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비율 12.2%… 6명이 노인1명 부양경제활동 참가율 31% 수준 "생활비에 보탬"이 가장 많아고령자 사망원인 1위는 암 1인당 진료비 293만원 황혼이혼 늘고 재혼도 증가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제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한다는 내용으로 격렬한 찬반논란을 일으켰던 연금정책의 배경에도 근본적으로는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이 있었다.

물론 '고령화'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0년대의 신문을 펼쳐봐도 "생활수준이 증가하면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표현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고령화시대'의 시작을 2000년대부터로 보고 있다. 그 즈음부터 우리나라가 고령화율(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는 때를 기준으로 삼는 이른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명 중 1명이 넘어 사회적 현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고령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고자 통계청에서는 '2013 고령자 통계' 자료를 발간, 우리 사회의 고령자들이 현재 어떤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아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를 살펴볼 대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고령자율)은 1970년의 3.1%에서 지속적으로 증가, 2013년 12.2%로 대폭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돼 2030년에는 24.3%, 2050년에는 37.4%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월등히 높았다. 2013년 고령자의 성비(여성인구 100명당 남성의 수)는 70.7이었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 및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 등으로 인해 남성 고령자의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2030년에는 고령자 성비가 81.1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살 날을 뜻하는 기대여명도 여성 고령자가 여전히 높다. 2011년 기준 여성 고령자의 기대여명은 21.9년으로 남성(17.4년)에 비해 높았다. 물론 70세(여성 17.6년, 남성 13.7년), 80세 고령자(여성 9.9년, 남성 7.7년)로 넘어갈수록 그 폭은 줄어들 전망이다.

고령화율이 높아가면서 노년부양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3년 노년부양비는 16.7로 생산가능인구 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는 꼴이다. 지금처럼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경우 2018년에는 생산가능인구 5명이 고령자 1명을, 2050년에는 1.4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 만만치 않아

고령자 증가에 비례해 노년부양비가 늘어나며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중 상당수는 부모 부양에 대해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22.3%)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제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 편이다.

2012년 기준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7%로 전년(29.5%)보다 1.2%p 늘어났다. 3명 중 1명꼴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0년 이후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살펴본 결과 2003년 28.7%에서 점차 증가하다가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던 2008년부터는 잠시 감소, 2011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55세부터 79세까지의 고령층 중 향후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59.9%로 전년(59.5)에 비해 0.9%p 늘어났다. 일하기 원하는 주된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54.8%)가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 때문'(36.9%)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고령층의 취업희망비율(73.9%)이 여성고령층(47.7%)보다 훨씬 높았다.

고령층이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은 급여수준이 아니었다. 2012년 기준 고령층 중 장래 근로 희망자들의 일자리 선택기준으로는 '일의 양과 시간대'(26.0%)가 가장 높았고 '임금수준'(24.8%), '계속 근로 가능성'(1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나눠봤을 때 남성 고령층(임금수준 26.1%)과 여성 고령층(일의 양과 시간대 34.8%)의 일자리 선택기준이 달라 눈길을 끌었다.

취업하고 있는 고령층의 급여는 높지 않았다. 임금근로자의 전체 평균 급여를 100.0으로 했을 때, 2012년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의 급여 수준은 77.7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 급여보다 높은 수준이었던 60세 이상 취업자의 급여 수준은 1994년 이후 100.0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 이후로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유지능력이 없어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받고 있는 수급자 중 고령자의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2012년 기준 전체 수급자 130만명 중 고령자의 비율은 28.9%를 차지했다. 고령자 중 수급자의 비율은 6.4%였으며 여성 고령자의 수급률(7.8%)이 남성 고령자(4.4%)보다 높았다.

진료비 줄이고자 건강관리에 최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중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자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주된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2012년 기준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인구 10만명당 852.9명이 사망했다. 뇌혈관질환(372.9명), 심장질환(367.1명), 폐렴(166.4명)이 뒤를 이었다. 성별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남성 고령자의 경우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의 순으로 높은 반면, 여성 고령자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순이었다.

