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당내 역학구도 다원화6월 전당대회서 '야망의 주자들' 행보 분주

한나라당 파벌전쟁 '반 朴' 전선 형성되나?
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당내 역학구도 다원화
6월 전당대회서 '야망의 주자들' 행보 분주


5월 12일 오전,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모임인 ‘수요조찬모임’소속 당선자들은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격론을 벌였다.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놓고 시각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원내대표의 기준으로 △대여관계 설정 △당내 화합 △유권자 시각 등이 제시됐지만 당선자들마다 입장 차가 있었다.

소장파 핵심인 원희룡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천정배 원내대표 체제로 출범한 만큼 개혁적 구도로 당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천정배 대항마’로 김문수 의원이 적합하다”며 김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박근혜 대표의 브레인 그룹의 일원으로 알려진 박준형 당선자는 ‘당내 화합’을 내세워 김덕룡(DR) 의원을 지지했다. ‘유권자 시각’ 부분에 있어서도 지지 후보에 따라 견해 차가 있었다. 김문수 의원 지지파는 “DR은 3김 정치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비판한데 반해, DR 지지파는 “김(문수) 의원이 개혁적이지만 싸움꾼이라는 인상이 있어 상생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와 차이가 있다”고 맞섰다. 결국 수요모임은 합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당선자 개인의 자유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 당권ㆍ비당권ㆍ중도파 등으로 분류

한나라당은 총선을 전후해 박근혜 대표 지지 그룹과 견제 그룹으로 양분된 단순한 구도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다원화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새 대표를 선출할 6월 정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세력군은 크게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주류)와 비판적 지지그룹, 반당권파, 중도그룹으로 구분된다. 친 박근혜파는 총선 전 선대위 구성원과 현 당직자, 일부 소장그룹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형오 사무총장, 선대 부본부장을 맡은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 최병렬 대표체제를 무너뜨린 남경필ㆍ원희룡ㆍ권영세ㆍ정병국 의원 등 소장 개혁파가 그들이다. 특히 ‘수요조찬모임’은 과거 한나라당 개혁세력을 대표하던 ‘미래연대’ 출신들이 주축을 이뤄 당내에서 가장 개혁적인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표 참조) 이들은 국가보안법 개정에도 전향적으로 대응하며 당 노선과 관련, 박 대표의 ‘보수(補修)하는 보수(保守)’론과 맥을 같이해 ‘박근혜 전위대’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이재오ㆍ김문수ㆍ홍준표 의원 등 수도권 3선급과 재선그룹, 일부 초선 당선자들은 당권파에 비판적이다. 이들은 박 대표의 유연한 대여 노선에 불만이지만 박 대표 체제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수요모임파와는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 ‘중도보수’ 입장이고, 지도부 구성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해 수요모임파의 단일집단지도체제에 맞서고 있다.

재선ㆍ3선 의원들은 5월2일 경기 강화도에서 1박2일의 당선자 모임을 갖고 외연을 확대, ‘국가발전전략연구회’(회장 공성진)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에는 전재희ㆍ심재철ㆍ이방호ㆍ이한구ㆍ김영선 의원 등과 박계동ㆍ고진화ㆍ공성진ㆍ유승민 당선자 등 46명이 참여해 당내 최대 세력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 모임을 주도한 박계동 당선자는 “의원간의 수평적 연대를 통해 국가발전 전략에 대해 슬로건 차원이 아니라 학계ㆍ연구소ㆍ의회ㆍ행정관료 등이 참여해 구체적인 전략을 이끌어 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모임이 ‘중도 보수’를 지향, 급진 좌파(개혁)나 수구 보수와는 차별화된다고 덧붙였다.

당내 ‘제3세력’으로는 영남권 의원과 중도파 의원들이 있다. 재선급 이상이 대부분인 영남 보수파 의원들은 당권파의 堉굻?강한 불만을 갖고 있지만, 당의 변화 목소리가 커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와 이라크 추가 파병 등 ‘색깔’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도파는 5월12일 의원 및 당선자 12명이 ‘푸른정책연구弔丹??결성, 중도보수 노선아래 정책연구 활동에 주력하면서 다른 그룹과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당내 중도파 진영을 규합하는 ‘제3세력’의 중심이 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ㆍ임태희ㆍ권영세 의원 외에 김정훈ㆍ 김충환ㆍ나경원ㆍ박재완ㆍ이혜훈ㆍ정두언 당선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 차기와 관련, 세력간 물밑경쟁

박 대표 중심의 당권파(주류)와 반대파, 중도그룹은 총선 이후부터 당 노선ㆍ지도체제, 원내대표 선출, 국가보안법ㆍ이라크 파병 등의 개별 사안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그 배경에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대응방식, 박 대표를 보는 시선, 차기 주자에 대한 시각 등 다양한 동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수요모임파 등 개혁그룹이 노 정권을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3선급 강성파와 영남의원들은 대여 강경노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 대표에 대해서도 세 그룹 간의 시각 차가 상존한다. 특히 차기 주자와 관련해서는 세력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박 대표 그룹은 6월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하게 당권을 장악하고 대권 후보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다른 대권 주자 및 지지그룹과 반당권파 진영은 박 대표의 독주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에 비판적 강성 그룹인 이재오ㆍ홍준표 의원과 정두언 당선자 등 서울 연고의 당선자들은 한나라당의 차기 후보군에 속해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 우호적이다. 이들은 이미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며 박 대표 단일체제에 브레이크를 거는 한편, 당권파와 노선 및 사안별로 투쟁을 벌이면서 박 대표의 친위세력을 압박하는 중이다.

반면 김문수ㆍ전재희 의원 등 경기권 의원들은 차기를 노리는 손학규 경기지사쪽에 서 있다. 김문수 의원은 개인적인 대권 야망도 갖고 있다. 대구 출신의 강재섭 의원은 TK(대구ㆍ경북)를 기반으로, 정의화 의원은 PK(부산ㆍ경남)를 발판으로 대권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 진영은 대권에 관한 한 일단 반 박근혜 전선을 형성하는데 공동 보조를 맞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동전선이 현실화 할 지, 그리고 언제까지 유효할 지는 알 수 없다. 6월 전대 결과는 그러한 의문을 푸는데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한나라당 주요 계파모임 소속 의원
   
<수요조찬모임>

권영세 권오을 김기현 김명주 김양수 김희정 남경필 박성환 박재완 박형준 안홍준 원희룡 유기준 이계경 이성권 정문헌 정병국 주호영 진수희 한선교(이상 20명)

<국가발전전략연구회>

고경화 고진화 공성진 김문수 김병호 김석준 김애실 김영선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박계동 박순자 박승환 박혁규 박형준 배일도 송영선 심재철 안경률 안명옥 안상수 유기준 유승민 유정복 윤건영 이경재 이계경 이계진 이군현 이명규 이방호 이윤성 이재오 이재웅 이한구 전재희 정두언 정종복 정화원 주성영 주호영 진수희 한선교 홍준표 황진하(이상 46명)

<푸른정책연구모임>

권영세 김정훈 김충환 나경원 박재완 박진 유승민 이혜훈 임태희 정두언 진영 최경환(이상 12명)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5-18 22:4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