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에게 '큰 틀 정치'건의, 한달 뒤 현실로 나타나김승규 카드는 송광수 검찰총장 겨냥한 다목적용

강 장관 자른 보이지않는 손 있나
노 대통령에게 '큰 틀 정치'건의, 한달 뒤 현실로 나타나
김승규 카드는 송광수 검찰총장 겨냥한 다목적용


김승규 신임법무장관과 강금실 전 장관이 정부중앙청사에서 업무 인수인계식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가을쯤 바뀔 줄 알았는데…”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전격 교체된 7월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A씨는 강 장관의 교체가 이르긴 하지만 예정된 수순이라고 평했다. 7월 초 노 대통령과 접촉한 A씨는 노 대통령의 2기 국정 운영과 관련해 강 전 장관의 교체가능성을 귀띔한 바 있다.

당시 A씨는 노 대통령에게 “사소한 정쟁거리는 아랫사람에게 맡기고 대통령이면 대통령답게 국가경영이라는 ‘큰 틀의 정치’를 하라”고 주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과 강 전 장관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A씨는 “강 전 장관의 역할과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검찰이 존경하는 수장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노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나 노 대통령은 강 전 장관을 교체하는 예상 밖의 개각을 단행했다. 반드시 A씨의 건의에 의한 것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한달로 채 안돼 강 장관이 교체됨으로써 A씨의 귀띔은 달라진 청와대의 인사스타일을 엿보게 한다. 특히 강 전 장관이 노무현 정부에서 ‘개혁’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교체는 많은 함의를 갖는다. 교체의 배경과 지향점은 노 정부의 국정 2기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 강 장관, 검찰통제 등 리더십에 한계

정찬용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은 법무부 장관 교체 배경에 대해 “강 전 장관이 그동안 검찰과의 관계 재정립이나 검찰 인사 쇄신 등 역할을 다한 것과 본인의 의사를 고려했다”며 “검찰 개혁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김(승규) 신임 장관이 이를 안착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개혁과 인사 쇄신을 위해 기용된 강 전 장관의 역할이 끝났기 때문에 새 장관으로 교체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 수석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의문이 남는다. 검찰과의 관계 재정립이나 검찰 인사 쇄신 부분에서 강 전 장관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검찰과의 관계 재정립은 아직 진행중이다. 최근까지도 강 전장관과 검찰간에는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강 전 장관의 리더십으로는 검찰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올해 초까지 계속된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라든지, 감찰권 이양, 한총련 수배해제 조치, 촛불집회 체포영장 사전보고 누락, 송두율 교수 처리 등에서 강 전 장관은 검찰과 갈등을 빚은 탓이다.

이 같은 갈등은 청와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고,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검중수부 폐지론에 공개 반발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질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강 전 장관의 리더십은 도마 위에 올랐고,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강 전 장관이 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여당의 방침에 대해 사실상 검찰편을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는가 하면, 대검 중수부 폐지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도 검찰쪽 손을 들었다. 여당쪽으로서는 강 전 장관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 검찰개혁·호남소외론 '두 토끼 잡기'

강 전 장관의 교체 배경은 후임 장관에 법무차관 출신의 김승규 변호사(사시 12회)가 임명된 데에도 함축돼 있다. 당초에는 대검차장을 지낸 김학재 변호사(사시 13회)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고ㆍ서울법대 후배인 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가 뒤에서 지원한다는 소문도 따랐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후임 장관에 오를 경우 사시 동기인 송광수 검찰총장이 반발해 물러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청와대?겨냥한 검찰의 집단 반발이 우려돼 사시 한 기수 선배인 김승규 변호사로 방향을 선회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김 신임 장관이 호남 출신(전남 광양)이란 점이 발탁에 적지 않은 요인이 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광주ㆍ전남 방문 하루 전 강 전 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호남출신 법무장관 기용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나 신임 국방장관에 부산상고 출신의 윤광웅 대통령 국방보좌관 기용을 발표하면서 법무장관 교체를 끼워넣기 한데서도 나타난다.

노 대통령이 코드가 맞는 강금실 전 장관에서 김승규 장관체제로 검찰의 변신을 시도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검찰 내부를 잘 알고, 검찰로부터 반발도 적은 김승규 장관을 내세워 검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4ㆍ15 총선후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호남소외론’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승규호가 과연 앞으로 순항을 계속하면서 검찰 개혁과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민까지 한번에 해결해줄지 관심이다.

::::: 박광태 광주시장 무죄 석방은 박범계의 힘? :::::

국회 산자위원장 시절 현대건설로부터 비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던 박광태 광주시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업무에 복귀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중수부 조사에서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 불구속 기소돼 올 3월25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3,000만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했고,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는 7월 26일 박 시장에 대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안팎에선 박 시장이 혐의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무죄 판결이 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2심 재판부터 박 시장의 변호인으로 참여한 박범계 변호사의 ‘힘’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판사 재직중 김민석 전 의원이 탈당해 정몽준 신당에 합류한 것에 분노해 법복을 벗고 노무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한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출범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박 변호사에 대한 세간의 ‘의혹’도 그의 이력에서 나온다.

박 변호사가 노 대통령측에 ‘박광태 시장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받고 있으며 만약 실제로 자살이라도 할 경우 박태영 전남도지사의 자살과 함께 호남 민심을 완전히 돌려버릴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게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7월 3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시장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신빙성’이 적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지 ‘정치적 영향’ 운운하는 것은 음해성 모략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하나, 박 시장 사건을 처음 수임한 변호사는 김승규 신임 법무장관이었다. 박 전 비서관과 김 법무장관이 박 시장의 변호를 맡았고, 본인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무죄 선고를 받았으니 의혹의 눈길이 ‘힘’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8-05 15:2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