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훈 15년 프로생활 마감키 207㎝ 에 몸무게 115㎏ 기동력에 개인기까지 겸비 대학·프로·국제 무대서 맹활약프로 688경기서 13,231득점 5,235리바운드 불멸의 기록 남겨"더 잘했어야 하는 데… 매 순간이 아쉽다"

서장훈이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국보(國寶)센터' 서장훈(39ㆍ부산 KT)이 코트를 떠났다. 지난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다. 이로써 서장훈은 1998년부터 15시즌 동안 5개 팀을 거치면서 활동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장훈은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30분을 넘게 뛰면서 3점슛 2개 포함, 33점을 기록했다. 특히 서장훈은 81-79, 2점차로 쫓긴 종료 직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밑슛과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켜 KT의 84-79 승리를 견인했다.

은퇴경기를 포함해 서장훈은 프로 통산 688경기에서 2만2,834분을 뛰면서 통산 1만3,231점 5,235리바운드이라는 통산 성적을 남겼다. 모든 부문에서 프로농구 통산 1위 기록이다. 서장훈이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이유다.

실제 서장훈은 한국농구 최고 전성기이던 1990년대 대학농구의 주역이자, 프로농구의 간판스타였다. 서장훈을 빼놓고 한국 농구사를 논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할 정도.

또 서장훈은 야구의 선동열(KIA 감독)과 함께 스포츠스타 중 '유이하게' 이름 석자 앞에 '국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서장훈이 농구계에 남긴 굵직한 족적을 따라가봤다.

마지막까지 투혼 발휘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KT와 KCC의 마지막 경기가 열린 지난 19일 부산 사직체육관. 이날 경기엔 올시즌 KT의 홈경기 중 최다인 7,269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15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코트를 뒤로하는 서장훈 때문이었다.

KT 구단은 이례적으로 경기 전 서장훈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서장훈은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퇴소감을 묻는 질문에 "매 순간이 아쉽다. 더 잘했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족했다는 생각만 든다"라며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서장훈은 당초 은퇴식이나 은퇴경기를 갖지 않겠다며 극구 고사해왔다. 소속팀인 KT에서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KT 구단은 서장훈을 계속해서 설득해 은퇴 경기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경기에서 서장훈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올시즌 평균 23분여를 뛰었던 서장훈이지만 이날만은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원 없이 뛰어보라는 전창진 KT 감독의 배려였다.

이런 배려에 서장훈은 득점으로 화답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골밑슛과 중거리슛은 물론 3점슛까지 잇따라 림에 꽂았다. KT의 득점을 거의 홀로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서장훈은 32분24초를 뛰면서 33점 2리바운드를 올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리던 초특급 센터의 위용은 은퇴 경기에서도 여전했다. 경기 종료 12.8초를 남긴 상황. 서장훈은 KT가 81-79로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주무기인 미들슛으로 득점한 데 이어 자유투까지 성공시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엔 은퇴식이 이어졌다. 도열한 후배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등장한 서장훈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듯했다.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추억 영상을 담담하게 지켜보던 서장훈은 팬들에게 작별인사의 말을 하는 순간 결국 눈물을 머금고 말았다.

감사의 말로 작별인사를 시작한 서장훈은 곧바로 목이 메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과거를 회고한 그는 부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어 전창진 감독을 비롯한 자신의 모든 지인과 팬들에게 "감사합니다"는 말을 연발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대학ㆍ프로ㆍ세계무대서 맹활약

이렇게 15년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서장훈. 그는 한국 농구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서장훈은 휘문중ㆍ고 재학 시절부터 장신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그러던 1993년 연세대에 입학하며 성인 농구계에 데뷔했다.

서장훈은 연세대 1학년이던 1993~1994 농구대잔치에서 허재와 김유택이 이끄는 실업 최강 기아자동차의 6연패를 저지하며, 연세대를 대학팀 사상 첫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스무 살의 풋내기가 데뷔와 함께 한국 성인 농구계를 평정한 것이다. 서장훈의 등장은 스포츠계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장훈은 '사이즈'도 그야말로 '국보급'이었다. 207cm의 신장에 100kg를 훌쩍 넘는 거구는 당시만 해도 190cm대 초ㆍ중반의 센터들이 대부분이던 국내 '빅맨'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신체조건만 좋은 게 아니었다. 기동력에 개인기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날개 단 호랑이'인 셈이었다.

