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포스트 최태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 사장은 일찍이 그룹내에서 높은 위상을 보유해왔다. 최 회장이 지난해 1월말 법정 구속된 이후 비상경영체제 하의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존재감을 뽐냈다.

여기에 최근 전략위원회 산하에 사업관리부문이 추가됐다.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라는 게 그룹 안팎의 견해. 이를 두고 하 사장이 최 회장 공백에 따른 그룹의 과도기에 그룹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최태원 사단'에 실력 겸비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동래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2년 SK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했다. 이후 1996년 SK텔레콤 구매팀장, 1999년 자금팀장 등을 거쳐 2002년 경영기획실장, 2004년 전략본부장 등 재무와 전략 부서를 두루 거친 '재무통'이다.

하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회장은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대한텔레콤(현 SK C&C)을 설립했다. 동시에 그룹 안팎에서 직접 인재들을 뽑아 대한텔레콤 인맥을 만들었다.

당시 하 사장은 최 회장 눈에 띄면서 대한텔레콤에 몸을 담게 됐다. 대한텔레콤 인맥은 그룹 내에서 '성골(聖骨)'로 꼽힌다. 그룹 안팎에서 이들이 '최태원 친위대'로 불리는 이유다. 최태원 회장과의 인연이 전부가 아니다. 탄탄한 실력까지 겸비했다.

하 사장은 특히 인수합병(M&A)에 두각을 드러냈다. 굵직한 M&A는 모두 하 사장의 손을 거쳤다. 2002년 신세기통신과 2008년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역시 하 사장 작품이다.

이처럼 하 사장이 굵직한 M&A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바로 '속도'와 '실행력'이다. 모든 회의는 1시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 급변하는 통신 환경에서 느린 의사결정이야말로 기업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병폐라는 게 하 사장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인후 이후 2010년 1,198억원, 2011년 142억원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그룹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유선 사업과 관련한 뚜렷한 전략 없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 일로 하 사장은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다는 게 SK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2012년 225억원 흑자에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06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업이 본격 안정화에 접어들며 인수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경영과 위기관리 수완 발군

이뿐만이 아니다. 하 사장은 경영면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초당과금제와 무선 데이터 인프라 증설,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 등을 지휘해왔다. SK텔레콤의 체질을 기존 음성통화 중심에서 무선 데이터로 바꾼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통신과 이기종 간 융합에도 힘을 써왔다. 르노삼성자동차에 모바일 제어 기술(MIV)을 탑재하는 등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을 중점 연구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내부에서는 MIV를 통한 매출이 향후 몇 년 간 매년 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기대 중이다.

위기 극복 능력도 발군이다. 2009년 경쟁사 KT의 '아이폰' 공세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맞서는 등 탁월한 수완을 보여줬다. 또 당시 삼성전자와의 공조에서 역량을 발휘해 갤럭시S 마케팅을 적극 펼치며 200만대에 육박한 판매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3월20일 통신 장애 사태 당시에도 위기관리 리더십이 빛났다. 이날 가입자 확인 모듈의 장애로 인해 최대 560만 명에 달하는 자사 고객들이 수·발신에 장애를 겪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불편을 겪은 고객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하 사장은 다음날 직접 브리핑을 열고 불편을 겪은 560만명 외 SK텔레콤 고객 2,700만명을 전원을 보상하는 '통큰' 결정을 내렸다. 자사 약관과 상관없이 적극 보상하는 것은 물론 장비 보강과 안전장치 강화 등 시스템 강화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창사 이래 최고의 통화품질을 자부해왔지만 통신장애로 깊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며, 근본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챙길 것을 다짐했다. 이처럼 빠르고 적극적은 대처로 고객들의 불만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컨트롤타워' 품에

이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하 사장은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최태원 SK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하 사장은 비상경영체제 그룹을 이끄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6인 중 한명으로 선임된 게 단적인 사례다. 하 사장의 역할은 '전략위원회 위원장'이다.

하 사장은 각기 다른 위원장을 맡은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글로벌성장위원장), 김영태 SK 사장(커뮤니케이션위원장), 정철길 SK C&C 사장(윤리경영위원장), 김재열 SK 부회장(동반성장위원장) 등 중에서 최연소다.

여기에 지난 3월 초 지주사인 SK의 사업관리부문을 전략위원회 산하로 옮기면서 하 사장의 위상은 격상됐다. 부문 산하에는 사업관리1~3실이 있다. 부문장은 전무급이고 실장은 상무급. 부문 전체에 30여명 안팎의 그룹 내 '최정예 직원'들이 배치됐다.

비교적 소규모의 조직이지만 사실상 '컨트롤타워'라는 게 SK그룹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각실 별로 에너지와 통신, 기타 계열사의 사업계획과 실적, 예산 등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결국 그룹 전체가 전략위원회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통해 하 사장은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경영 복귀가 어려운 최 회장을 대신할 '포스트 최태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SK그룹 안팎에선 하 사장이 그룹의 과도기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 사장으로선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당장 SK텔레콤만 해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특히 급변하는 통신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발빠른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