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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 된 전투병 파병론, 그 향방은?
"당하고 있을 수 없다"
김선일씨 파장, '분노'에서 '응징' 목소리로
"미국 네오콘 논리 답습이다", 만만찮은 비판


고(故) 김선일씨 피랍 사실이 카타르 위성방송 ‘ 알 자지라’를 통해 최초 보도된 직후인 21일 오전, ‘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의 국회 제출을 준비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0여명은 국회의원 회관에 긴급히 모였다. 회의 직전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원웅 의원은 천정배 원내대표를 면담을 받고, “급박한 상황인만큼 다른 의견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터였다.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도 납치 단체의 요구사항인 파병 철회를 수용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김씨 피랍 사건이 없었다면 실무적 논의에 그쳤을 회의가 고심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결국 논의 끝에 결의안 제출은 이틀 후인 23일 강행키로 했지만, 이번 사건을 어느 수위에서 판단해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다. 한 참석자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 한국인의 직접적인 테러 노출이 파병 반대론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원웅 의원을 비롯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김씨 피살사건 이후 여론의 풍향계에는 2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파병 찬반론의 극단화ㆍ고착화 속에 찬성 여론의 증가세, 그리고 3,600여명으로 구성된 자이툰부대의 ‘전투병 비율 강화론’의 대두가 그것이다. 직접적인 테러의 경험으로 대중의 정서가 일반적인 진보 진영의 예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 극단적인 찬반론 야기

우선, 파병 찬성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가 단지 우익 보수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김선일씨 피살 이후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다수인 각종 포탈 사이트 여론조사에서도 파병 찬성 비율이 비등하다. 일례로 김씨 살해가 단행된 직후인 2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포탈사이트 ‘네이버’ 여론조사를 보면 27일 현재, 파병 강행론이 51.03%, 파병 반대론이 47.36%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파병 찬성론이 증가한 것이 ‘당했다’는 분노에서 곧 바로 ‘응징의 논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었다는 것. 비근한 사례로 미국이 9.11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 할 수 있었던 것도 ‘테러리스트 발본색원’이라는 국민적 응징의 논리에 힘입은바 크다.

이에 기초한 파병 찬성론은 한발 나아가 자이툰부대의 전투병 비율 강화론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조사에서 파병 찬성 여론 가운데 ‘ 전투병도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려 36.98%에 이른다. 정치권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지명자는 24~25일 진행된 국회 총리후보 인사청문회에서 “ 추가 파병의 장비라든가 경계력을 대폭 강화해서 파병을 추진해야 한다”며 “ 국회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파병 부대의 기능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제 1정조 위원장도 “ 이왕 파병하기로 했으면 자이툰부대가 충분한 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투력 보강이 필요하고, 조만간 이를 공론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다면 테러 단체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순수한 ‘ 자위적’ 차원에서 경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이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 평화 재건’이라는 우리 군의 파병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으로 파병 부대의 성격이 불가피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권은 한나라당의 암묵적 동조 속에 이를 추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파병 동의안은 3,600여명의 부대 규모만 명시돼 있을 뿐, 편성 문제는 사실상 국방부장관에게 백지위임한 상태라 국회가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파병 반대파 의원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 직접적인 테러의 경험을 빌미로, 미국 행정부 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양상”으로 보고 獵? 더욱이 우리 부대가 주둔하게 될 쿠르드 자치지역인 아르빌이 현 상태에서의 치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한국군 파병과 더불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라크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수니파 -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갈등관계는 금명간 내전으로 비화할 개연성이 큰 마당에 “ 총을 들고 내전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전쟁의 수렁에서 한발짝도 빠져 나올 수 없도록 우리의 선택폭을 좁히는 처사”라는 것이다.


- “네오콘의 한국판” 시각도

특전교육단 연병장에서 열린 "이라크 평화·재건사단" 창설식을 마친 후 파병부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따라서 김선일씨 피살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 대두되고 있는 추가 파병 문제는 논란의 핵인 파병 부대의 성격 변화 문제와 함께 또 다른 논란의 시작으로 비치고 있다. 파병 동의안 규정에 따라 우리군의 파병 기간은 12월 31일로 만료되지만, 파병 반대파의 우려대로 우리군이 내전에 휩싸일 경우 미국의 파병 연장 압박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와 관련한 큰 변수는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선 결과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우리 정부에게 파병 연장을 강제하는 큰 압박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 집권 후 1년 내에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캐리 후보가 당선된다면 우리군의 철군도 국제적 명분에 힘입어 다소는 여지가 넓어진다. 하지만 캐리후보의 당선이 우리의 즉각적인 연말 철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어떤 경우에건 연말께 파병연장 동의안 제출이 불가피하다. 이 때부터는 지난 1, 2차 파병 동의안 처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병 찬반 논란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번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에 서명한 50명 외에,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견지하고 있는 의원들의 태도변화 여부다. 이들은 현재까지 “16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률을 반대할 근거가 없다”는 논리로 파병 반대 입장에 서길 꺼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군의 장기 주둔이냐 아니냐가 국회의 선택 여하에 따라 결정나게 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현재와 같은 침묵을 유지하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의 예에서 보듯 파병에 대한 국민 여론이 감정적 기복을 거듭하면서 점차 반대론으로 재역전될 경우, 정치권이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일각의 우려대로 제 2의 테러 노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노무현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평화와 파병’이 ‘테러와 파병’의 관계로 치환되면서 예정된 수순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07-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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