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최고위원 재선출로 2007년 대선궤도 본격 진입리더십 검증과 함께 당 환골탈태 시험대에 올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5107 프로젝트 본격 가동
대표 최고위원 재선출로 2007년 대선궤도 본격 진입
리더십 검증과 함께 당 환골탈태 시험대에 올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7월 19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대표최고위원에 재선출된 박근혜 당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제2기 박근혜체제’출범의 상징성을 ‘시작’이란 단어로 압축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우리 정치문화를 바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끌어가는 국민의 정당으로 태어날 것을 ‘시작’의 핵심 코드로 삼았다.

제 2기 박 대표 체제의 메시지는 종래 그가 피력했던 소신과 비전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향후 구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과 토대가 마련됐다는 차이가 있다. 박 대표의 정치 입문(1998년) 초기부터 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호성 보좌관은 “제1기 체제는 사실상 임시대표체제에 선거정국이었기 때문에 당 개혁과 비전 등은 ‘구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2기는 명실상부한 박 대표 체제로 구호에서 실천으로 옮겨가는 새 출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2기 박근혜 체제의 출범이 갖는 정치적 함의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2007년 차기 대선 궤도에 본격 들어섰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리더십을 검증받게 됐고, 한나라당은 환골탈태의 시험대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 2007년 51%득표 집권 시나리오

박 대표는 제1기 체제를 통해 당에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섰다. 4ㆍ15 총선서 침몰하는 한나라당호를 통해 구해낸 ‘박다르크’(박근혜+잔다르크)로, 6ㆍ5 재보선에선 ‘박풍(朴風, 박근혜 바람)’의 위력을 재확인시켜준 결과였다.

박 대표의 위상이 제고되고 당내 기반이 탄탄해짐에 따라 보스ㆍ계보정치를 거부하는 박 대표에게도 이른바 ‘친박(親朴)그룹’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개혁파 의원과 4ㆍ15 총선을 전후해 인연을 맺은 박세일ㆍ박형준 의원 등 정책 전문 집단, 김덕룡 원내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 이강두 최고위원 등 박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온 중진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2007년 집권을 향한 진군의 프로젝트도 구체적으로 다듬어졌다. 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로 집권한다는 시나리오인 ‘5107 프로젝트’ 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 발전 3개년 계획’이 그것이다. 친박 그룹 중 수도권 초선과 중진들이 당 개혁을 견인하고 대여 관계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면 정책 전문 집단은 집권을 위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하고 있는 양상이다.

박 대표는 3ㆍ23 전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 “한나라당의 중장기적 발전 비전을 총선 뒤 다시 치르게 될 전당대회를 통해 제시하겠다”고 공언한데 이어 총선 뒤 가진 몇 차례의 의원총회에서도 “2007년 대선까지 한나라당이 가야 할 길을 다음 전당대회를 통해 밝히겠다”며 ‘로드맵’을 강조한 바 있다.

1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의원들은 지도부의 당 운영과 대여관계를 성토했다.

앞서 언급한 ‘5107 프로젝트’나 ‘한나라당 발전 3개년 계획’ 은 그러한 ‘로드맵’의 구체적인 예다. 특히 집권을 위한 초석이 될 ‘한나라당 발전 3개년 계획’ 은 4ㆍ15 총선 때 박 대표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세일 의원(현 여의도연구소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윤여준 전 의원이 총괄 책임을 맡아 진행했고, 현재는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인 박형준ㆍ박재완 의원 등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실무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당 발전 3개년 계획이 집권 프로젝트와 연계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는 단계별로 정치화(精緻化)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 발전 3개년 계획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위한 것”이라며 박 대표 개인의 대권과 직결시키는 것을 경계했지만, 정가에서는 박 대표의 대권 프로젝트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정국지형도 박근혜 편

박세일ㆍ박형준 의원 등 ‘당 발전 3개년 계획’의 뼈대를 만든 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한나라당의 ‘대권 프로젝트’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 당 비전 정립, 2단계 정책정당 강화, 3단계 2007년 수권정당 구축 과정 등이다.

