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이상설 '식물인간' 가능성… 사망땐 北 권력구도 대변화 불가피김일성 직계 뜻하는 '백두 혈통'… 張 숙청이후 김정은 정권 버팀목최근 공개석상 자취감춰 '신변 이상'…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 외신 보도北 권력 변화… 군부 입김 거세질듯

김경희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거취를 놓고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망설부터 위독설, 식물인간설, 심지어 자살설까지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는 가 북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말해주는 것으로 신변 이상일 경우 북한 권력의 대변화를 예고한다.

는 김일성 직계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동생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이다. 또한 북한의 최대 현안인 경제, 그 중에서도 물자 보급을 총괄하는 경공업 부장이기도 하다.

는 김정일 사후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체제를 가능케한 양축이었다. 장성택 숙청 이후에는 김정은 정권의 가장 큰 버팀목인 셈이다. 그런 가 사망할 경우 북한 권력구도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는 곧바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식물인간에 가까운 상태"

1966년 당시 김일성(가운데)과 김정일(왼쪽)·김경희 남매의 사진.
최근 당 비서에 관한 국내외 소식을 종합하면 '신변 이상'은 분명한 듯하다.

는 지난해 9월9일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 열병식과 같은달 인민내부군 협주단 공연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공개 석상에 자취를 감춰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는 장성택 처형 후 발표된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의 장의위원 명단에 6번째로 이름을 올려 외견상 정치적 위상은 지켰지만 김국태 장례식(12월16일), 김정일 2주기 행사(12월17일) 등 중요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내외 다수 언론은 가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사실상 식물인간에 가까운 상태라고 전했다. 언론에 따르면 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았으며 몸무게가 35㎏에 불과할 정도로 쇠약해져 있다고 한다.

앞서 한국 일부 언론은 가 이미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 당국자는 "한국의 일부 언론보도처럼 가 사망한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북한체제에서 성골(聖骨)인 가 사망할 경우 각종 언론에 부고를 내고,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을 전후해 가 혼수상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남편의 처형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가 멀쩡했다면 실각은 몰라도 장성택의 처형까지는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혈통, 불행한 가정사

는 1946년 김일성과 김정숙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4살 아래 동생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로 소위 '백두혈통'의 핵심 축이다. 3살 때 생모를 잃고 6ㆍ25 전쟁 당시 중국 지린성으로 피난하는 등 격동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 당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75년 당 중앙위원회 국제부 1과 과장에 선출되면서부터다. 앞서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이후인 1971년부터는 민주여성동맹중앙위원회의 집행부 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국제부 1과 과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는 자리만 꿰차고 있었던 인물이 아니었다. 와 함께 국제부에서 사업했던 이들은 그가 당시 2과장이었던 김용순과 함께 국제부의 대부분 사항을 결정하는 실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영향력을 쌓아왔다. 그 끝에 북한 내에서 김정일 앞에서도 감정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김정일의 세 아들들조차도 감히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김정일의 두터운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정일은 어릴 때부터 를 유난히 아꼈던 데다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신뢰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의 말 만큼은 다 들었다고 할 정도다.

는 북한의 현안 가운데 특히 경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실제 는 당의 경제일꾼들을 거느리고 해외의 대기업들을 직접 시찰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기도 했다.

가 담당하는 경공업 부장 자리는 북한 물자 수급을 총괄하는 막중한 위치로 김정일의 동생이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가진 지만 가족사는 불행했다. 먼저 지난해 12월12일 처형된 남편 장성택과의 결혼생활이 원활하지 않았다.

는 1960년대 말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인 장성택과 사랑에 빠졌다. 김일성은 첫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를 너무 아낀 나머지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했다. 장성택의 신분 때문이었다. 김일성은 둘이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장성택을 원산으로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는 몰래 장성택과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이들은 1972년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는 장성택과 30여년간 별거했다. 같이 산 건 10년 남짓이다. 사실상 남남인 셈이다.

두 사람 사이가 멀어진 건 가 일방적으로 좋아서 한 결혼인데다 북한에서 각자의 중책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후문이다. 일설에 장성택의 여자관계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별거와 연결짓는 것은 부풀려진 소문이라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 고위층과도 인연이 있는 한 소식통은 "가 아이를 더 낳지 못하게 된 이후 소원하게 지냈는데 무남독녀인 장금송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두 사람 사이를 완전히 갈라놨다"고 말했다.

장금송은 29살이던 2006년 프랑스 파리의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집안에서 출신 성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평양 귀환을 독촉받자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컸다. 는 당시 최고인민회의 제 11기 대의원회의를 끝으로 정치무대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 시기 는 알콜중독과 우울증으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 다시 정치에 복귀한 건 3년 후인 2009년이었다.

김정은 체제 버팀목, 이후는?

이후 는 2010년에는 북한 여성 최초로 인민군 대장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남편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했다.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에는 가장 든든한 김정은의 후견세력으로 평가돼 왔다.

의 거취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오는 3월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게 되면 의 상태가 좀 더 분명해질 전망이다. 만일 그 이전에 가 사망할 경우 북한의 권력구도는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다수 언론이 보도하듯 가 '식물인간'상태라면 최고인민회의에서 에 관한 어떠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가 '신변 이상' 상태에서는 장성택 처형 후 권력을 되찾은 군부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가 담당한 북한 경제의 한 축인 경공업 부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의 '빈자리'와 관련, 백두혈통으로 분류되는 김정은의 이복누이 김설송과 친여동생 김여정, 그리고 부인 리설주 등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에서 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비서와 군수ㆍ일반 물자를 총괄하는 지위"라며 "이중 당비서 지위와 역할은 김여정에게 넘기고, 경제 및 물자 관련 부분은 김설송에게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여정은 비서국에서 김정은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김여정의 나이가 올해 27살로 의 일부 역할을 하기엔 아직 어리다. 때문에 김설송이 더 주목받는 상황이다.

김설송은 내각경공업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며 북한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설송은 북한 경제에 대해 수시로 에게 보고하고 많은 대화를 나눠 왔다고 한다. 김설송의 남편인 신복남은 숨은 실세로 '돈줄'인 경제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김정은이 가장 신뢰할 만한 인물인 리설주의 역할도 주목된다. 일부에선 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리설주가 에 버금가는 권력을 차지하기엔 장벽들이 많다.

그럼에도 장성택에 이어 마저 사라질 경우 북한내 권력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 북한 소식통은 "북한 권력 내부에서는 장성택의 뒤를 이은 2인자 경쟁과 의 뒤를 이을 세 여인의 숨막히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