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하다 벼랑끝 돌파구도 안 보인다노 대통령 탄핵 복귀 직후 50%에서 한달 만에 반토막우리당도 2위로, 20~30대 핵심 지지층 이탈 더욱 곤혹

여권 끝모를 지지율 추락
어…어…하다 벼랑끝 돌파구도 안 보인다
노 대통령 탄핵 복귀 직후 50%에서 한달 만에 반토막
우리당도 2위로, 20~30대 핵심 지지층 이탈 더욱 곤혹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6월 2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는 여권에 적신호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5.4%. 올해 들어 이 기관 조사이후 최저의 지지율로, 같은 달 8일 조사의 39.0%보다 무려 13.6%포인트가 급락했다. 또 탄핵에서 복귀했던 5월25일의 지지율(50.1%)과 비교하면 1개월만에 거의 반토막났다.

‘한길리서치’의 7월 3~4일 조사도 대동소이하다. ‘적극적 지지층’만을 반영한 5점 척도 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18.6%까지 하락했다.(소극적 지지를 포함한 4점 척도에선 34.9%) 대통령 직무 복귀 이후인 5월말 34.7%까지 올라갔던 지지율이 한달 만에 탄핵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보다 결정적인 대목은 모든 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도 동반하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2주전보다 4.8%포인트가 떨어진 27.6%였다. 충격적인 것은 2월 이래 정당 지지율에서 처음으로 한나라당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의 7월 1일 조사에서도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25.7%로, 25.9%의 한나라당에 밀려 2위로 떨어졌고, ‘한길리서치’의 7월 3~4일 조사에선 한나라당 29.5%, 열린우리당 27.1%로 집계돼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당장 여권 내부에서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최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 “대통령도 결코 유쾌하지 않다”고 노 대통령의 불편한 심정을 대변했다. 그는 “나도 귀가 있다. 또 예민한 사람이어서 국민의 반응 때문에 애가 탄다”고도 말했다.


- “국민 반응에 애가 탄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태영 제1부속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소리가 전해져 오는 것에 곤혹스러워 했다”고 대통령의 심기를 간접 전달했다.

신기남 의장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고 고백했다. 그는 “넙적다리 안쪽에 살이 붙는 순간 열린우리당은 존재할 의미가 없어진다. 파부침주(破釜沈舟 : 밥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결사의 각오로 싸움터에 나서는 굳은 결의)의 각오로 말고삐를 다시 잡고 개혁정치를 실천하자”고 독려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은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같은 일이 한 번 더 일어날 시 열린우리당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재보선 직후인 6월 초,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처음으로 지지율 경고메시지가 전해졌을 때 당의 핵심 관계자가 “한 정당의 지지율이 40%가 넘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합리적 조정과정이다”고 호기를 부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생리상 지지율이란 사안과 국면에 따라 요동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권이 최근의 지지율 하락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대단히 복합적이다. ‘한길리서치’는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의 교수 임용 로비, 장복심 의원의 전국구 금품로비 의혹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단기적 요인을 분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김선일씨의 피살사건과 파병 강행, 분양원가 공개 반대, 당-청간의 불협화음이나 개혁노선의 후퇴 등으로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 의총서 의원들이 천정배 원내대표의 보고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 같은 분석은 일회성 악재뿐만 아니라 여권이 추진 중인 중장기적 현안에 대해서도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선 이전 반대(52.7%)가 찬성(41.8%)보다 10.9%포인트나 높았다. 6월 중순 조사에서 찬성여론이 7.0%포인트 높게 나왔던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선 반대(49.2%)가 찬성(48.1%)보다 높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을 보였다. 이해찬 총리를 비롯한 참여정부 2기 내각구성에 대해서도 ‘잘 한 인사’(37.7%)보다 ‘잘못 한 인사(50.1%)라는 평가가 높았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에 여권에게 크게 불리한 중장기적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 일회성 악재에 현안 갈등까지 ‘첩첩’

여권에서는 지지율 반등책을 다각도로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게 곤혹스럽다.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분위기는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도 힘들 뿐더러 오히려 ‘박근혜 대북특사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수순에 착수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초강수를 둔 대목이 단적인 예다. 열린우리당도 노 대통령이 조선일보, 동아일보와의 전면전에 적극 가세, 이참에 언론개혁으로 논의의 물꼬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지만 여권이 조장하는 대결 구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한성대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바보’라고 해서 뽑아준 소위 ‘바보 국민’들이 있다. 원칙과 개혁을 존중하는 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방식으로는 절대 위기 극복이 안된다. 어려운 시점에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과반수 여당으로 만들어 준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같은 시기 YS, DJ정부 지지율의 절반이다. 이 상태에서 5%만 더 떨어져도 통치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핵심 지지층이 왜 떨어져 나가는지 위기의 원인 진단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입력시간 : 2004-07-15 14:49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