1단계 비전 정립은 종래 수구ㆍ부패 정당에서 ‘발전적 보수’‘실용주의’를 견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전제로 ‘뉴 한나라당’에 부합하는 비전 제시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당원 대표자 대회(5월 2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7월 2일) 등에서 일관되게 강조해온 ‘선진화’라는 키워드가 대표적인 예다. 세부적으로 △민생을 살리는 경제개혁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복지 개혁 △새로운 국제질서에 부응하는 외교안보개혁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교육개혁 등 4대 개혁과제이다.

2단계 정책정당 강화는 당 운영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정책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고, 외부와의 지식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등이 주요 포인트다. 여의도연구소에서 주로 정책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박재완 의원은 “당의 정책능력을 고도화하고 학습효과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외인사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당은 물론 원외의 정책능력을 제고하고 원내외 지식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나라당은 단기 정책은 당 정책위원회가, 중장기 정책은 여의도연구소가 주축이 돼 추진하되 전체적인 조율과 원내외 지식기반 강화 작업은 여의도연구소가 중심이 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은 “앞으로 15~20명의 연구원이 충원되면 연구소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여의도연구소의 비중을 가늠케 했다.

3단계 수권정당 구축은 1ㆍ2단계 과정을 구체화ㆍ세분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박형준 의원은 “마(摩)의 35% 지지율 벽을 돌파하는 게 관건”이라며“한나라당이 취약한 세대ㆍ계층ㆍ지역에 대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사이버(디지털)정당화, 서민과 중산층, 호남ㆍ충청권을 향한 구체적인 프로그램 마련 등이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2기 체제를 맞은 박 대표에게 대권가도와 정국지형은 일단 유리한 형국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7월3~4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도(29.5%)는 열린우리당 지지도(27.1%)를 앞질렀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의 7월1일 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25.9%의 지지도로 열린우리당 지지도 25.7% 를 앞섰다.

박 대표 개인적으로도 한국갤럽이 6월 16일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40가지’란 주제로 전국의 15세 이상 1,7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 여론조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뽑힌 것으로 비롯해 앞서 리서치앤리서치(R&R)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67.1%나 됐다. 박 대표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개설 4개월 만에 방문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박사모’ ‘사랑혜’ 등의 인터넷 팬클럽이 속속 등장해 그의 대중적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 박근혜 대표가 김덕룡 원내대표, 김형오 사무총장과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 이종철 기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박 대표를 유력한 대권 주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내 386출신 의원들 모임인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이끌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유연한 대북관과 호남 끌어안기를 보면서 ‘경쟁력 있는 대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한 사석에서 “6ㆍ15남북공동선언 4주년 토론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는 박 대표를 보며 ‘잘 하면 (대권후보가) 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당내 권력투쟁 등 넘어야할 산 많아

외견상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은 대권 고지를 향해 순항하는 듯하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내부에 암초가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외부 저항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부정적 유산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7월3~4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한ざ遮瑛?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을 앞섰지만 유권자의 다수를 이루는 20~30대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호남에서는 5%를 넘지 못했다. ‘박근혜 효과’도 전통적인 지지층을 결속하는 한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비주류와 영남보수파의 ‘반박(反朴)’ 행보는 박 대표 대권가도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자유포럼’을 발족한 영남 보수파 30여명과 비주류 3선 3인방(이재오ㆍ홍준표ㆍ김문수) 이 주축이 된 ‘국가발전략연구회’ 소속 36명 의원들이 ‘반박’ 세력의 핵심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워 일각에선 당내 권력투쟁이 격화할 경우 탈당ㆍ분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김덕룡 원내대표가 예결회 상임위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중진간담회장에서 ‘반박’그룹이 김 대표를 몰아세운 것이나 13일과 15일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잇달아 파상공세를 편 이면에는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반박’ 그룹의 시위라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박근혜 패러디’ 파문과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 논란에서 나타났듯 여권의 공세와 압박도 박 대표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다.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면 여권의 공세는 더욱 치밀하고 거세질 것은 자명하다.

박 대표에 대해선 “무시 못할 내공이 있다” “대중성과 리더십 등 대권주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다”는 등의 평가와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외에 무엇이 있나”등 엇갈린 평가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2기 체제의 닻을 올린 박 대표가 ‘고민과 희망’의 이중 협곡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3년여를 남긴 대권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박종진기자


입력시간 : 2004-07-21 13:37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