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60년 이후 최고령 검찰총장 특수통, 조직장악력에 최종 낙점김기춘 비서실장 커넥션 관심 투기·탈세·병역 3대의혹 극복해야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검찰총장 자리에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이 전격 내정됐다. 검찰에서 외길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로서는 무척이나 명예로운 자리겠지만, 최근 검찰 조직 내부 사정만 놓고 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검찰 조직은 지난해 말 검란 사태서부터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논란 및 사퇴에 이어 국정원 외압수사 의혹과 항명사태까지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다. 김 내정자에게 검찰총장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어찌됐건 사전에 후보군으로 분류된 4인방 중 결국 청와대의 선택은 김 내정자였다. 여권에서는 김 내정자를 두고 사상 초유의 내분사태로 치닫고 있는 검찰조직을 추스르고 재정비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는 있는 반면, 야권에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들며 '코드인사'로 치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13일 예정된 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갖가지 의혹들을 제시하며 만반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의 선택은 김진태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는 1952년 8월 15일 생이다. 올해 나이가 예순 둘이다. 늦은 법조계 입문 탓에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들 중에서도 나이가 꽤 많은 편이다. 심지어 한 기수 위인 황교안 법무장관보다도 다섯 살이나 위다. 김 내정자가 만약에 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1960년 이후 최고령 검찰총장에 해당한다.

고향은 경남 사천이다. 이른바 PK 인사다. 학창시절 지역 명문인 진주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대입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2학년 재학 중 자퇴서를 냈다. 이후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유신반대 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다. 민청학련 사건 당시 수사명단에 오르는 바람에 한동안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분명 악연인 셈이다.

권력형 비리 자주 다룬 특수통

법조계 입문이 늦었던 것은 그의 첫 직장이 금융권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졸업 후 한국은행에 취업했다. 이 때문에 검찰 조직 내부에 들어가서도 일선 검사들을 상대로 계좌추적 유형 및 방법 등 금융권 수사와 관련해 수 차례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검찰조직 내에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검찰 수사 일선에서 활동했던 시절, 굵직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을 많이 맡았다. 권력형 비리와 연루된 역대 유명인사들 중 그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1995년 대검 중수부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투입돼 노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1997년 한보그룹 사태 때는 한보 특혜 대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을 직접 조사했다. 1999년 인천지검 특수부장 시절 임창렬 전 경기지사를 구속했다. 2002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 비자금 수사를 맡아 외압과 관련한 외부의 우려와 달리 결국 끝까지 밀어붙여 구속까지 시켰다.

김 내정자가 비록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사긴 하지만, 기존 특수수사에 대해선 많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두고 '비주류 특수통'이라 칭하는 이유다. 평소 그는 측근들에게 기존 특수수사 관행에 대해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하는 특수수사는 안 된다'는 식의 개인적 견해를 사석에서 자주 밝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199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시절, 부장이었던 정홍원 총리와 자주 부딪혔다고 한다.

깐깐한 성격에 별명이 훈장

평검사 시절 그는 강단진 성격으로 알려진 정 총리와 맞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을 정도로 뚝심이 대단했던 인물로 회자된다. 이러한 성격 탓에 후배들에게는 한마디로 '무서운 선배'로 통했다고 한다. 심지어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밥을 먹을 만큼 먹었다는 부장검사들에게 까지도 마음에 안 들면 자주 호통을 쳤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별명이 '훈장'이다. 하지만 일에 있어선, 워낙 빈틈이 없을 정도로 꼼꼼해 후배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김 내정자는 불교와 한학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근세 불교사에 큰 행적을 남긴 수월 스님(1885~1928)을 흠모해 그의 행적을 뒤쫓은 <달을 듣는 강물>, <물속을 걸어가는 달> 등 두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유신정권에 맞섰던 대학시절, 도피생활 도중 고향의 다솔사에 몰래 들어가 3년간 행자생활을 했던 것이 큰 계기였다. 그는 '봉당'이라는 법명까지 갖고 있는 불자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그는 다수의 고전 서적들을 섭렵하며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김진태 앞에서 아는 체 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된 이들은 김 내정자를 포함해, 길태기 대검찰청 차장,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한명관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 총 네 명이었다. 14기인 김 내정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은 한 기수 아래인 15기 동기들이다. 모두 쟁쟁한 후보군이었지만, 최종적으로 김 내정자가 낙점 받은 배경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검찰 조직 내부에선 PK인사인 김 내정자의 지역 출신 성분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네 후보 중 김 내정자만이 유일한 특수통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세 후보는 기획통에 가까운 인사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의 주요부분이라 할 수 있는 특수수사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대체로 유순한 성품의 세 후보자들과 달리 깐깐하고도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김 내정자의 성품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검찰조직 내부를 다지고 안정시키는데 최적임자로 평가한 탓이 커 보인다. 이와 더불어 기수 또한 고려 대상이었다.

