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된 '연예병사' 16년 이모저모1997년부터 운영… 차인표·이휘재·윤종신 대표적붐 휴가150일·비 1년 71일 휴가 특혜 논란안마방 출입 세븐·상추 영창 10일 징계후 전방 배치연예인 문란한 군생활 도마… 결국 폐지로

비. /연합뉴스
수년 전부터 이런저런 비판을 받아온 연예병사(홍보지원대원) 제도가 전격 폐지됐다. 일부 연예병사들의 문란한 군 생활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연예병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건 2011년부터다. 당시 연예병사들이 휴가나 외출ㆍ외박 등에서 일반 병사들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올해 초엔 가수 비의 휴가일수와 나태한 군 생활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 최근 국군방송 위문열차 공연이 끝난 뒤 세븐과 상추 등 2명의 연예병사가 숙소를 무단이탈해 안마방을 출입한 게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연예병사에 대한 비난이 봇불을 이뤘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은 가열됐고, '연예병사'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결국 국방부는 연예병사 제도가 군 홍보와 장병사기 진작이라는 운영 취지와 달리 계속되는 사고로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보고 지난 달 18일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16년 역사를 이어온 연예병사 제도는 이렇게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로써 현역 연예병사는 야전부대로 재배치되고, 이후 입대하는 연예인들도 일반병으로 군생활을 해야 한다.숱한 화제를 불러온 연예병사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연예병사 제도는 군(軍) 홍보 목적으로 국방 홍보지원대가 설립된 1997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홍보지원중대 소속인 연예병사는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MC 등으로 활동한 현역병 중에 선발됐다.

정원은 20명으로 훈련소 퇴소 직후 선발되거나 야전부대에 배치된 이후 재분류 과정을 거쳐 선발되기도 했다. 연예병사들은 국방홍보원의 라디오부, 공연팀, TV부 등의 부서에 근무하면서 국방홍보물을 제작하거나 '위문열차'를 포함한 각종 공연에 참여했다.

초기 시절의 대표적인 연예병사는 차인표다. 1994년 입대한 차인표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였지만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때는 인기 연예인들의 현역 입대가 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예병사는 지금과는 달리 홍보활동과 군생활이 별개였다. 때문에 군생활은 군생활대로 하고, 틈틈이 홍보 영상을 찍어야만 했다. 일례로 1996년 병영드라마 '신고합니다'를 제작할 때 차인표는 육군 상병 월급 1만5,000원을 받으며 촬영에 임했다.

당시 그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3시간에 불과했다. 촬영일정에 쫓겨 불규칙한 생활을 계속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불었다. 이처럼 연예병사들은 연예인이기에 일반병사보다 더 고된 군생활을 하기도 했다.

싸이
MC 이휘재, 탤런트 구본승, 가수 윤종신과 아역 탤런트 출신 김수용도 초기 멤버였다. 그 후 배우 이훈, MC 서경석, 가수 홍경민ㆍ성시경, 배우 이준기 등 120여 명이 연예병사로 복무하면서 연예병사의 역사는 계속됐다.

성실한 복무로 호감

연예병사들 중엔 군대를 통해 운명이 바뀐 경우도 많다. 가수 와 이 대표적인 예다. 는 2003년 한 IT업체에서 병역특례요원으로 3년의 병역을 마쳤지만 부실 복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에겐 사방에서 날선 비난이 쏟아졌고,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결국 병무청은 2007년 에게 재입대를 통보했다. 당시 는 2주만 버티면 나이를 사유로 공익 입대가 가능했지만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재입대 초기 통신병으로 복무하던 는 연예병사로 보직을 변경했고 2009년 전역했다.

성실하게 군생활을 마친 는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불편한 시선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팬들은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강남스타일'이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세계에서 알아주는 가수로 거듭났다.

문희준
역시 군대에 가서 완전히 운명을 바꿨다. 군에 입대하기 전 '록커'를 표방하는 모습에서 10만 안티를 몰고 다녔다. 그러면서 우울증과 대면기피증을 앓기도 했다. 결국 그는 도망치듯 입대를 결정했다.

이후 은 성실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사이 대중들에게 시선은 달라져 있었다. 은 다시 팬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지금도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군대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연예병사도 있다. '샤방샤방' '곤드레만드레' 등의 히트곡으로 장윤정과 함께 차세대 트로트 스타로 우뚝 선 박현빈은 2002년 공군 입대 전에는 오페라 아리아만 부르던 성악도였다. 그는 공군 군악대 활동을 하면서 군 행사용으로 트로트를 불렀는데 성악으로 다져진 음색으로 지르는 바이브레이션은 그만의 필살기가 되면서 최근 트로트계의 아이돌로 각광받고 있다.

