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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 내사 파장
못살게 구는 여권에 반격 경고?
고비처 신설 등 검찰 흔드는 움직임에 불만 우회표출 중론
수사권 약화 등 위상 추락 현실화되면 갈등 폭발할 수도




노무현 대통령(왼쪽), 송광수 검찰총장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비례대표)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일 장 의원의 17대 총선 공천 로비 의혹이 보도되자 송광수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즉각 내사에 들어간 검찰(공안1부)은 “후원금이나 특별당비 등의 사안을 특정해 보는 것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 전반에 걸쳐 법률적인 문제점을 확인하고 있다”며 “본격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장 의원을 소환해 당내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련된 여권 인사가 있다면 처벌도 불사하겠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송 총장이 확실한 혐의가 있을 경우에 한해 수사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이례적으로 진행된 발빠른 내사착수를 두고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는 최근 논란이 돼온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신설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즉 고비처에 수사권 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부여하려는 여권을 향해 시위성 경고음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는 6월 29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반부패기관협의회를 열어 ‘고비처 설치ㆍ운영계획안’을 심의, 수사권은 부여하되 기소권은 허용치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인 부패방지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 소지를 고려해 고비처를 독립기구로 하고 수사업무에 관해서는 일체의 간섭을 배제키로 했다.


- 고비처 기소권 여부 뜨거운 감자

그러나 검찰의 불기소 처분시 고비처에 재정신청권을 부여키로 했고, 고비처가 검찰에 해야 하는 각종 보고 의무도 면제함으로써 검찰 고유의 수사ㆍ기소권은 상당 부분 위축받게 됐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이날(6월 29일)의 결정은 잠정안”이라면서 “추후 당정협의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고, 열린우리당은 고비처에 기소권까지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고비처의 성격과 위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검찰 수사를 대변하는 중수부ㆍ특수부 등은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되고, 결국 검찰의 위상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6월 중순 “중수부 폐지는 지난 1년간의 (대선자금)수사에 불만을 품은 측이 검찰의 힘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며 “만일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면 제 목을 먼저 치겠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염려한 데서 나온 발언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 주장’에 대한 송 총장의 도발적인 반박은 노 대통령을 격노케 해 청와대와 검찰 간에 ‘제2 검란(檢亂)’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송 총장 발언이 있은 다음날(6월 1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송 총장을 향해 “해당 기관의 기관장이 공개적으로 과격한 표현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며 국가기강을 문란케 하는 것”이라면서 “법무부 장관은 관계부처의 책임자로서 검찰을 포함한 법무부 전체의 기강이 바로 서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라고 지시했다. 송 총장의 사퇴까지 점쳐졌던 검(檢)-청(靑)의 대립은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중재에 나서 송 총장이 사과하고 중수부를 유지하는 쪽으로 봉합됐지만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검-청의 대립은 노무현 정부의 출범 초,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2003년 3월 9일)에서 싹트기 시작해 대선자금 수사를 거치면서 적대적 관계로까지 악화됐다. 송광수 검찰총장 체제는 수사과정에서 정치권을 의식하지 않고 ‘원칙 수사’를 강조,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도 치명상을 입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의 사정 칼날에 베이면서 노 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커다란 타격을 받았고, 급기야 노 대통령은 ‘재신임’ 카드라는 비상수단을 강구하기까지 했다. 위기에 몰린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개편론’이 제기돼 이른바 ‘(1차)검란’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국민의 지지를 업은 검찰은 온전히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해소되지 않은 검-청의 대립은 기존 검찰의 틀을 위협하면서 4ㆍ15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凱岵貫怜?물玆틈? 하지만 대선 자금 수사 마무리와 총선, 탄핵 등으로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정치행사에 밀려 검찰인사는 5월 27일 단행됐다. 인사에서 송 총장의 입김은 중요 부분에서 배제됐고, 노 대통령과 동기인 사시17회와 부산출신 인사들이 대약진했으나 그 폭을 ‘검란’으로 부르기엔 못 미쳤다.

5ㆍ27 검찰 인사는 그러나 인적 쇄신보다 검찰의 고유 수사권을 약화시키는 등 제도 개혁에 비중을 둬 ‘검란’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온 송 총장 체제를 흔들고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힘을 실어줘 중수부 폐지 및 고비처 신설을 밀어붙일 태세라고 할 수 있다.


- 9월 전후 ‘검란’ 불거질 수도

검찰 주변에서는 고비처의 법적 성격과 위상이 최종 결정되는 9월을 전후해 ‘제3의 검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서울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고비처의 기소권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한 발 물러선 대신 열린우리당이 적극 추진하는 것은 청와대의 책임 회피 의도를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할 경우 ‘검찰 무력화’ 시비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여당을 앞세우고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초 정부가 부패방지위원회 상임위원겸 사무처장에 학계 인사 등 을 임명하던 종래 방식을 깨고 검찰내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인 김성호 대구지검장을 임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장기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김 사무처장이 경남 남해 출신으로 부산에서 고교를 나온 대표적인 PK(부산ㆍ경남)맨으로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송광수 총장은 6월25일 점심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발언’과 관련, ‘해프닝’ 논란이 있는 데 대해 “오해에 의한 해프닝이라고 하면 안된다. 해프닝이나 오해라면 얼마나 좋겠나. 그 이후의 상황이나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봐라”며 정치권내 논의와 강금실 장관의 발언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과 검찰은 현재 고비처의 성격과 위상을 놓고 양보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검-청 간의 ‘제3의 검란’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7-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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