김기춘 커넥션 의혹

하지만 김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은 험란해 보인다. 야권에서는 그의 과거 행적을 놓고 한마디로 '코드인사'로 치부하고 있다. 영남권 인사라는 점은 차치해도, 무엇보다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관계다. 1991년 김 비서실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 내정자는 법무심의관실 평검사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 내정자는 김 비서실장이 지시한 기관들의 자료정리를 그 누구보다도 꼼꼼하게 수행해 눈에 들었다고 한다. 김 비서실장은 평소 "내가 아는 검사는 김진태 밖에 없다" "가장 뛰어난 검사"라고 김 내정자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현재 김 비서실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김 내정자에 대해"잘 모른다"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고, 김 내정자 역시 "각별한 인연은 없다"며 서로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두 사람은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발각된 '초원복집사건'과 간접적인 인연이 있다. 초원복집 사건이란 법무장관에서 퇴임한 김 비서실장이 당시 부산 지역 기관장을 불러 놓고 김영삼 당시 대선 후보의 당선을 밀기 위해 지원방안을 논의하다 정주영 전 현대회장의 통일국민당 일파에 발각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을 담당한 부장검사가 정홍원 국무총리였고, 김 내정자는 담당 검사였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참석한 이들 중 유일하게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됐지만 곧바로 선거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받아내 공소가 취소됐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김 내정자 발탁을 두고 '초원복집 커넥션 3인방이 정권에 들어섰다'고 힐난하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 악재들 만만찮아

김 내정자는 '코드인사' 논란 외에도 개인 신상과 관련한 갖가지 의혹들이 '넘어야 할 산'으로 버티고 있다.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은 투기 의혹이다. 김 내정자는 올해 공직자 재산신고과정에서 본인 명의 토지로 전남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의 밭(856㎡)과 대지(129㎡), 배우자 명의의 전남 광양시 황금동(6611㎡), 성황동(6825㎡) 임야 등 총 1억7,973만원을 신고했다. 호남지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순천에서 근무했을 당시, 은퇴 후 이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어서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율촌단지'등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투기 분위기가 조성된 곳들이다. 1988년 구입 당시보다 해당 지역 공시지가는 10배 이상 뛰었다. 또한 종전에 재산 목록에 들어 있었던 소장 동양화 몇 점은 아예 올해 재산목록에서 누락되는 등 재산신고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탈세 의혹도 김 내정자의 최종 임명에 큰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재산신고에서 김 내정자는 당시 21살, 22살이었던 장남과 장녀의 예금액을 각각 3,799만원과 3,965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올해 신고된 자녀들의 예금액은 각각 7,169만원과 7,392만원. 특히 장남의 경우, 이제 막 취업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산이 늘어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용돈과 세뱃돈으로 준 것을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시원치 않은 대목이다.

아들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 내정자의 아들 김 모씨는 2005년 '부동시'로 3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돌연, 2009년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아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불과 4년 만에 현역 대상자에서 병역 면제 혜택 대상자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문제는 아들 김 모씨가 3급 판정 이후 카투사, 공군 어학병, 해외봉사단 등 특수병과 모집에 끊임없이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육군 입대를 피해 비교적 여유로운 특수병과에 지원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결국 면제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이는 청문회에서 논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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