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족쇄 벗고 집권2기 돌입, 국정 '밑그림'에 정치권 촉각
강해진 盧, 칼춤의 희생자는? 탄핵 족쇄 벗고 집권2기 돌입, 국정 '밑그림'에 정치권 촉각
- 친노그룹 전진배치로 국정장악력 강화 노 대통령은 이미 새 국회의장에 자신이 ‘오야붕’이라고 말한 6선의 김원기 대통령 정치특보를 내정한 데 이어 신임 총리에 김혁규 경제특보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ㆍ사법ㆍ 행정부의 3법부 중 입법부의 수장과 행정부의 총괄 책임자를 측근으로 선발, 탄핵심판 이후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한 대통령’과 관련, 노 대통령이 총선 후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정신적 여당’에서 ‘실질적 여당’으로 변한 열린우리당과의 관계 정립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386 참모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는 의석으로 여대야소 국면이 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입김이 전과 달랐다”며 “이제는 여당을 잘 컨트롤 해야 2기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동영) 의장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에게 ‘총리 천거권’을 주장한 것은 ‘입김’의 단적인 예”라며 “‘거여 견제론’이 (친노 그룹에서)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출신의 노 대통령 측근 L씨는 총선 직후 기자에게 “대통령이 집권 2기의 개혁 드라이브를 밀고 나가는데 당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을 연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의 입각설이 당 연성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의 양축인 정 의장과 김 원내대표가 ‘차기 수업’을 위해 행정부로 옮기면서 당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지고 ‘차기’의 조기 가시화에 따른 ‘대통령의 레임 덕’ 가능성도 상당 부분 감쇄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입각으로 당에 힘의 공백이 생기면서 노 대통령이 친정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당ㆍ정 분리원칙을 천명했으나 “당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선 분명한 의견 개진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당을 노무현 체제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에 입성한 친노그룹이 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152명의 당선자 중 친노그룹은 직계인 금강팀(염동연, 이광재, 서갑원 등)을 비롯해 통추 출신(김원기, 원혜영 등), 청와대ㆍ정부 출신, 개혁당ㆍ영남 출신 등 줄잡아 50여명에 이른다. 청와대 출신의 문희상(경기 의정부갑) 전 비서실장은 이미 당ㆍ청 간 막후 채널 역할을 맡고 있고, 통추계인 유인태(서울 도봉을) 전 정무수석은 대야 창구로 알려졌다. - 개혁드라이브 위해 당 연성화 지난 5월 6일, 서울 여의도 한 중국음식점에서 있었던 염동연(광주 서구갑) 당선자 주도의 오찬 모임은 노 대통령 친정체제로 가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김진표ㆍ정덕구ㆍ전병헌ㆍ김현미ㆍ최성 등 열린우리당 당선자 50여명이 참석해 총선 이후 당선자 워크숍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모임을 주선한 염 당선자는 노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캠프에 조기에 참여, 대선후보 경선승리에 1등 공신으로 꼽혀온 핵심 측근으로 이틀전에 당 정무조정위원장에 임명됐다. 정무조정위는 당ㆍ정ㆍ청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주요 정무현안을 조율하는 동시에 당내 인사는 물론 당과 청와대, 정부간 인사교류를 총괄하는 업무도 맡고 있어 영향력이 막강하다. 염 당선자는 모임 성격에 대해 “참여정부의 국정운영?뒷받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당 안팎에선 염 당선자가 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당의 통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이광재(강원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 당선자의 역할도 주목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 당선자는 과거 노무현 캠프의 브레인으로 장차 정책기획 분야에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어 청와대를 물러난 뒤에도 직ㆍ간접으로 노 대통령을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는 전면에 나서는 대신 배후에서 노 대통령의 의정 보좌에 충실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당선자와 함께 노무현 캠프의 핵심으로 열린우리당 정책위부의장이기도 한 서갑원(전남 순천) 당선자는 당내 ‘정책통’으로 활약하면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정책 연구ㆍ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금강팀 출신인 백원우(경기 시흥갑)ㆍ선병렬(대전 동구)ㆍ홍미영(비례) 당선자 등도 노 대통령의 진군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들 금강팀 출신들이 당에 확고한 뿌리를 내릴 경우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킹메이커’ 역할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검찰 견제 차원의 인사 예고 노 대통령의 ‘칼의 노래’는 사법부에도 울려퍼질 전망이다. 특히 검찰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진영에서 불만이 높아 탄핵정국 후 상당 폭의 인사 이동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386 측근인 여택수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의 예를 들었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 행정관을 구속 기소하고, 이를 총선 전에 공개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송광수 검찰총장 낙마설을 포함해 안대희 중수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 친노 성향의 인사가 들어설 것이라는 등 여러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 대법관 5명이 내년 임기만료로 교체될 때 신임 대법관에 대한 임명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입력시간 : 2004-05-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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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