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력+티켓파워 송강호 '8천만의 사나이' 될까연극 무대서 10년간 연기 내공 '넘버3''JSA'거치며 대스타로자타 공인 '연기 잘하는 배우' 올 3연타석 '흥행 홈런' 예고

‘설국열차’ ‘관상’ 빅 히트… 복귀작‘변호인’ 도 대박 조짐

송강호가 돌아왔다. 올해 들어 이미 두 편의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송강호의 복귀작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변호인’이다.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두루 겸비하며 관객과 평단, 감독 및 후배 배우들 모두에게 첫손가락을 치켜들게 하는 송강호가 ‘변호인’으로 올해를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극에서 영화판으로

송강호는 1967년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자의 꿈을 꿨던 송강호는 경상대학교 방송연예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부산 지역 극단에서 본격적으로 연기수업을 받았다. 1991년 서울에 올라와 연우무대에 입단한 송강호는 연극 ‘동승’, ‘날아라 새들아’, ‘국물 있사옵니다’, ‘심수일과 이순애’, ‘지젤’, ‘비언소’ 등에 출연하며 10년 동안 탄탄한 연기력을 쌓았다.

연극무대에서 활약을 펼치던 송강호를 처음 카메라 앞에 세운 것은 홍상수 감독이었다. 송강호의 연극무대 선배인 김의성의 추천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에 출연한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
영화판에 발을 들인 송강호는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년)에서 날개를 달았다. 느물거리면서도 불량기 넘치는 건달 역할을 차지게 소화하며 충무로 관계자들의 눈에 든 것이다. 같은 해 개봉한 ‘넘버3’에서는 인상적인 사투리로 관객의 시선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해 송강호는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과 청룡영화제 최우수조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98년과 1999년 ‘조용한 가족’과 ‘쉬리’에 각각 출연하며 충무로의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선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과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서 완전히 스타반열에 올랐다. 이후 송강호가 걸어온 행보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해 출연한 ‘복수는 나의 것’, ‘YMCA 야구단’(2002년) 등에서 상반된 인물상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던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출연하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1,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괴물’(2006년)과 함께 지금까지도 송강호 최고의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은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시골형사를 맡아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후 송강호는 ‘밀양’(2007년), ‘박쥐’(2009년)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았던 영화를 통해 글로벌 배우로 거듭나기도 했다.

물론 송강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푸른 소금’(2011년)과 ‘하울링’(2012년)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평단과 관객들 중에서는 때마침 급속도로 입지가 높아진 김윤석과 비교하며 “송강호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할 정도였다.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한 것일까. 올해 송강호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미 개봉한 ‘설국열차’, ‘관상’(2013년)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개봉이 얼마 안 남은 ‘변호인’도 입소문을 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이미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남긴 송강호가 배우로서 가장 이상적인 성공탑을 쌓으리라는 예상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관상’
한국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 잘 하는’ 배우이다.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지난 4월 관객 2만3,3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강호는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4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2년 연속 이어진 흥행 실패로 등수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2년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4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일반 관객들의 평가뿐만이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가장 민감히 반응한다는 감독들의 평가는 더욱 후하다.

실제로 송강호는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로 꼽힌다.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감독 등은 저마다 송강호를 자신의 페르소나로 소개하기에 바쁘다. 신인 감독들이 “유명 감독들이 저마다 송강호를 지명하는 까닭에 우리에겐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는다”고 푸념할 정도다.

30대에 이미 한국의 대표 감독 중 하나로 거론된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는 불과 5편의 장편영화가 올라 있다. 그리고 송강호는 그중 3편에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06년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괴물’에서 또 한 번 환상의 호흡을 맞췄다. 올해 최대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설국열차’가 개봉할 때 봉준호 감독은 “아예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송강호 선배를 염두에 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의 송강호 사랑도 봉준호 감독 못지않다. ‘넘버3’(1997년), ‘쉬리’(1998년) 등에서 특색있는 연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조연급에 머물러 있던 송강호를 단숨에 주연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이후에도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2002년), ‘박쥐’(2009년), ‘청출어람’(2012년) 등에서 송강호와 찰떡 호흡을 맞췄다.

