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요 기획사 '지각변동'

#SM
그룹 '엑소' 국내외 섭렵… 중국선 광풍적 인기
시총 8400억 훌쩍 넘어… 줄곧 1위 '승승장구'

#YG
탄탄한 해외 마케팅으로 '강남 스타일' 대히트
컴백 2NE1 기대 못미쳐… 시총 5000억 내리막

#JYP
2PM 정규 앨범 '시큰둥'·원더걸스 활동 중단
각종 가요 시상식 '무관의 멍에'… 수출액도 감소

권불십년이라 했다. 아무리 탄탄한 권력도 10년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의미다. 가요계를 호령하고 한류를 진두지휘하는 3대 가요기획사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SM), YG엔터테인먼트(YG), JYP엔터테인먼트(JYP)의 3각 구도 역시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세 기획사가 자웅을 겨루고 어깨를 견주기 시작한 건 2007년. SM과 JYP를 대표하는 걸그룹인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등장하고, 2006년 데뷔한 YG의 빅뱅이 빛을 보기 시작한 때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세 연예기획사는 코스닥에도 상장돼 엔터주를 이끄는 대장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5년 남짓한 시간 만에 견고한 3각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코스닥 상장사인 세 곳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11월26일 종가 기준으로 SM의 시가총액은 8,486억 원. 코스닥 전체 15위에 해당된다. 어닝 쇼크에 허덕이기 전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약 40% 폭락했지만 최근 3개월의 동향을 보면 약 30% 다시 상승하며 청신호를 밝혔다.

YG의 2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5,181억 원. 코스닥 32위이고 지난 4월 8만원대까지 상승한 후에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에 비해 JYP의 시가총액은 1,443억 원에 불과하다.

물론 수치화 시킬 수 없는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를 단순히 시가총액 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산업화되면서 '콘텐츠의 성공'이 곧 '돈의 크기'로 치환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한류라는 이름 아래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해외 수출 규모를 따져보는 것도 유의미하다. 일본 중국을 넘어 미주와 유럽까지 진출하며 해외에서 거두는 수익 규모가 국내를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회 교육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음악 산업 상장사 수출액 자료에 따르면 SM의 지난해 수출액 규모는 1,036억 원이었다. YG는 534억 원, JYP는 13억 원에 그쳤다.

단순히 수출액 규모만 따지면 1강1중1약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성장세다. SM은 2011년 480억 원에서 2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2011년 318억 원의 수출 성과를 올렸던 YG 역시 216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JYP는 28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수출액이 줄었다. 명쾌한 희비삼곡선이다.

#SM의 이유있는 1등 행보

SM은 1995년 설립 이후 줄곧 1등이었다. 적절한 바통 터치가 롱런의 비결이었다. HOT와 SES, 신화, 플라이투더 스카이가 2000년 초반까지 가요계를 주름잡았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이 릴레이 데뷔했다.

지난해 11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매출로 주가가 이틀 연속 곤두박질치며 위기론이 대두됐다. 미주와 유럽 시장을 먼저 다졌지만 YG에 몸담고 있는 싸이의 메가톤급 성장으로 SM의 사세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M은 역시 '젊은 피'로 위기를 타개했다. 신인 그룹 '엑소(EXO)'가 단기간에 국내와 해외 시장을 섭렵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는 것이다. 4명의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엑소는 현지화 전략에 성공했다. 이미 중국 내에서 엑소의 CF 출연료는 '부르는 게 값'이 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13억 중국 인구를 움직인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내게 될 것이다. 오랜 기간 아이돌 가수들을 배출하며 쌓인 노하우가 집약된 그룹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게다가 SM은 앨범 판매량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엑소는 국내 누적 앨범 판매량 100만장을 앞두고 있다. 가온 차트 기준으로 상반기 앨범 판매량을 보면 조용필을 제외하고 SM 소속인 소녀시대 엑소 샤이니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SM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SM은 현재 자회사 SM C&C를 통해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만들었고 현재는 MBC '미스코리아'와 KBS 2TV '총리와 나'를 준비 중이다. SBS '맨발의 친구들'과 MBC '스타 다이빙 스플래시' 등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을 동시에 구성하며 허브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갈 길 바쁜 YG

