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수도이전 공동 대응할 수도"수도권 억제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파이'키워서 지방 지원해야

[인터뷰] 손학규 경기도지사
"서울시와 수도이전 공동 대응할 수도"
수도권 억제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파이'키워서 지방 지원해야


6월 말 경기지역 투자 유치(4억~5억 달러)를 위해 유럽으로 떠나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발걸음은 무겁다.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파주엔 세계적 규모의 LG필립스 유치에 성공하는 등 ‘세계 속의 경기도’ 라는 도정 목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크고 작은 장애 요소들이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행정수도 건설과 수도권 개발억제 정책, 주한 미군 재배치 등은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핵심요소다.

경기도는 시ㆍ도중에서 수출액 규모나 인구면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성장 잠재력이나 남북교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는 손 지사의 철학은 그래서 나왔다. 18일 손 지사를 만나 도전받는 ‘경기도의 꿈’에 대한 대책을 들었다.

■ 약력 : 경기 시흥생(47년), 경기고ㆍ서울대 정치학과ㆍ옥스퍼드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교수(정외과), 14ㆍ15ㆍ16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경기도 도지사

-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균형발전 계획에 관한 국정과제회의에 참석했는데, 손 지사의 입장은.

“국가균형발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도권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수도권 억제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켜 국부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오히려 수도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해 여기서 키워진 파이를 갖고 지방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는 균형발전이란 것을 ‘제로섬 게임’으로 이해하는데, 무엇보다 국제적 경쟁관계와 세계화된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화만이 우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으므로 국내 경쟁보다 국제 경쟁에 비중을 둬야 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수도권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도 이전 정치ㆍ사회 비용 엄청나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제기됐다. 같은 이유로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가?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수도 이전에는 재정적 비용을 물론, 정치ㆍ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따르는데, 과연 그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가 하는 점과 국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일이 많은데, 지금 수도 이전 문제를 다룰 만큼 한가한 지 묻고 싶다.

둘째, 수도 이전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접근해야 하고 당연히 통일후 한국을 생각해야 한다. 남북분단을 항구적인 것으로 본다면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가철학의 문제다.

셋째, 행정수도 이전이 철저하게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선거를 겨냥하고 의식해 사려깊은 고려가 없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지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도 충분한데, 수도이전이라는 문제해결방식은 적절치 못하고 낭비다. 국가의 기본 대강이 그런 식으로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된다.

-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논란에 대통령은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구체적인 (해결)절차는 심도있게 따져봐야 겠지만, (대통령이)국회에 넘기는 것은 떳떳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주한미군 이전이라는 새로운 안보상황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력을 결집해야 할 때다. 막대한 재정 지출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행정수도 이전을 중지하고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서울시와 공동 대응할 계획은 없나. 서울시에서는 헌법소원과 같은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는데.

공동 대응은 검토해볼 사항이다. 구체적인 법적 조치는 상황이 워낙 빨리 돌아가 검토하지 못했는데 법률적인 차원보다 정치적인 차원【?국가의 먼 장래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참작해 문제를 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마음을 비우고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 분도론 북부지역 도움 안돼

- 수도이전과는 별개이지만 경기 북부지역 발전이란 명분으로 '분도론(分道論)'이 제기되고 있는데.

분도를 해서 북부지역이 발전하고 북부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겠다. 그러나 분도론은 정치적 동기에 의해 제기된 측면이 있으므로 경기도를 분할하는 것이 과연 북부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가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파주에 LG필립스 LCD 공장이 세워지고, 고양시에 코엑스 1.5배에 이르는 국제전시장이 들어서는 것은 경기도에 대한 신뢰와 경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지, 북부로 분도됐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우물안 개구리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과 글로벌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경기도의 투자환경 뿐만 아니라 동두천ㆍ평택 등 미군 주둔 지역 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 한미관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작정인가.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미 정책이 한미관계를 경색시키고 불편하게 만들어 미군의 조기 철수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미 2사단이 주둔했던 동두천은 철수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빠져나가 지역 경제가 황폐화됐고, 평택은 미군 주둔에 반대여론도 있다. 동두천은 정부와 협의해 특별대책으로 지역주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국제자유도시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평택은 주한미군이 들어오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국제평화도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일을 추진할 생각이다.

- 남북교류가 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접경지역인 경기도의 역할과 비전은.

경기도는 북한 용천 폭발사고 때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4억원 규모의 응급 구호물자와 의료품을 보낸 것을 비롯해 남북교류협력기금 200억원을 조성해 꾸준히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12월과 올 4월에 금강산과 평양에서 경기도 대표단이 북한 민화협 대표단과 회담해 교류협력에 대한 합의서를 정식으로 체결했다. 앞으로 개성공단이 열리면 파주는 개성의 물류단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경기도는 인도적 지원에서 시작해 문화, 경제 등 남북교류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지금 대권 생각할 겨를 없어

-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비교되곤 하는데.

언론에서 그렇게 평가해주니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도 된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훌륭히 일을 하는 분이고 지금 비교니 경쟁이니 하는 얘기는 부적절하다. 내가 할 일은 경기도가 당면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도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도로 만드는 일이다. 외자를 유치하고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어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대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 오늘 오전에도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나 것으로 아는데.

서울시와 경기도간에 화급한 협의사안이 대중교통 체계 문제다. 7월1일부터 서울의 버스 노선이 전면적으로 바뀐다. 그래서 서울-경기 간의 대중교통체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만났다. 양측에서 교통과장을 대동했고 브리핑을 들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6-23 11:5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