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리듬체조선수권 개인종합 우승 손연재9경기에서 1위 오르며 3관왕한국 리듬체조 또 하나의 역사인천아시안게임 자신감 'UP'"세계선수권 첫 메달" 당찬 도전

'리듬체조요정' 손연재가 금의환향했다. 손연재는 지난 9일 막을 내린 아시아 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비롯해 3관왕(금3, 은2)을 차지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국제대회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는 3일간 12경기를 치렀다. 이중 9경기에서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며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했다.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연재는 "이번 대회의 우승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에서 많은 결실을 이뤘다. 이미 그녀가 걸어온 길 자체가 한국 체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사이 손연재는 국민들에 화려한 연기와 감동을 선물했다. 그러나 소녀처럼 웃는 모습 뒤에는 숱한 땀과 눈물이 숨겨져 있다.

국내 '싹쓸이'…국제무대서도 '훨훨'

손연재가 리듬체조를 시작한 건 유치원을 다니던 6살 때부터다. 통통한 편이었던 손연재를 예쁘게 키우기 위한 모친의 결정이었다. 손연재의 기본기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리듬체조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탄탄히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손연재가 지난 5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3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팀 경기(개인종합 예선)에서 볼 연기를 펼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손연재의 재능은 남달랐다. 2005년 열린 '제3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초등부 리듬체조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국내 주니어 무대 우승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특히 손연재는 예쁜 외모로 많은 인기를 누리며 대중들에 리듬체조를 알렸다.

국내대회를 독식한 손연재는 2009년 11월, 슬로베니아 류블랴냐에서 열린 '제11회 2009 슬로베니아 리듬체조 챌린지 대회'에서 개인 종합과 줄, 후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주니어대회 우승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손연재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단숨에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세계의 벽은 높았다. 2010년 월드컵시리즈 페사로대회에서 개인종합 22위에 만족해야 했다.

손연재는 좌절하지 않았다. 하루 8시간 이상의 고된 훈련을 견뎌내며 실력을 닦았다. 숱한 땀방울은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연재는 같은 해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개인종합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도 손연재가 처음이다.

2011년에 접어들면서 손연재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연기가 세계무대에서도 통하기 시작했다. 손연재는 2011년 9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1위(상위 15위까지 올림픽 진출)를 차지해 당당히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연합뉴스
이후에도 손연재의 성장은 계속됐다.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로서는 최초로 10명이 출전하는 개인종합 결선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 결선에서 10명 중 5위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리듬체조 불모지 한국에 큰 희망을 안겨준 것이다.

그리고 손연재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3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전해 한국 리듬체조의 숙원인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대회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비롯해 후프와 곤봉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해 3관왕에 등극했다. 팀 경기와 리본 종목에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무대 뒤에선 숨은 눈물

손연재의 등장 전까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리듬체조는 변방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988서울올림픽에서 김인화와 홍성희가 처음 올림픽 리듬체조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단 한 명도 결선(상위 10위까지 진출)에 오르지 못했다.

초라한 성적을 거뒀지만 의미있는 도전들이었다. 후배들의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신수지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종합 12위에 오르며 올림픽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손연재가 런던올림픽에 진출해 다시 한 번 기록을 갱신했다.

손연재는 현재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힘든 일도 많았다. 비단 훈련만이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말들이 무엇보다 부담스러웠다.

손연재를 따라다니던 논란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운동선수가 훈련보다 연예 활동에 더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실력에 비해 인기가 부풀려졌다는 시선이었다. 우리나라에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좌절감을 느끼고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특히 일각에선 CF 등 잦은 방송 출연으로 '돈연재'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손연재는 "일주일에 6일 연습하고 하루 쉬는데, 그때 CF도 찍고 방송 활동도 한다"며 "훈련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당시는 러시아 유학 생활 도중 국제 대회에 나갈 참가비가 부담돼 시합을 포기하기도 했고, 러시아 선수들이 이용하는 체육관에서 연습하면서 한달에 3,000만이나 소요되는 훈련비용을 생각하면 아픈 시간조차도 아까워 연습을 하던 시기였다.

다행히 방송에 나오고 난 뒤 후원과 CF가 들어와 훈련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진 본인을 위해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숱한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런 손연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LG전자 ‘손연재스페셜G 에어컨’
실력에 비해 인기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이른바 '언플'과 '거품론'으로 예쁜 외모 때문에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외모가 분명 그녀를 더 주목받게 만든 요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양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리듬체조 분야에서 이뤄낸 결실이야말로 손연재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체조 역사 새로 쓸지 주목

손연재는 지난 13년을 한결같은 꿈을 위해 달려왔다. 아시아선수권 3관왕을 달성한 것도 이런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눈앞의 목표는 오는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손연재는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획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작은 실수가 나오는데 이러한 점을 보완해 더욱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올 시즌 손연재가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세계 메달권 진입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은 실수 없이 완벽하게 연기를 했을 경우 다시 한 번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롭게 쓸 가능성이 크다. 손연재에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덩 센위에

'연재 여왕'의 라이벌
중국 에이스 센위에·일본 유망주 하야카와



아시아에 손연재의 라이벌은 누가 있을까. 먼저 중국의 에이스인 가 꼽힌다. 손연재보다 2살 위인 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국제대회에 출전해 온 선수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는 종목별 결선에서 선전하며 볼과 리본에서 금메달 2개를 가져갔다. 리본에선 18.533점으로 대회 최고점을 기록했다. 앞서 연기한 손연재(18.167점) 역시 큰 실수는 없었지만 의 매끄러운 연기에 판정패했다.

일본 차세대 유망주로 불리는 하야카와 사쿠라도 손연재의 라이벌이다. 특히 뛰어난 신체 조건이 눈길을 끈다. 유럽선수들과 흡사할 정도로 긴 다리와 팔을 지닌 그는 현재 손연재가 훈련하고 있는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지도를 받고 있다.

일본은 리듬체조를 체조협회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육성 중이다. 체조협회의 지원으로 러시아 전지훈련을 보내고, 국제 대회도 꾸준히 출전시키고 있다. 유망주들이 무서운 성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연재 효과'에 '함박웃음'
후원사 KB금융그룹·LG전자·휠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아시아선수권 3관왕을 달성하면서 덩달아 웃고 있는 이가 있다. 손연재를 후원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이나 그를 모델로 채용한 LG전자, 쥬얼리브랜드 제이에스티나, 의류브랜드 휠라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먼저 KB금융그룹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손연재의 3관왕 달성과 미디어 노출로 홍보효과가 천문학적 액수가 될 전망이어서다. KB금융그룹은 손연재 외에도 피겨 김연아‧김해진‧김진서를 비롯해 최근 컬링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동계올림픽 빙상종목 전체를 후원하고 있다.

LG전자도 입이 귀에 걸렸다. 에어컨이 가장 많이 팔리는 6월에 손연재의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면서 판매에도 가속도가 붙게 된 때문이다. LG전자는 '손연재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에어컨 판매가 전년의 3배 이상 급증한 바 있어 기대감이 더욱 크다.

의류브랜드 휠라도 화색이 만연하다. 휠라는 손연재를 모델로 해 '손연재 워킹화'라고 불리는 '에스-웨이브(S-WAVE)' 라인을 출시했다. 휠라는 색상표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색상을 적용해 워킹화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