김지운 감독도 주저 없이 송강호를 페르소나로 꼽을 사람 중 하나다.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1998년)부터 ‘반칙왕’(2000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주요 영화들에서 송강호를 캐스팅, 적잖은 재미를 봤다.

물론 송강호가 유명 감독하고만 작품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송강호가 출연한 ‘효자동 이발사’나 ‘남극일기’, ‘우아한 세계’ 등은 각 감독의 데뷔작이거나 2번째 작품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중견과 신인 감독을 막론하고 가장 함께하고픈 배우가 된 셈이다.

가공할 티켓파워에 상복도 터져

연기파 배우 송강호의 다른 이름은 흥행보증수표다. 이는 그의 영화가 불러모은 관객 수로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1,302만명을 동원한 ‘괴물’부터 올해 흥행 2, 3위를 기록한 ‘설국열차’(933만명)와 ‘관상’(912만명), 그리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9만명), ‘쉬리’(621만명), ‘공동경비구역 JSA’(583만명), ‘의형제’(546만명), ‘살인의 추억’(526만명) 등 남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흥행작들을 필모그래피에 쌓아두고 있다. 그 결과 송강호는 우리나라 배우 중에서는 최초로 관객수 7,0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배우로서는 역대 최다 예매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사전 예매 1위 기록은 해당 배우의 티켓파워를 가늠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여러 요인들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흥행 기록과 달리 사전 예매는 제한된 외적 요인만으로 승부하는데 그중 주연배우가 지니는 티켓파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맥스무비에 따르면 ‘관상’은 송강호에게 14번째 예매 1위 기록을 안겼다. 송강호가 2002년 출연한 작품 중 사전 예매 1위에 오르지 못한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2002년)과 ‘밀양’(2007년)뿐이었다.

송강호는 상복도 많은 배우이다.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한국 영화 시상식에서 휩쓴 남우주연상만 해도 11개나 된다. 송강호가 주연으로 출연한 15편 중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도 7편이나 된다.

2013년 2,000만 관객몰이 할까

본래 송강호는 1년에 한 작품만 하는 배우로 유명했다. 데뷔 후 5년 동안 다작을 하긴 했지만 2003년부터는 1년에 딱 한편에만 출연하며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연달아 개봉하는 3편의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을 표현하며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봉한 송강호의 와 ‘관상’은 연달아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마지막 남은 ‘변호인’에서 200만명만 넘어서면 송강호는 2013년 한 해 동안 2,000만명을 끌어모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송강호 또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큰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변호인’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는 “앞서 선보인 두 작품 다 900만이었다. 아홉수도 아니고…”라며 1,000만 관객 돌파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역대 최고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송강호가 3연타석 홈런을 치며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hankooki.com

<관련기사> 사회적 울림 가져올 ‘변호인’

“잊히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변호인’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가 ‘변호인’ 출연을 제안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변호인’의 내용은 간단하고도 평범하다. 돈만 밝히던 고졸 출신 세무변호사가 자주 가던 국밥집 주인아주머니의 아들이 연관된 시국사건을 맡으면서 점차 인권에 눈을 뜨게 된다는, 어찌 보면 판에 박힌 스토리이다. 그러나 ‘변호인’에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담당했던 부림사건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부림사건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부림사건은 신군부 독재정권이 정권을 잡았던 제5공화국 초기 일어난 용공조작사건이다. 당시 신군부는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을 영장없이 체포한 뒤 20~60여 일간 불법 감금 및 구타ㆍ고문을 행했다. 검찰로부터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 징역 3~10년을 구형받은 부림사건 희생자들의 변론을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등이 맡았고 두 사람은 이를 시작으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변호인’의 제작진은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움직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 제작보고회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하지는 않았다”며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하긴 했지만 인물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치열한 시대에 상식적으로 살려고 했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변호인’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까닭이다. ‘변호인’에는 야권의 정신적 지주라고도 볼 수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정면으로 공안탄압에 맞서는 내용이 담겨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노 전 대통령으로 분한 송강호가 재판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국가입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주목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