그런 서장훈이 몸담은 연세대는 국내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1996~1997년에는 각종 공식대회에서 44연승을 달성했다. 또 프로출범 전 마지막 농구대잔치가 열린 1997년엔 사상 최초의 전승 우승 신화를 이룩했다.

프로 입단 이후에도 서장훈의 활약상은 거침없었다. 1998년 청주 SK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서장훈은 데뷔 첫해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리바운드왕(13.97개)에 올랐다. 프로농구 역사상 토종 선수가 리바운드 타이틀을 따낸 건 서장훈이 유일하다.

이후 서장훈은 프로 2년 차이던 1999~2000시즌에는 SK를 창단 첫 챔피언전 우승으로 이끌며 프로무대에서도 정상에 섰고, 통합 MVP에까지 올랐다. 또 2005~2006시즌엔 삼성에서 챔프전 우승 반지를 꼈다. 이후 서장훈은 KCC, 전자랜드, LG, KT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팀에 '복덩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장훈의 활약은 국제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장훈은 1993년 아시아선수권을 시작으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까지 13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서장훈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중국)을 누르고 한국에 20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1만 득점', '5,000리바운드' 전설의 기록

서장훈이 선수 생활을 하며 쌓은 업적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1만 득점'과 '5000 리바운드' 동시 달성이라는 대기록이다. 이는 모두 프로농구 통산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두 기록을 떼어놓고 봐도 서장훈에 근접할 선수는 찾을 수 없다.

득점과 리바운드 역대 2위에 오른 추승균(1만19점)과 조니 맥도웰(3,829리바운드)은 이미 은퇴했다. 현역선수 중에선 김주성(8,076득점-3,363리바운드)이 유일하게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워낙 기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서장훈을 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서장훈은 최장수 선수이기도 하다. 프로 통산 688경기에서 2만2,834분을 뛰었다. 특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팀의 해결사로 활약한 선수는 서장훈뿐이었다.

서장훈이 세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서장훈이 쌓아 올린 기록들은 곧 한국농구가 걸어온 길이자, 후배들이 도전해야 할 하나의 목표가 된 것이다.

서장훈은 농구를 잊고 당분간 휴식에만 몰두한다는 계획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 당장은 아무 생각 없이 쉴 생각이라고 한다. 휴식은 해외에서 할 전망이다. 그러나 장소가 어디가 될지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서장훈은 '인생 2막'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차차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짤막하게만 언급했다. 그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코트에 돌아올까. 최고 스타를 잃은 농구계와 팬들은 '전설'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서장훈 "싸이와 15년전부터 형제처럼 지냈죠"
싸이 아버지 연세대 선배 인연… "은퇴식 와줘 고마워"



'월드스타' 싸이와 '국보센터' 서장훈의 특별한 인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싸이가 서장훈의 마지막골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프로농구' 부산 KT와 전주 KCC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서장훈 은퇴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싸이(본명 박재상)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는데, 초청가수가 아닌 '동생' 자격으로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보도를 통해 서장훈 은퇴소식을 접한 싸이는 최근 바쁜 스케줄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장훈은 "괜찮다"며 만류했지만 싸이는 바쁜 시간을 쪼개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장훈과 싸이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장훈의 연세대 대선배이자 열혈한 팬이던 싸이의 아버지는 이때부터 친분을 유지해 왔다. 그 때문에 싸이 역시 서장훈과 접할 기회가 많았고, 가수가 되기 전부터 친형제처럼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은퇴식에서 서장훈은 싸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서장훈은 "연예계에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어디에 가서 친하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내 성격과 맞지 않다"며 "하지만 싸이와는 인연이 상당히 오래됐다.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다. 처음엔 오지 말라고 했는데 본인이 참석을 하겠다고 했다. 고맙다"고 말했다.

여기에 싸이도 화답했다. 싸이는 "많은 팬들이 서장훈 선수 열심히 한 것에 대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진국이다. 진국"이라며 서장훈을 얼싸안았다.

은퇴식에서 싸이는 자유투 시구를 한 뒤 서장훈의 명예로운 은퇴를 축하하며 팬들에게 앞으로도 서장훈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