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운동권 출신 인사들 얽히고 설킨 역학관계 갈수록 눈길김근태 전 원내대표·김덕규 국회 부의장 등 6·세대가 맏형격

민청학련·긴급조치 세대 新주류
여권내 운동권 출신 인사들 얽히고 설킨 역학관계 갈수록 눈길
김근태 전 원내대표·김덕규 국회 부의장 등 6·세대가 맏형격


노무현 정권 집권2기의 새 총리로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명되고 정동영 전 당의장, 김근태 전 원내대표의 입각이 예고되면서 ‘운동권 출신’ 여권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노 정권의 집권1기에는 386 세대를 중심으로 한 운동권 출신들이 청와대에 포진, ‘개혁’의 첨병 역할을 했다. 장ㆍ차관급인 실장, 수석비서관, 보좌관 자리 중 안보ㆍ외교 분야를 뺀 정무ㆍ민정 수석, 국정상황실장 등 핵심 요직을 운동권 출신이 차지했고, 1ㆍ2급 비서관과 3ㆍ4급 행정관에 운동권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38개 비서관 자리 중 14개 자리가, 비서관의 절반 가량이, 행정관의 절대 다수가 운동권 출신으로 채워져 청와대의 37%를 운동권이 장악했다는 흥미있는 분석도 나왔다.

탄핵정국과 4ㆍ15 총선을 거친 노 정권의 집권2기에서는 운동권 출신의 청와대 인사가 대거 금배지를 달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청와대에 남아 힘을 발휘하고 있어 여권내 파워게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권의 운동권 출신은 크게 80년대 이전과 이후 세대로 양분된다. 80년대 이전 세대의 경우 1960년 4ㆍ19 세대가 17대 총선에서 전멸하면서 6ㆍ3세대(1965년 한일수교 반대 6ㆍ3 시위의 주역)가 맏형격이 됐다. 민통련과 민청련, 전민련 등의 활동으로 ‘재야활동의 대부’로 통하는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덕규 국회 부의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바로 아래 70년대 초반 운동권 출신인 ‘민청학련세대’와 70년대 말의 ‘긴급조치세대’가 있다.


- 80년대 이전ㆍ이후로 크게 나뉘어

4월27일 열린 우리당 워크숍서 당선자들이 우중에도 팀웍을 다지기 위한 산행을 결의 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주류세력으로 떠오른 운동원 출신들 간에 파워게임이 진행되고 있어 우리당의 '팀웍'이 끝까지 유지될지 주목된다. / 고영권 기자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이란 조직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대학생 등 모두 203명을 구속했던 대형 시국사건이다. 총리로 지명된 이해찬 의원이 바로 이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고, 유인태 의원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살아나 노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17대 국회에 입성, 문광위원장 후보로 내정됐다.

고양 일산갑에서 홍사덕 한나라당 전 원내총무를 누른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 부인인 이경숙 당선자(열린우리당 비례대표)와 함께 부부 국회의원이 된 최규성 의원,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원혜영ㆍ장영달ㆍ이호웅ㆍ강창일 의원 등이 민청학련 세대다. 청와대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 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했고, 총선에서 낙선한 이강철 전 대통령 특보도 이 세대다. 이 전 특보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당청간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민청학련세대’는 동지적 연대감이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유인태ㆍ원혜영 의원은 노 대통령과 같은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출신으로 친노그룹으로 분류된다. 반면 장영달ㆍ이호웅ㆍ최규성 의원 등은 재야 출신으로 김근태 전 원내대표와 가깝다. 또 같은 민청학련 세대인 정동영 전 의장측과는 이해를 달리해 5ㆍ11 원내대표 선출과 입각 문제를 놓고 서로 대립한 바 있다.

이들 세대 밑으로는 70년대 말∼80년대 초 ‘긴급조치 세대’와 ‘서울의 봄 세대’로 불리는 운동권 출신들이 있다. ‘긴급’ 출신에는 3선의 배기선 의원, 재선의 김부겸 의원, 78년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는 안영근 의원(인천 남을) 등이 있다. 청와대에는 ‘왕수석’으로 복귀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장준영 비서관이 있다.

‘서울의 봄 세대’에는 1980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인 신계륜 의원,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유시민ㆍ유기홍 의원, 1981년 군사독재 반대시위로 투옥된 우원식 의원, 민주개혁 국민연합 충북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노영민 의원, 충남대(77학번)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으로 학생운동을 이끈 선병렬 의원, 문화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觀뉘?의원 등이 눈에 띈다. 청와대엔 경북민통련 사무처장을 지낸 남영주 비서관,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일 때 보좌관을 지낸 윤후덕 ㅉズ注??등이 있다. 이들 중 신계륜ㆍ우원식ㆍ노영민 의원 등은 친 김근태계로 분류되고, 민병두 의원은 대표적인 정동영 사람으로 알려졌다.


- 같은 세대라도 정치 행보는 달라

386세대로 대변되는 80년대 운동권 출신은 크게 ‘광주항쟁세대’와 ‘전대협 세대’로 구분되는데 ‘광주’ 세대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영춘 의원, 연세대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송영길 의원,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조정식 의원,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윤호중 의원, 성대 교내 시위를 주동했던 이화영 의원 등이 있고,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김현미 의원도 연세대 운동권 출신이다. 또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이광재 의원과 서갑원 의원은 각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의전팀장을 역임했다.

이들 가운데 김영춘ㆍ송영길ㆍ김현미 의원 등은 친 정동영 행보를 보이고, 이화영 의원은 친 김근태계로, 이광재ㆍ서갑원ㆍ윤호중ㆍ조정식 의원 등은 친노그룹으로 분류된다. 청와대에는 윤태영 대변인과 천호선 비서관이 연세대 선후배로 학생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황이수 비서관은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다.

17대 총선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전대협 세대의 전면적 등장이다. 87년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제1기 의장인 이인영 의원과 제2기 의장인 오영식 의원은 처음 금배지를 달았고, 제3기 의장인 임종석 의원은 이미 재선그룹에 올랐다. 전대협 출신은 모두 12명으로 하나의 세력군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행동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인영ㆍ오영식ㆍ우상호 의원 등은 친 김근태 행보를, 김태년ㆍ이철우ㆍ정청래 의원 등은 유시민 의원이 중심이 된 개혁당쪽을 보이고, 청와대 출신인 백원우 의원은 친노그룹으로 분류된다.

총선 공천과정과 5ㆍ11 원내대표 경선 때 서로 ‘일합’(一合)을 겨뤘던 운동권 출신들은 앞으로 당 헤게모니와 권력 분점을 둘러싸고 파워게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견상 당 헤게모니를 쥔 천ㆍ신ㆍ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 당권파가 이미 유시민 의원등 개혁당 그룹과 청와대 출신 친노그룹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김근태 그룹은 먼 훗날을 겨냥해 독자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6-15 16:0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