얼마전 KBS 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뮤지컬 배우 최재림도 성악도로 공군 중창단에서 활동하던 중 뮤지컬로 '전향'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 출신의 중창단 후배를 만나 뮤지컬에 빠져 매일 노래를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반면, 연예병사로 활동하면서 이미지를 되레 깎아먹은 연예인도 있다. 그 첫 사례는 가수 이다. 그는 2011년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군 입대한 연예사병의 근무 평정, 체력훈련·사격 점수, 포상·징계 내역'의 분석 결과가 공개되면서 연예병사 복무실태 논란이 중심에 섰다.

유승호. /연합뉴스
문제가 된 부분은 복무기간 중 휴가를 나온 횟수. 물론 만 지적을 받은 건 아니었다. 다이나믹 듀오의 최재호와 김윤성은 각각 129일과 117일의 휴가를 받고, 신화 출신의 앤디는 110일을 부대 밖에서 보냈다. 유엔 출신의 가수 김정훈(94일)과 배우 이동욱(91일), 배우 김재원(90일) 등도 장기간의 휴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휴가 논란 한가운데 선건 휴가를 무려 150일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1년10개월을 복무한 의 경우 군생활의 1/4 정도를 휴가로 보낸 셈이었다. 특이사항이 없는 일반사병의 정기휴가가 35일인 점을 감안하면 의 휴가일수는 일반사병보다 4배나 많다.

당시 일반 병사들의 박탈감은 극에 달했고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일로 과 국방부는 큰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은 연예병사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쁜예'로 회자되며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다.

가수 비 역시 휴가일수에 발목을 잡혀 곤욕을 치렀다. 비는 지난 1월 배우 김태희와의 열애설과 함께 365일 중 71일의 휴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비는 복무 중 영외 이탈, 탈모 보행 등의 문제로 근신 징계를 받았다.

특히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의 재입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예병사들이 경력 자료 등 필요한 서류를 내지 않은 채 '편법'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연예병사 경쟁률은 지원 서류를 제출한 후 3대1, 4대1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외쪽부터 세븐, 상추
비는 그나마 낫다. 가수 세븐과 상추는 재기 불능 상태의 데미지를 입었다. 이들은 지난6월 지방 행사를 마치고 모텔에 짐을 푼 뒤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사복차림으로 관계자들과 술을 마셨다. 이후 세븐과 상추는 별도로 안마시술소를 방문하다 언론에 포착돼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 당시는 비의 휴가일수 사태 이후 국방부가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만들어 복무규율을 강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사태가 잇따라 터지자 사방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론은 연예병사 제도가 회의적이라며 효용성을 문제삼았다.

국방부는 특별감사팀을 구성해 연예병사가 소속된 국방홍보지원대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결국 이 사건은 연예병사 제도가 폐지되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현직 연예병사 15명은 남은 복무 기간이 3개월 이내인 이들을 제외하고 복무 부대 재분류를 받게 됐다.

이 일로 세븐과 상추에겐 영창 10일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들 연예병사는 군의 징계보다 안마시술소를 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피하기'보다 '정면 돌파'

테이
입대 직전 미국 국적을 선택해 아직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유승준의 사례 이후 연예계의 군 문제는 '피하기'보다 '정면 돌파'로 바뀌기 시작했다. 차라리 당당히 군 생활을 마치고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예병사의 폐지가 연예인들의 입대 및 군 생활이 향후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연예병사라는 일종의 돌파구가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타들의 군 입대가 더 큰 각오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연예계는 대부분 연예인들이 '정면 돌파'를 선택할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모범적인 군 생활 사례는 이미지 상승에 큰 몫을 했다"며 "실제로 송중기나 이승기, 박기웅 등 입대를 압둔 스타들이 현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이기자 부대' 신교대 조교로


● 송중기 입대로 본 연예인 현역병은

송응철기자

배우 송중기의 현역 입대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역병 출신이거나 현재 복무 중인 연예인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중기는 오는 27일 춘천 102보충대로 입소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할 예정이다. 앞서 연예병사들의 군 기강 해이 문제로 국방홍보지원대원 제도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송중기는 국방홍보지원대원 제도가 폐지된 후 처음으로 입대하는 연예인이 됐다.

앞서 지난 3월엔 배우 유승호가 현역 입대했다. 그는 육군 '이기자부대'에서 신병교육대대 조교로 보직을 변경하며 군 전역까지 조교로 복무한다. 앞서 그는 일반 병사들과 함께 평범하게 군 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가수 역시 현역에 입대해 성실하게 복무 중이다. 지난해 9월 102보충대로 입소한 그는 제3군 사령부 군악대에서 복무하고 있다. 특히 는 연예병사 권유를 거절하고 일반병으로 복무키로 해 화제를 모았다.

가수 휘성도 현재 조교로 복무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 4월에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독사 조교'의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배우 천정명도 육군 30사단 신교대 조교로 복무를 마쳐 2009년 전역했다.

또 GOD 출신 김태우는 '이기자부대'로 불리는 27사단 수색대대에서, 윤계상은 강원도 양구의 21사단 백두산부대 수색중대에서 복무했다. 이밖에 현빈과 정석원, 송재희, 이정, 오종혁, 최필립 등은 해병대에서, 조인성과 유연석은 공군에서 복역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