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 김덕룡계가 장악, 비주류측 "이너 서클 형성" 직격탄'대권 박근혜·당권 김덕룔'이 5107프로젝트 큰 줄기 시각

한나라당, DR이 쥐락펴락?
당·국회 김덕룡계가 장악, 비주류측 "이너 서클 형성" 직격탄
'대권 박근혜·당권 김덕룡'이 5107프로젝트 큰 줄기 시각


김덕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수혜자는 원희룡 최고위원과 DR(김덕룡 원내대표)이다”.

제2기 박근혜 대표체제를 출범시킨 한나라당 전당대회(7월19일)가 끝난 직후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이 목청을 높였다. 박근혜 대표최고위원과 함께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4명의 최고위원 중 40대의 원희룡ㆍ김영선 의원이 예상을 깨고 각각 2ㆍ3위로 최고위원이 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DR은 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더 요구하자 “당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주위를 살폈다. 그날 밤, 3선 의원과 일부 영남 의원들이 합석한 자리는 ‘DR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마디로 DR이 한나라당과 국회를 자기 사람들로 장악, ‘DR 독주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7ㆍ19 전대에서 원희룡ㆍ김영선 의원이 2ㆍ3위로 최고위원이 된 것도 DR계를 주축으로 한 이른바 주류ㆍ친박근혜파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 DR 독주에 당 안팎서 화살

당 일각, 특히 수도권 3선 그룹과 영남 중진 등 비주류측은 ‘DR이 원내 사령탑에 오른 것(5월20일)을 계기로 자파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의혹과 불만을 갖고 있다. 전당대회 직전인 7월13일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DR에 대해 직접 공세를 펴기도 했다.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서 영남 중진인 김용갑 의원은 “지금 당내엔 김덕룡계니 민주계니 경복고 동문이니 하는 ‘이너 서클’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얘기가 나도는 것 자체가 당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며 DR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또 “이회창 총재 때만 해도 의원들이 같이 간다는 동지의식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의식이 없다”며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이른바 DR계의 독주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DR은 “지금 당내에 무슨 이너 서클이 있느냐”며 진화에 부심했지만, 박근혜 당대표ㆍ김덕룡 원내대표를 둘러싼 당내 세력간 신경전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김용갑 의원을 비롯해 당내 비주류가 거론하는 당내 ‘이너 서클’은 민주계와 경복고 동문이 주축인 친DR계 의원들을 지칭한다. 실제 당 안팎에선 DR이 원내대표가 된 후 당직 인선과 상임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 수석 부대표에 임명된 남경필 의원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남 의원은 DR의 경복고 후배로 한나라당 소장개혁그룹을 대변하는 남ㆍ원ㆍ정 트리오(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의원)의 핵심이기도 하다. 정병국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민주계 출신이다. DR이 남 의원을 매개로 당내 소장파와 연대를 모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야당 몫의 8개 국회 상임위원장 가운데 DR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의원이 3자리를 차지한 것도 DR 작품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자원위원장인 맹형규 의원은 DR의 경복고 후배로 김용갑 의원과의 경쟁에서 DR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정경제위원장인 김무성 의원은 YS 시절 민정ㆍ사정비서관을 지낸 민주계 출신으로 박종근ㆍ임인배 의원과의 3파전이 예상됐으나 결국 DR 덕으로 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노동위원장인 이경재 의원 역시 YS 시절 공보수석을 지낸 민주계 출신. DR과는 오래 전부터 친교를 유지해온 사이다.

7ㆍ19 전대를 전후해 DR계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당내 세력간 긴장관계도 점증하고 있다. DR계가 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친박(親朴) 그룹의 중심에 서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비주류, 반박(反朴) 그룹의 대응이 강도를 높여가는 양상이다. 전대 전 DR이 마련한 중진간담회(7월12일)에서 비주류 중진들이 DR을 몰아세운 것이나 7월13, 15일의 의원총회에서 잇달아 지도부를 성토한 것은 당의 헤게모니 싸움을 넘어 2007년 대권을 향한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권레이스서 DR 스탠스에 주목

주목되는 것은 대권레이스에서 DR이 전개할 태도와 속내다. 먼저 DR이 박근혜 대표에 이은 2인자에 머물지 않고 대권까지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주류의 실질적 기반이 친DR계로 형성돼 있고, DR의 이력이 박 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차기 주자군에 밀리지 않는다는 배경에서다. DR이 호남 출신(전북 익산)으로 호남표와 당의 영남기반, 지역구인 서울, 민주계 적자라는 점 등 차기 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DR이 킹메이커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령, 지역적 한계, 박근혜 대표를 배제한 DR만의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근거로 DR이 직접 대권 주자로 나서기보다는 차선책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DR은 목표를 대권이 아닌 당권으로 설정할 수 있다. DR의 최측근으로 민추협 동지이기도 한 J씨는 “DR은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수권정당을 만드는데 전력하겠다는 각오이고 본인이 직접 대권에 도전하기보다는 누가 후보로 나서든 그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그 같은 가능성을 높여줬다.

DR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당권‘이라는 해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DR이 주류의 리더로 당내 기반을 강화하고 비주류ㆍ반박 그룹에 맞서 박 대표의 보호막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그러한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즉 2007년을 겨냥, ‘대권=박근혜, 당권=DR’이라는 구도를 조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의 행보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한나라당의 대권 프로그램인 ‘5107 프로젝트’(2007년 51% 득표로 집권한다는 내용)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호남 없이는 대권도 없다”며 DR이 호남표심을 얻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론분석가이자 소장 정치평론가인 K씨는 “DR이 외연을 확장한데는 박근혜 대표의 묵시적 동의, 또는 박 대표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최근 당내 파워게임은 박 대표와 DR 연합군이 차기 경쟁주자를 포함한 비주류, 안티 박근혜 세력의 도전을 차단하는 형태로 DR이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K씨는 DR의 정치적 스탠스와 관련, “당내 지형과 대선의 변화 추이를 볼 때 DR에게 당권 이상은 무리다”고 전망했다. DR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7-29 15:0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