석에서 발견한 농촌 총각 문제 관련 기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은 데뷔작에서부터 강하게 표출됐다.

같은 해 내놓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강 감독이 영화계를 주름잡는 흥행감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당시 서울에서 단 2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됐음에도 종영까지 약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당시 한국의 연 평균 총관객수는 2,000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신인급 감독의 작품치고는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영화였던 셈이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슬럼프 후 흥행 행진

그러나 1990년과 1991년에 개봉된 네 편의 영화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강 감독에게 데뷔 후 처음으로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다. 이후 그는 감독으로서 여러 번 고비를 겪게 된다. 그러나 시련은 강 감독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슬럼프를 견뎌낸 강 감독은 이후 손대는 영화마다 다시 흥행 행진을 이어갔다. '미스터 맘마',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그는 대형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젊은 감독들 사이에서 독립영화사 설립의 붐이 일던 1993년 '강우석프로덕션'을 설립한 뒤 처음 촬영한 '투캅스'는 서울지역에서만 8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당시 한국영화 흥행 2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10년 뒤인 2003년. 강 감독은 1971년 벌어진 북파공작 특수부대의 '실미도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로 또다시 한국 영화계의 중심인물로 주목 받았다. '실미도'가 1,10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영화사상 첫 누적관객 1,000만명 돌파' 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실미도' 이후 '1,000만 관객 한국영화'는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영화계에서 '1,000만'은 꿈의 숫자였다. 재기발랄하던 강 감독의 영화가 진중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강 감독이 "'실미도' 이후 몸이 무거워졌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후 강 감독은 '강철중: 공공의 적 1-1'(431만명), '한반도'(339만명), '이끼'332만명), '공공의 적2'(391만명), '공공의 적'(303만명) 등 5편의 작품이 3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영화업계서 엇갈린 평가

강 감독은 지난 10여년간 한국영화계에서 '파워맨'으로 배후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1988년 데뷔 이후 감독으로서는 19편의 영화를 연출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그가 투자했거나, 기획 혹은 제작을 담당한 작품은 120편을 웃돈다.

그러나 강 감독은 영화계에서 비교적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한국영화계가 상업영화의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평가절하해 온 때문이다. 해외 영화계에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영화는 해외에서 올바로 조명된 적이 별로 없다. 일부에는 한국의 코미디 영화 전문감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이 칸과 베를린, 베니스, 카를로비 바리 등 주요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타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강 감독이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가 한국의 영화산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영화업계의 평가다.

강 감독은 또 영화계에서 '독점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극장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를 정면에서 공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강 감독이 사업적 이익을 무시하고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하류인생' 등에 막대한 제작비를 주저 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 감독이 영화사업에서 뛰어난 수완을 보이면서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도 했다. 비판론자들은 영화감독으로서의 강 감독을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실미도'나 '공공의 적' 등 메가 히트 작품을 내놓아 비판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강 감독은 작품 행보가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상업영화 감독들이 흔히 그러듯 그때그때 시의(時宜)에 맞는 얘기를 찾아 손쉽게 만들어 극장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강 감독은 한국 대중관객의 욕구를 정확히 포착해 영화에 반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 점이 바로 강 감독이 만든 작품 대부분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게 영화업계의 평가다.

강 감독은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전설의 주먹'을 들고 돌아왔다. 이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왕년의 주먹들이 '전설의 주먹'이라는 인기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다시 한 번 주먹 대결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발표회에서 "마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찍을 당시와 기분이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초심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말이다. 강 감독의 새 작품에 대한 영화팬들의 기대가 높은 이유다.

강우석이 밝힌 '이끼' 이어 또 웹툰 영화화 이유
"제목 욕심… 재미만 있다면 뭐든 다 찍는다"



강우석 감독이 '이끼'에 또다시 웹툰 원작인 '전설의 주먹'을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강 감독은 최근 서울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전설의 주먹' 제작보고회에서 "웹툰을 보고 '영화로 이런 묘사가 가능한가?' 걱정했지만 욕심이 생겨 도전을 했다. 하지만 '이끼' 내용은 영화에 담기 큰 이야기였다. 철학적인 게 많아 찍으면서 대단히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2010년 웹툰 원작의 '이끼'를 영화화 한 데 이어 이번에도 웹툰 원작이 있는 '전설의 주먹'을 연출했다.

강 감독은 "그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웹툰은 영화화하기 쉬우나 영화로 만들긴 힘들다. 다신 웹툰을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이번에 또 웹툰으로 작품을 만든 건 제목 때문이다. 이 제목을 다른 감독 시키려고 마음먹었는데 못줄 것 같더라"고 이유를 고백했다.

강 감독은 "'전설의 주먹' 웹툰과 영화는 다르다. 내용이 다르다기 보다 색깔이 다르다. 웹툰은 완전히 성인용이고 이건 가족 영화로 찍었다. 이제 웹툰이든 뭐든 재미만 있으면 다 찍을거다. 여러분들 중에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찍어드리겠다. 지분도 챙겨드리겠다"고 말해 취재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이요원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전설의 주먹'은 학창시절 전설의 파이터들이 전국적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는 화제의 리얼 TV쇼를 통해 최고를 겨루는 내용을 그린다. 4월11일 개봉한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