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ML 데뷔해 14승 쾌거
이건희 영업이익 10조 사상최대
송강호 2000만 관객 '흥행 홈런' 눈앞
박인비 '올해의 선수'… 신동엽 '제2 전성기'
서청원 7선 복귀·안철수 신당 본격화 '분주'
이석기·강동희·고영욱 등 구속 '암울한 한해'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그 어떤 때보다 사건이 많았던 2013년이니만큼 각계각층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 있는가 하면 최고의 자리에서 추락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연예, 스포츠 분야의 '뜬 별', '진 별'을 선정, 그 배경을 살펴봤다.

돌아온 의원들 강세

올해 정치권에서는 중진과 기대가 큰 신예가 국회에 입성해 주목을 받았다. 새누리당 김무성ㆍ이완구 의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4ㆍ24 재보선을 통해, 서청원 의원은 10ㆍ4 재보선으로 의정 무대에 서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은 여의도에 재입성하면서 당장 당대표 1순위로 거론됐고,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으로 일부 이미지에 손상을 입기도 했지만 올해 '뜬'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이완구 의원은 충청권에서 '포스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유력 주자로 꼽히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유기준ㆍ홍문종ㆍ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국가경쟁력강화 포럼'의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당내 주류와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기념하는 '운정회' 창립을 주도하며 충청권 세력을 확장하는 등 각종 모임에서 외연을 넓히며 차기 당권주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또한 충청권을 대표하는 인사로 무게감을 높이면서 박근혜정부 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정치인 중 한 사람은 서청원 의원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표 출신으로 친박계 좌장으로 꼽히는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의 국회 입성으로 김무성 의원에 쏠렸던 친박계의 추가 서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고 평가될 정도다.

서 의원은 현역의원 가운데 최다선인 7선 의원으로 차기 당 대표, 또는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그가 어떤 위치에 있든 당의 '어른'이자 친박계 좌장으로서의 정치적 파워는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금배지를 단 안철수 의원은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다. 지난 대선 후 한동안 미국에 머물던 안의원은 4ㆍ24 재보선에서 노원병에 출마, 당선돼 정치활동을 전개하면서 뉴스의 초점이 됐다. 안 의원은 초선으로서 의정활동에선 평균 성적을 거뒀지만 정치권'제3세력'으로 중진 이상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안 의원은 지난 6월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출범시키며 세력화에 시동을 건데 이어 최근에는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며 창당 행보를 본격화,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부침을 거듭했다. 김 대표는 비주류에 머물다 당 대표에 올라 주목을 받았지만 줄곧 리더십 부재 논란에 시달렸다.

문재인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친 노무현)계의 중심으로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대권' 재도전을 선언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치권의 '진 별'에는 현역 의원 출신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우선 꼽힌다. 이 의원은 'RO(Revolution Organization)'라는 비밀조직을 통해 전시에 남한체제 전복을 위해 인명 살상과 후방 교란을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는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켰고, 국정원은 내란음모ㆍ선동 및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찬양 등 혐의로 구속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개인은 물론 국가 망신까지 초래한 올해 '굴욕'의 인물로꼽힌다. 지난 5월 박 대통령 방미수행 중 한국대사관이 현지에서 채용한 한국계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전 대변인은 경질 이후 잠적, 소환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추징금 환수 논란을 가져온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북한의 숙청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진 별'로 분류된다.

연이은 총수 구속에 냉랭

올해 경제계에서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은 "기업 못해먹겠다"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문을 닫은 기업들이 부지기수였고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이어진 사정기관의 압박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철창행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주목받은 기업인들은 존재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며 혁신을 주문했던 이 회장은 올해 "변화의 심장이 뛴다"는 화두를 던지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실적도 좋았다. 삼성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59조원의 매출과 1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두산그룹의 수장에 오른 박용만 회장은 올해 최대 종합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장에 선출되며 2년 연속 경사를 치렀다. 박 회장의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제치고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떠올랐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 신임국장에 오른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올해의 '뜬 별'로 꼽을 만하다.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기구 중 하나인 IMF의 고위직에 한국인이 진출하는 첫 사례로 IMF 총재와 4명의 부총재를 제외하고 실무급에서 최고위직인 국장 자리에 한국인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재계 총수 중 박근혜정부에서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인물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78억원의 배임ㆍ횡령ㆍ탈세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됐다가 만성 신부전증 등에 따른 신장 이식 수술을 이유로 구속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리고 5개월 만인 지난 17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올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현 회장은 세간을 뜨겁게 달군 '동양 사태'의 주범으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양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이후 현 회장은 부적절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과 계열사 간 자금거래 혐의 등으로 구속 위기에 놓여 있다.