지난해에는 YG가 대세였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성공 뒤에는 YG의 탄탄한 해외 마케팅 시스템이 있었다. '강남 스타일'은 YG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싸이의 성공은 YG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또한 YG는 현 정권이 가장 신뢰하는 연예기획사로 불리고 있다. YG의 수장인 양현석 대표의 친동생이자 YG의 등기대표이사인 양민석 대표는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연예기획사로는 YG가 유일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공략에 공을 들이는 YG와 중국 시장 및 문화 콘텐츠 활성화에 관심이 높은 현 정권의 코드가 잘 맞았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어 박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때도 동행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올해 YG의 성적표는 그리 신통치 않다. SBS 'K팝 스타' 출신인 이하이를 영입해 올해 초 강세를 보였지만 오랜만에 컴백한 2NE1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다. 최근 발표한 '그리워해요'도 그룹 씨스타의 멤버 효린이 신곡을 발표하자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YG=음원 1등'이라는 등식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지드래곤 태양 탑 등의 신곡도 한 차례씩 1위에 올랐지만 예전같이 롱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YG의 가장 큰 약점은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다. 빅뱅과 2NE1 등 원투 펀치가 강하지만 새 바람을 몰고 올 신인 그룹의 발표가 더디고 주요 아티스트들의 공백도 긴 편이다.

최근 YG의 신인 육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케이블 채널 Mnet 'WIN'이 우승자를 배출하고 배우 차승원 장현성 등의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 다른 가요계 인사는 "YG는 3대 기획사 중 가장 분명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색을 변주하는 데는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고 꼬집었다.

#절치부심이 필요한 JYP

11월 연이어 열린 두 번의 가요 시상식에서 SM이 '장군'을 불렀고, YG가 '멍군'으로 응수했다. SM은 '2013 MMA(Melon Music Awards)'에서 샤이니와 EXO가 대상에 해당되는 '올해의 아티스트상'과 '올해의 베스트송'을 각각 차지했다. 샤이니는 본상에 해당되는 TOP10을, 엑소는 TOP10과 네티즌 인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후 열린 '2013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는 양상이 바뀌었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대상 격인 '올해의 가수상'뿐만 아니라 '남자 가수상'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솔로' '베스트 뮤직비디오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걸그룹 2NE1의 멤버 씨엘은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여자 솔로상'을 수상하며 힘을 보탰다. 총 5개 부문을 YG가 독식한 셈이다.

하지만 JYP는 어디에도 없었다. '2013 MAMA'에서 JYP 소속 가수인 선미 만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JYP는 'MMA'에 이어 'MAMA'에서도 결국 무관의 멍에를 썼다. 'MAMA'가 진행되는 동안 JYP 소속 미쓰에이는 '청룡영화상'의 축하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2PM은 올해 3월과 5월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나 반향은 크지 않았다. 원더걸스는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고, 원더걸스 탈퇴 후 솔로로 전향한 선미 역시 '찻 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현재 미쓰에이가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예전 JYP의 명성을 감안하면 아직 배가 고프다.

더 이상 배우로서 수지에게 기댈 수는 없다. 수지는 올해 MBC '구가의 서'까지 성공시키며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지만 수지를 이을 만한 후속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박진영이 직접 영입한 'K팝 스타' 출신 박지민과 백아연도 YG의 이하이의 파괴력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박진영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원더걸스의 '텔 미'와 '노바디', 2PM의 '어게인 앤 어게인' 등 JYP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확실한 '한 방'을 보여줬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박진영의 존재가 너무 두드러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박진영은 JYP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JYP가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박진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JYP의 부활이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