고령자인 만큼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2012년 기준 건강보험의 고령자 진료비는 16조382억원으로 전체 48조2,439억원의 33.3%를 차지했다. 고령자율이 12.2%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 층보다 약 3배의 진료비를 쓴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1인당 고령자 진료비는 2012년 기준 293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5% 증가했으며 매년 늘어나고 있다.

천정부지로 늘어나는 진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건강관리에 철저하게 임하고 있다. 2012년 고령자 중 '정기 건강검진'을 실천하는 사람의 비중은 74.8%로 2010년의 65.2%보다 9.6%p 늘어났다. 또한 '규칙적 운동'을 실천한다는 고령자의 비중도 같은 기간 37.3%에서 39.7%로 늘어났다.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행 가져오는 황혼이혼?

예전과 달리 황혼이혼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배우자가 있는 고령자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주목됐다. 고령자 대부분이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이나 재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이혼건수는 11만4,316건이었다. 그 중 남성 고령자는 4,836건으로 전체의 4.2%, 여성 고령자는 1,955건으로 1.7%를 차지했다. 재혼건수는 남성 고령자가 2,449건, 여성 고령자가 912건으로 2005년에 비해 각각 1.6배, 2.2배 늘어나 눈길을 잡아맸다. 특히, 고령자의 '이혼 후' 재혼건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2005년에 비해 남성은 2.2배, 여성은 3.0배 늘어났다.

고령자들의 이혼에 대한 인식은 젊은 층에 비해 부정적인 편이었다. 2012년 기준 고령자의 73.4%가 이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대답해 비고령자(44.7%)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혼에 대한 긍정적 의견에서도 비고령자(11.7%)가 고령자(5.6%)보다 높아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배우자의 유무에 따라 삶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면, 직업, 건강 등을 모두 고려한 고령자의 주관적 만족감을 비교해본 결과 유배우자(27.6%)가 무배우자(15.1%)보다 높게 나타났다. 가족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와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 또한 무배우 고령자(44.7%, 58.6%)보다 유배우 고령자(50.9%, 69.2%)가 더 높게 나타났다.

배우자의 유무는 사회적 관계망, 건강 평가에서도 차이를 가져왔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유배우 고령자(75.5%)가 무배우 고령자(65.5%)보다 10.0%p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경우',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등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유배우 고령자(34.6%, 71.2%)의 비율이 무배우 고령자(27.0%, 63.0%)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평가하는 고령자는 유배우자(24.1%)의 비율이 무배우자(11.8%)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실제로 유병률에서 유배우자(56.9%)가 무배우자(67.4%)보다 낮게 나타났다. 문화예술 및 스포츠관람을 즐기는 비율도 유배우 고령자가 18.1%였던 데 반해 무배우 고령자는 7.3% 수준에 불과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 세계 최고 수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율, 노년부양비, 기대수명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2040년 주요 선진국의 고령화율은 2010년에 비해 1.4~1.6배, BRICs 국가들의 경우 1.4~3.0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도 발군이다. 한국의 2040년의 고령화율은 2010년 대비 2.9배로 브라질(2.6배), 중국(2.6배), 인도(2.0배) 보다도 높았다.

빠른 고령화율에 비례해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기준 선진국(영국 24.1, 독일 21.7, 프랑스 21.4)에 비해 낮은 수준(7.4)인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020년 이후 급속히 증가, 2040년(57.2)이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64.7)의 뒤를 바짝 쫓을 예정이다.

기대수명도 빠르게 늘어난 예정이다. 현재 주요 선진국(일본 83.5, 프랑스 81.7, 독일 80.7)과 비슷한 수준인 우리나라(80.8)의 기대수명은 2040년이 되면 일본(87.8)의 턱밑(86.0)까지 치고 올라갈 전망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