효성그룹은 IMF외환위기 이후 1조원대 손실을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이용, 1,000억원대의 차명재산을 운영하면서 법인세 및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효성그룹의 총수로 해당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석래 회장 또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뜨거운 감자'된 국정원 대선개입

올해 사회 분야에서 '뜬 별'로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꼽힌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권 과장은 경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다 수사 중 전보발령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의 은폐 및 축소 지시가 있었다는 권 과장의 폭로로 당시 수사를 최종 지시하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물은 아니지만 대안언론으로 새롭게 자리잡은 뉴스타파팀도 올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2012년 해직언론인들을 중심으로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 기업인 명단을 공개하고, 제주 강정마을 폭력 사태를 조명하는 등 기존 언론이 외면한 사건들을 주목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2013년 내내 정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해당 사건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국정원장 시절 인터넷을 이용한 댓글작업 등을 지시,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원 전 원장은 해당 혐의로는 불구속 처리됐지만 개인비리로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원 전 원장의 수사 여파는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 전 총장에게도 미쳤다. 취임 초기 과감한 개혁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CJ 비자금 의혹, 원전비리 수사 등에 총력을 기울이며 호평을 들었던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이 일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정부의 '찍어내기' 논란과 함께 여야 대립을 불러왔다.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진 별'로 꼽혔다. 박근혜정부 검찰총장 후보 1순위에 이름을 올리던 김 전 차관은 '추문'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졌다.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미성년자 성추행에 도박까지

올해 연예계에서 두드러지게 '뜬 별'은 MC 신동엽이다. 지상파, 케이블을 넘나들며 10여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신동엽은 최근 불어오는 19금 바람을 타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시기 몸을 움츠렸던 신동엽은 '농도 짙은 말발'을 이용,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배우 송강호가 올해 대박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본래 1년에 한 작품만 출연하며 집중력을 보여왔던 송강호는 올해 3편의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인물을 표현했다. 올해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설국열차'와 '관상'은 연달아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변호인' 또한 큰 성공이 기대되는 상황이라 한 해 2,0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원을 세울지 주목된다.

가요계에서는 '가왕' 조용필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는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앨범 판매량도 25만장을 넘어섰다. 가요계의 트렌드가 된 조용필은 15년 만에 일본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반면 프로포폴 투약, 도박, 자살 등 유난히도 사건ㆍ사고가 많았던 올해 연예계에서도 특히 시끄러웠던 인물들이 있다. 그룹 룰라 출신의 고영욱과 배우 박시후는 성추행 추문으로 추락했다. 고영욱은 13세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현재 안양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박시후는 연예인 지망생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수개월에 걸친 진흙탕 싸움 끝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 사건 자체는 종료됐지만 박시후는 '청담동 앨리스'에서 큰 인기를 얻은 직후 해당 사건을 겪으며 이미지가 급 추락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프로포폴 사건에 연루된 배우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는 불법 투약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연예인 불법 도박 사건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개그맨 김용만은 올해 초 10억원대 불법 도박을 한 혐의가 드러났고 개그맨 이수근, 가수 탁재훈, 토니안, 앤디 등도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기소, 현재 재판 중이다.

해외에서 낭보 이어져

올해 스포츠계에서는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메이저리그 입성 첫해를 맞은 류현진은 IMF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던 박찬호 이상의 성과를 내며 눈길을 끌었다. 올해 14승 8패 방어율 3.00을 기록,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치른 류현진은 한국인 투수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타자로는 추신수가 눈길을 끌었다. 추신수는 올해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6명이 11번밖에 기록하지 못한 한 시즌 20홈런-20도루-100안타-100볼넷-300출루를 달성하며 최고의 톱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자유계약선수(FA)인 추신수를 놓고 디트로이트를 포함해 뉴욕 양키스, 텍사스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이 박찬호를 넘어섰다면 박인비는 박세리의 성과를 훌쩍 뛰어넘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 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가 됐다. 또한 박인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빙상의 여제' 이상화는 올해 김연아보다 더욱 많은 찬사를 받았다. 월드컵 6차 대회를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신기록을 네 차례나 갈아치우는 위업을 세웠기 때문이다. 36초94에 머물러있던 세계신기록은 이상화의 활약으로 36초36까지 단축됐다.

감독 출신 중에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이후 대표팀은 3승3무4패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월드컵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을 듣는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통합 3연패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타 중 '진 별'로는 승부조작사태로 물러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꼽힌다. 브로커들에게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강동희 감독은 한국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영구제명되며 농구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을 조2위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지만 점차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으면서 결국 옷을 벗어야만 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격이었던 박주영 역시 2년 연속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벤치워머로만 머무르며 이제는 월드컵의 복귀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