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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차기주자 3인방 ‘수도이전’ 동상이몽
영남권 배경으로 한 박근혜 대표 애매한 태도로 일관
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는 '텃밭' 사수 반대 깃발


대선이 앞으로 3년 반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차기 대권경쟁이 뜨겁다. ‘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공방을 넘어 대권 레이스의 중요 변수로 떠오른 까닭이다. 새 수도 예정지가 충청권이란 점도 ‘잠룡’(潛龍)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충청표가 승패를 가른 이유에서다. 그래서 정가 일각에선 수도이전 문제가 2007년 대선서 ‘탄핵’에 버금가는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초조한 쪽은 한나라당이다. 재작년 대선과 지난 4ㆍ15 총선서 수도 이전(충청표) 논란이 한나라당에게 완패를 안겼다. 예정대로라면 수도이전은 차기 대선이 있는 2007년 말 다시 핫이슈로 떠올라 한나라당에게 또 한차례 악몽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당 브레인인 유승민 의원은 누구보다 ‘수도이전’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를 절감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으로 재작년 대선의 중심에 있던 그는 “두 번의 대선 패배에 충청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97년 대선 때는 DJP(김대중+김종필)공조로, 2002년 대선에서는 JP와 공조하지 못해 충청표를 잃었다”며 “차기 대선에서도 수도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도이전 문제는 한나라당 차기 주자들에게 난제인 동시에 확실히 승천할 수 있는 ‘여의주’이기도 하다. 최근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벌이고 있는 대권게임의 배경에도 수도이전 논란이 깔려 있다. 세 사람은 수도이전에 부정적이지만 해석 방법과 대응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두 주자인 박 대표가 수도이전 논란에 신중한 반면, 이 시장과 손 지사는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권궤도의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양상이다. 이들의 ‘대권 삼국지’는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지지그룹 간에도 확전되고 있다.


- 대권 삼국지 전초전?

박 대표는 4ㆍ15 총선과 6ㆍ5 재보선을 통해 확실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수도이전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는 태도다. 당 안팎의 압력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도이전 문제에 줄곧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지난해 법 통과 과정에 우리 실책이 컸다. 국가 중대사를 놓고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의견수렴,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갖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성 발언을 했지만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진 않았다.

수도이전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도 ‘국민투표’ 방식보다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 대표와 가까운 초선인 P 의원은 “국민투표는 가결이 되든 안되든 박 대표 뿐만 아니라 당에도 득이 될 게 없다”면서 “수도이전 자체의 타당성 여부를 문제삼는 게 (대선)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수도이전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되면 그 공은 청와대와 여당으로 넘어가 한나라당은 충청 표를 기대할 수 없고, 부결되더라도 그 원성을 몽땅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것. 국민투표에서 이기나 지나 충청도 민심은 한나라당을 떠난다는 계산이다.

반면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는 수도이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23일 서울에서 만나 “천도(遷都) 성격의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의 역사적 위상, 국제경제측면에서의 경쟁력, 재정적 비용, 국토의 균형 발전에 대한 대안 등 4가지 측면에서 불가(不可)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가 안팎에선 두 사람의 행보를 두고 수도이전 논란을 계기로 차기 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박 대표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부각시키면서 수도이전에 따른 수도권 시민의 정서적 지지에 바탕해 차기주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과 이재오ㆍ홍준표ㆍ김문수 의원 등 강성그룹이 박 淪?“?수도이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하는 이면에 이 시장과 손 지사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 등을 통해 대 국민 인기몰이에 나서는 한편 “서울시장은 수도 이전을 막기 위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를 겨냥해 확실한 대권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손 지사는 파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LG필립스 LCD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대권경쟁에서 박 대표나 이 시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게 현실이다. 수도이전 논란은 손 지사에게 위기인 동시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최근 수도이전에 대해 재정비용과 국가경쟁력, 국론분열 등을 근거로 대여공세에 나선 것은 그러한 차원의 행보로 해석된다.


- 이 시장ㆍ손지사 이해관계 달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엔아이코리아의 이흥철 박사는 “영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수도이전으로 대권가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수도이전에 따른 충청권에서의 여당 지지표와 이 시장과 손 지사의 수도권에서의 지지표와의 상관 관계에 대해 “충청권표는 응집된 양상을 보이는 데 반해 수도권은 다양한 출신에 따른 이질적 요소가 많아 지지표가 분산돼 결국 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수도이전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는 여당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박사의 분석대로라면 수도이전에 따른 긍정적 효과(지역균형발전과 과밀인구 해소 등)가 부정적 효과(수도공동화, 부동산가격 하락 등)를 상쇄할 경우 여당은 2007년 대선에서 유리한 선거 지형을 확보하고 야당 주자, 특히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불리하게 된다. 반면 수도이전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월등히 큰 것으로 판명될 경우 최대 유권자를 보유한 수도권이 여당에 등을 돌리게 돼 정권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수도이전의 타당성 여부(영향 포함)가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최대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의원도 “수도이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만큼 정밀한 조사를 통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가에선 국민이 수도이전의 타당성에 대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한다. 야당 잠룡 3인방의 대권도 여기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7-0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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