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적 비판 서슴지 않겠다"

[인터뷰] 새정치수요모임 대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
"발전적 비판 서슴지 않겠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원모임은 단연 ‘새정치수요모임’(대표 정병국 의원)이다. 이 모임의 핵심인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트리오는 지난 3월 최병렬 대표체제를 무너뜨리고 박근혜 대표체제를 출범시킨 장본인이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초선의 박준형 의원(부산 수영) 역시 새정치수요모임 멤버로 박 대표체제 출범 전부터 숨은 브레인으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말 소장파 의원들의 ‘수요조찬공부모임’에서 출발한 ‘새정치수요모임’은 7월14일 공식으로 발족, ‘새정치실천강령’을 채택하고 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선봉이 될 것을 결의했다. 새정치수요모임은 박근혜 대표, 여의도연구소(소장 박세일 의원)와 함께 당의 삼각편대를 형성, ‘당의 개혁’을 추진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5107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에서는 비주류 3인방(이재오ㆍ김문수ㆍ홍준표 의원)이 주축인 ‘국가발전연구회’에 맞서 박근혜 대표를 지지ㆍ견제하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새정치수요모임 멤버는 원희룡 최고위원,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정병국 수요모임 대표를 비롯해 권오을(3선)ㆍ권영세(2선)ㆍ김기현ㆍ김명주ㆍ김양수ㆍ김희정ㆍ박승환ㆍ안홍준ㆍ유기준ㆍ이계경ㆍ이성권ㆍ이주호ㆍ정문헌ㆍ주호영ㆍ진수희ㆍ한선교 의원(이상 초선) 등이다.

▲ 연찬회는 재집권 충정 확인하는 계기

- 의원연찬회에서 갈등이 노정됐는데 연찬회의 소득이 있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연찬회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그동안 스펙트럼이 넓은 우리 한나라당에서 이견이 충분히 토론되고 실행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는데 2박3일의 연찬회 기간에 의견들이 수렴되고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다른 목적, 다른 방법으로 얘기를 했어도 한나라당을 위하고,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해야 한다는 ‘충정’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로 끝났는데.

봉합되지 않은 것은 당을 위하고 재집권을 위한 방법상의 차이일 뿐 목표는 이미 합의된 상태다. 과거처럼 이견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죽은 정당’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해 놓고 접근해 가는데 차이가 있는, 밖에서 보면 불협화음으로 비칠지 모르나 한나라당이 변화하려고 꿈틀대는 ‘살아 있는 정당’의 모습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 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일부 비주류 의원을 향해 강경하게 나간 것을 두고 박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는데.

박근혜 대표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지해온 측에서는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공격을 포용하지 못한 리더십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박 대표에게 야당 지도자로서 강한 리더십을 주문해온 측에서는 오히려 박 대표가 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번 연찬회에서 박 대표는 단호함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당 대표로서 개인 감정에 사로잡혔다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박 대표의 리더십이 계속 단련되고 검증을 받게 된다고 생각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 박근혜 대표가 유신 사과와 정수장학회 문제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연찬회서도 얘기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표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칩거하다 처음으로 MBC TV에서 인터뷰하는 것을 봤는데 그때 유신시대에 대해 사과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 때문에 자식이 정도 이상의 족쇄에 채워져 구속을 받는 것은 신 연좌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근혜 대표가 임기 만료된 후임 이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박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하고 나니까 여당이 문제를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수장학회는 박 대표 개인재산이 아니고 재단법인이니까 소위 공적기관이고 박 대표는 법적절차에 의해 이사장 취임해 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공격받는다고 해서 물러난다면 무언?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빨리 정리하면 좋겠지만 강요할 것은 아니고 박 대표가 현명하게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


- 유신 피해자인 이재오ㆍ김문수 의원은 "박근혜 대표는 유신잔당이 아닌 유신본당"이라며 유신시대의 '역할'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하는데 .

인식의 차이라고 본다. 청와대 부속실장을 5년간 해 영부인의 역할을 잘 아는데, 유신 당시 박근혜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박 대표가 유신 결정에 관여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 주류-비주류 갈등 양상을 박근혜-이명박-손학규 3인의 대선 대리전이란 시각이 있는데.

비약이다. 가장 강하게 말씀한 이재오 의원과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당을 위한 충정에서 하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지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대표가 이회창 총재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 박 대표 친위그룹 아니다

- 당 일각에선 박근혜 대표가 특정 계파와 그룹을 중심으로 당 운영을 한다고 비판하는데 새정치수요모임도 타깃이 되고 있다.

수요모임 멤버인 원희룡 의원이 최고위원이고, 남경필 의원이 원내수석대표여서 충분히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수요모임 젊은 의원들의 목소리가 대표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당론에도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내가 대표와의 모임을 주선하고 당에 수요모임의 의견을 전하자고 했다. 박근혜 대표가 수요모임의 논의를 바탕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요모임 멤버가 주요 당직을 맡고 소속 의원들의 이슈 파이팅이 다른 의원보다 강하니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수요모임은 다른 의원이나 그룹과 마찬가지로 당 공식기구를 통해 의사를 반영할 뿐이다.


-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새정치수요모임이 박근혜 대표의 친위그룹이란 인식이 적지 않다. 수요모임의 스텐스를 말한다면.

친위그룹이라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16대 때는 소장파 의원들의 ‘미래연대’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현재 수요모임 재선 이상이 그 멤버였다. 16대 초기에 미래연대는 당 지도부의 액세서리로 활용됐는데 시간이 지나 정치적 입지와 가치가 정립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당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총재의 당 지도체제를 바꾼 것이나 최병렬 대표체제에서 박근혜 대표체제로 전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수요모임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일관되게 추진해 왔고 박 대표체제가 옳은 길을 가면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비판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9-09 11:1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