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대한상의 새 회장두산그룹 체질 개선 주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13만5,000 회원사 수장 역대 회장 중 가장 젊어 새로운 변화 기대
대한상의 회장으로 새 출발
"대한상의 회장은 국가 경제와 상공업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그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다. 책임이 무거운 자리이나 상의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져 소임을 맡긴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신임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박용만 회장이 지난달 30일 밝힌 취임 일성이다. 그간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도 대한상의 일정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애착을 갖던 박 회장은 재계의 예상대로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하루 앞선 지난달 29일 서울상공회의소(이하 서울상의)는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 회장을 차기 서울상의 회장으로 단독 추대하기로 만장일치 합의했다. 회의 직후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박 회장을 찾아 단독 추대 내용을 전달했고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회원기업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니만큼 수락이라는 권위적인 용어는 맞지 않고 하루 이틀 동안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회장이 상의 회장직에 오를 경우 맡게 되는 직함은 50여 개에 달한다. 정부 공식 자문기구인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한중민간경제협의회 회장, 지속가능경영원 이사장, 한중동민간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이사장, 한국경영교육인증원 이사장, 화주ㆍ물류기업 공생발전협의체 위원장, 환경보전협회 회장 등이다. 또한 박 회장은 향후 대통령 해외 순방 때 국내 재계를 대표해 대통령을 수행하게 되며 해당국과의 비즈니스 포럼 등을 주최한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고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5남인 박용만 회장은 1955년 2월 5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미국유학생활 동안 용돈이 넉넉지 않아 자취 생활을 하면서 직접 음식도 해먹고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충당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 돌아온 박 회장은 사회생활을 1977년 외환은행에서 시작했다. "남의 눈칫밥을 먹어봐야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다"는 두산가 고유의 경영철학이 내재된 선택이었다.
두산 탈바꿈 주도해
'M&A의 귀재', 'Mr. M&A', '구조조정 전문가'…
두산그룹에서의 활약상으로 박용만 회장에게 붙은 별명들이다. 박 회장은 1996년 창업 100주년을 맞아 전면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들어간 두산그룹을 진두지휘하며 17건의 M&A를 비롯한 그룹의 체질개선을 주도한 바 있다.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두산그룹은 OB맥주, 코카콜라, 네슬레 등 주류와 식품사업에 주력하는 소비재 기업이었다. 그러나 2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산그룹은 중공업 중심의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 인프라 지원사업) 기업으로 180도 변신했다.
'경박단소형' 소비재 기업에서 '중후장대형' ISB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익규모도 급증했다. 1998년 당시 3조4,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11년 기준 26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8배 가까이 성장했다. 10%대 초반에 불과했던 해외매출도 지난해에는 40%까지 육박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M&A와 해외사업 개척을 통해 두산그룹이 전세계 30개국에 걸쳐 3만9,000여명이 일하는 10대 그룹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박 회장이었다. 형님들이 수장 자리를 물려주기까지 박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두산그룹을 정상화시키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결국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박용현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두산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유쾌한 성격의 트위터 스타
"늦잠자고 운동하고 할거 다 하고 이제서야 성당을 왔으니 하느님이 이노옴 하실듯 ㅋㅋㅋ 여러분도 모두 은총 가득 받으세요 "
트위터 이외에도 박 회장의 소탈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는 다양하다. 박 회장은 소주와 막걸리를 즐기고 젊은 사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저녁 자리를 갖는 편이다. SBS 연예프로그램 '짝'에 출연했지만 파트너를 찾는 데 실패했던 자사 직원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평소 의전 없이 경영활동을 해 많은 에피소드도 낳고 있다. 2011년 말 박태준 전 총리의 빈소에 수행비서 없이 홀로 나타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평소 유머를 즐기는 박 회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2011년 만우절 때 있었던 문자사건이었다. 박 회장은 당일 아침 7시 그룹 임원에게 뜬금없이 "왜 안 와? 우리 먼저 식사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후 당황한 임원이 "오늘 조찬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죄송하다"고 답장을 보내자 "만우절특별조찬"이라고 위트를 날려 상대를 진땀빼게 했다. 조카에게도 "내가 빠리에 나가 몇 달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가 걱정하는 조카에게 "만우절특별파견"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기대치 충족 가능할까
젊은 수장이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면서 재계의 기대치도 한껏 높아진 상태다. 13만5,000여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총망라한 129년 역사의 경제단체 본산이다. 그만큼 대한상의 회장이 해줘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물론 박 회장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재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최근 재계가 처한 상황도 편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한상의 박용만호의 출항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다. 혁신과 소통을 강조하는 젊은 회장이 대한상의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주목된다.
역대 상의 회장은 상의 일 전념 위상 제고 정·관계와 관계 개선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임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며 그동안 대한상의를 이끌어오던 역대 회장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책임과 역할이 만만치 않은 만큼 대한상의 회장은 해당 시기 재계의 유력 인사들이 맡아 왔다. 박 회장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대한상의 회장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13명에 불과하다. 경성전기 사장 출신으로 초대 대한상의 회장을 지낸 이중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 불과 3개월밖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회장의 뒤를 급하게 이은 이세현 회장은 초대 회장 임기를 채우고 2대 회장으로 연임됐다. 이세현 회장은 강화도에 터를 잡았던 조양견지 사장 출신이다. 3대부터 5대까지 회장을 역임한 송대순 회장은 증권업계 회장으로는 유일하게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다. 대한증권 사장, 한국연합증권금융 사장을 역임한 송 회장은 1~4대, 10대, 15~18대, 21대, 25~27대 대한증권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 증권시장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바쁜 송 회장을 대신해 전용순 회장, 전택보 회장이 각각 3개월씩 대한상의를 이끌기도 했다. 대한상의의 위상이 지금과 같이 높아진 계기는 두산그룹 창업주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1967년 6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 회장은 당시 맡고 있던 동양맥주 사장직을 정수창 사장에 넘기고 대한상의 회장에 몰두, 1973년 타계할 때까지 기반을 닦았다. 박 회장의 뒤를 이어 쌍용양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성곤 회장이 8대 회장을 맡으며 경제단체로서의 대한상의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했다. 9대 회장을 지닌 태완선 회장은 상공부 장관을 역임한 정치인으로 대한중석광업 회장을 지낸 바 있다. 태 회장에 이어 10대 회장이 된 김영선 회장도 재무부 장관,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 등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다. 대한재보험 회장 자격으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게 됐다. 10~12대 회장을 맡은 정수창 회장은 전문경영인 출신 최고경영자로는 최초로 대한상의를 이끌었다. 이후 아시아태평양 상공회의소 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1988년 13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상하 회장은 16대까지 대한상의를 이끌며 IMF 외환위기에 성공적으로 맞섰다는 평을 듣는다. 17대 회장에 올라 18대까지 연임한 박용성 회장은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어 대한상의를 이끈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18~21대까지의 임기를 거치며 정ㆍ관계와 재계의 관계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을 듣는다. |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