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서 한나라당 구한 '박 다르크', '차기' 이미지 심을 절호의 기회

박근혜의 도전과 야망
탄핵정국서 한나라당 구한 '박 다르크', '차기' 이미지 심을 절호의 기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탄핵 정국에 빠진 ‘한나라당 구하기’에 나서면서 ‘박 다르크’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요즘 박 다르크가 궁극적으로 구하려고 하는 것은 ‘민심’이다.

3월26일 오전 6시쯤, 박 대표가 남대문 상가를 찾았을 때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박 대표의 손을 잡고 자신의 꿈 얘기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 꿈을 4번 꾸고 아들(현재 고2)을 낳았는데 수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어제는 박 대표 꿈을 꾸었는데 직접 보게 돼 너무 반갑다’등등. 박 대표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시장통 사람들의 살가운 얘기를 다 들어주고 사인까지 해줬다. 그들에게 박 대표는 재선의 한나라당 대표가 아닌,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로 각인 돼 있었다.

- 청와대서 정치적 내공 쌓아

박 대표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청와대에 들어간 뒤 스물 두 살에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했고, 1979년 이후 20여년간 ‘야인’으로 지냈다. 박 대표가 ‘은둔’ 생활을 깨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 때다. 당시 박 대표는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였던 엄삼탁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물리치고 ‘새마을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버지가 못다 이룬 뜻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대표는 이후 순풍에 돛을 단듯 순항했다. 재작년 대선을 앞두고 잠시 외도를 했지만 부총재를 거쳐 당 대표에 오르는 초고속 행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음덕’에 기대 순탄한 길을 걸어왔고 리더십이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지근거리에서 박 대표를 보좌하는 전여옥 대변인조차 한 언론 칼럼에서 ‘정치적 유산의 상속자’ ‘영남 공주’ 등으로 폄훼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차떼기 당’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탄핵정국 회오리 속에서 나름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한 원로 정치인은 박 대표의 그러한 모습이 굴곡의 현대사를 가로질러 간 ‘대통령의 딸’로서 의연함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도 자신의 리더십과 관련한 회견에서 “청와대에서 5년 동안 퍼스트레이디로서 생활하면서 정치 권력을 이해하고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는 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퍼스트레이디 생활 5년이면 웬만한 정치인 20년 경력에 견줄만하다”고 말해 박 대표의 내공이 상당함을 피력했다.

전 대변인은 지난 25일 기자와 만나 “박 대표의 독서량에 놀랐고, 매우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칼럼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난 예스(YES MAN)보다는 노(NO)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더 열심히 보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대통령의 딸’서 홀로서기 첫발

이번 총선은 박 대표에겐 ‘정치인 박근혜’로 그치느냐, ‘차기주자 박근혜’이미지를 심어주느냐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4ㆍ15 총선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의 차기주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고, 반대로 당 대표에서 평범한 정치인으로 물러날 수도 있다. 또한 당내 기반이 없는 박 대표에게 이번 총선은 우군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박 대표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향한 거보(巨步)를 내디딜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3-30 19:4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