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기 헌재' 9인방 정치 성향은?

지난 10월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담배사업법 위헌확인 공개변론에 참석한 재판관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기석, 안창호, 이진성, 이정미 재판관, 박한철 소장, 조용호, 강일원, 김창종, 김이수 재판관.
모든 종류의 헌법재판 사건은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주심은 재판관들의 평의를 주도하고 공개변론 등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사실상 재판관 모두가 주심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진행하는 '5기 헌재' 9명의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5기 헌재 재판관 중 보수적인 인사들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다소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은 MB정부 시절 임명됐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2011년 초에, 김이수ㆍ이진성ㆍ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이 지난해 9월 새로 임명됐다. 여기에 지난 4월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현 체제가 완성됐다.

5기 재판관은 검사와 판사 고위직 출신들로만으로 구성돼 있다. 5기 헌재 체제가 시작된 지 채 1년이 안 됐고 세간의 주목을 끌 만한 큰 사건이 없었던 탓에 각 재판관들의 성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대체로 보수적 성향이라는 게 일반적 평이다.

검사 출신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석된다. 검사라는 업무 특성상 자신의 소임을 질서유지 및 방어에 두는 만큼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검사 출신인 박 헌재소장이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재판관으로서 보수적인 의견을 많이 낸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추모행사가 열렸던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에워싼 조치에 대해 합헌이라고 소수의견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안창호 재판관도 대검공안기획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법조계에선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이수 재판관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 재판관은 과거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64일간 구금됐다 석방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재판관을 추천한 것도 법관 시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

이정미·김창종 재판관 역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판단을 내리는 쪽으로 분류한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건에 따라 다른 성향의 의견을 내왔기 때문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긴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법조계 일각에선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많아 위헌 정당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반면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해야 하는 정당해산심판 사건인 만큼 그간 비교적 중립적인 판결 성향을 보여 왔던 다른 재판관들이 열쇠를 쥐게 되리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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