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출범총선 판세 좌우할 특급변수, 당선 축하금 등 밝혀질 땐 盧에 치명타

지뢰밭에 갇힌 與, 생환할까?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출범
총선 판세 좌우할 특급변수, 당선 축하금 등 밝혀질 땐 盧에 치명타


정치권의 시선이 서울 반포동 홍익대 강남교육원 빌딩으로 향하고 있다. 4ㆍ15 총선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6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와 함께 총선의 판세를 좌우할 3대 변수로 꼽힐 만큼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높은 '특급 뇌관'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철 기자

이에 따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사실상 90일간 잡혀 있는 특검 수사기간 내내 긴장된 나날을 맞게 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측근 비리의 실체가 대충 걸러진 측면도 없지 않지만, 특검의 속성상 전혀 예상치 못한 수사 결과가 돌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특검은 검찰 수사 결과와 여론을 의식해 고강도 수사를 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검찰이 찾아내지 못한 노 대통령과 측근 비리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밝혀낼 경우 여권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특검은 특히 수사 대상이 노 대통령의 측근만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노 대통령도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특검 수사 방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특검 수사 일정도 청와대와 여권을 곤혹스럽게 한다. 수사가 3개월간 이뤄질 경우 4ㆍ15 총선을 코앞에 둔 4월4일 종료되는 데다, 특검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수사 결과가 고스란히 총선 정국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 대나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할 김진홍 특검팀이 ‘시한폭탄’을 싣고 70여명의 수사진과 함께 90일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김 특검은 법안에 명시된 대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금품수수 의혹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썬앤문그룹 비리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금품수수 의혹 등을 1차적인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김 특검은 검찰이 “신빙성이 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린 이들 3대 의혹을 파헤쳐, 일부 사안에 대해 단순한 개인 비리 차원이 아니라 대가성 또는 ‘노 대통령 사전 인지’에 의한 권력형 비리를 입증만 하더라도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특검 수사에서 굵직한 측근 비리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치명상을 입게 되고, 노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하야ㆍ탄핵 공세는 더욱 격화할 것이다.

하지만 김 특검은 검찰이 이미 훑고 가 김이 빠져버린 이들 3대 의혹 수사에 만족하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특검이 정조준 할 타깃은 어디가 될까. 바로 검찰에서 손을 대지 않은 노 대통령 측근들의 대선 당선 축하금 수수 의혹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최 전 비서관이 대선 직후 노 대통령의 아들 결혼식 즈음 SK로부터 받았다는 11억원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고 노 후보측에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제공한 대기업들이 노 대통령의 당선 이후 ‘보험금’ 성격으로, 이 후보측에 제공한 자금과의 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대통령 측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돈 세례를 퍼부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대기업이 이 후보측에 100억~150억원 대의 거액을 건넨 것은 그의 당선을 예상했기 때문인데, 정작 대선 결과가 거꾸로 나왔을 때 그냥 있었겠느냐”면서 “노 대통령 주변에는 공자님과 부처님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를 지켜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 수사를 통해 노 대통령 측근들이 당선 축하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 대통령의 도덕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대선 이후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될 수 獵募?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국정 전반이 제어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김 특검이 시원찮은 수사 결과물을 내놓을 嚥?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반면에 노 대통령은 측근 비리에 관한 한 면죄부를 얻게 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관심은 오로지 총선

여권은 특검 수사 착수 이전부터 “특검 수사의 성격상 언제 무슨 일이 터져 나올 지 알 수 없지 않느냐”며 내심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커질 지, 현상유지가 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특검 수사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특검 수사 그 자체로는 총선 정국의 중대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통해 실체가 대충 드러났기 때문에 막상 특검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큰 일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야당의 대통령 측근비리 공세가 제기된 뒤 측근들을 2중, 3중의 내부 스크린을 거쳐 나름의 윤곽을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병완 홍보수석이 ‘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검찰의 발표 내용에 유감을 표시하며 일부를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듯이, 노 대통령은 이미 핵심 측근들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자신과 자신 주변이 발가벗다시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노 대통령은 특검의 조사가 이뤄질 경우 피하지 않고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특검 조사를 피할 수 있겠느냐”면서 “어떤 모양으로 조사를 받는 게 사리에 합당할 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굵직한 측근 비리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지난해 10월 던져놓은 재신임 문제와 연계해 정면돌파 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직을 건 재신임 카드는 그야말로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총선 직전 대국민 선언을 통해 재신임 카드를 다시 꺼내,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 대통령이 4ㆍ15 총선을 ‘제2의 대선’으로 규정하고 모든 것을 ‘올인’할 것이라는 정치권 일반의 시각과 일치한다. 노 대통령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4ㆍ15 총선 개입을 시사하는 등 심상찮은 총선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교롭게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측근 비리 수사 결과는 총선 직전에 몰려 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 12월18일 충북언론 합동회견에서 “측근비리에 대해 특검까지 마무리 돼서 정리됐을 때 내 심경과 몸통 여부, 내 책임 범위에 대해 사실과 책임에 대한 판단까지 소상히 밝히고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은 과연 노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힐까. 아니면 면죄부를 줄까.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1-08 14:39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