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포스트 김정일' 논란고영희 사망으로 후계논란 증폭, 가계세습땐 권력투쟁 본격화 예상

북한판 '왕자의 난' 일어나나?
수면 위로 떠오른 '포스트 김정일' 논란
사망으로 후계논란 증폭, 가계세습땐 권력투쟁 본격화 예상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한 의 후계자는? 김 위원장의 부인 (51)씨 사망설로 불거진 후계자 논란이 증폭 일로에 있다. 최근 고씨의 사망이 사실로 확인되고 내년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에 권력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암 치료중 숨진 것으로 밝혀진 고씨가 김 위원장과 사실상 부부 관계를 맺어온 성혜림ㆍ김영숙과 달리,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그녀의 사망은 크든 작든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62세로 아직 건재한데다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들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륜이 부족해 당장 후계 논란에 휩싸이진 않겠지만 북한판 권력 투쟁의 단초는 열려 있는 셈이다.

김정일 후계논란의 핵심은 과연 후계 구도가 언제 가시화하느냐 하는 것과 아들이 대를 잇는 ‘가계 세습’이 재연될 것인가 여부다. 후계 구도 시점과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빠르면 올해안에, 또는 당창건 60주년,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 시작 10주년이 되는 내년을 전후해 늦어도 수년 내에 공식지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관측을 가능케 하는 근거는 후계 구도 진행의 여러 징후들, 예컨대 2002년 여름부터 진행된 개인 숭배 작업, 제 2인자인 매제 의 공개 활동 중단, 세대 교체의 급진전 등이다.반면 김정일 건재론, 집단지도체제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후계 구도가 조기에 가시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반박한다. 아직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막강한데다 북한이 경제ㆍ군사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에서다.


- 정남 보다는 정철·정운 중 한 명이 유력

고영희

후계구도의 양태, 즉 과거 김일성-김정일 세습과 같은 가계 세습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가능하다는 쪽은 김일성 주석이 만 62세때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세웠고 군부를 동원해 그의 어머니 김정숙 개인 숭배에 나서는 등 김 위원장과 세 아들을 둘러싼 역학 구도가 김일성 - 김정일 세습때와 유사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현재 김 위원장은 2002년 사망한 성혜림과의 사이에 정남(33), 와의 사이에 정찰(23),정운(21)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은 장남인데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를 나와 국제 정세에 밝고 당 보위부에 적을 두고 한때 군 지휘권을 장악해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특히 2001년 1월 김 위원장의 공식 중국 방문에 동행했을 때는 일종의 후계자 수업이라는 관측도 뒤따랐다. 그러나 4개월 후인 5월 일본에 위조 여권을 갖고 밀입국하려다 추방된 게 김 위원장의 눈밖에 나 결정적으로 권력 투쟁에서 낙마했다는 게 정설이다. 또 다른 시각은 의 일본행은 외국의 감시를 피해 북한(김정일)의 해외달러를 수령하기 위해 갔던 것으로 그 일로 이 낙마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모친인 성혜림의 북한 ‘국모’로서의 부적합성(남한 출신의 혼외여인), 언니 신혜랑의 유럽 도망, 조카 이한영의 한국 망명 등이 후계자가 될 수 없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의 사망으로 이 후계 구도에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 "수년내 후계구도 가시화" 관측

김정남

북한의 가계 세습 전력에 근거해 의 사망으로 정철ㆍ정운 형제 중에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7월2 5일 발표한 ‘김ㅐ?조선로동당 총비서의 후계문제’라는 정책보고서에서 김정철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았다. 정 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김일성 - 김정일 후계 과정을 반복한다면 김 위원장이 2004년에 후계자를 지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면서 “ 북한 체제의 특성상 후계자는 수령의 재임시에 아들 세대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기동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 성혜림( 모친)이 사망한 2002년을 시점으로 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시작됐다 사실은 최종 후계자 후보군이 정철ㆍ정운 두 사람으로 압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김정철이 당 조직지도부에서 제왕학을 수련중이고 당 간부들 사이에서 ‘총회장’으로 통하는 것을 볼 때 김정철이 후계자로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부의 한 고위 정보당국자는 “북한내에서 김정철은 예술적 재능이 김 위원장을 닮았으나 지도자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동생인 김정훈이 리더십을 갖추고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당과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샛별대장’으로 불리는 것을 중시, 그의 후계 가능성을 점쳤다. 또 김 위원장이 아들로의 권력이양과는 다른 형태의 체제변화를 모색하면서 이런 과정에서 세 아들이 핵심적 위치를 차지, 실질적 의미의 ‘승계’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세 아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저울질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최근에는 김 위원장 이후 가계 세습이 더 이상 어렵다고 보고 군부나 김 위원장 주변의 전문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가 권력을 승계, 집단 지도 체제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의 조직 경험과 치열한 권력 투쟁을 거쳐 현재의 자리에 섰지만, 세 아들은 그런 징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후계 구도 결정시 김 위원장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과 북한의 경제ㆍ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기준이 될텐데 선군정치가 우선되는 북한에서 군부가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집단으로 앞으로 북한의 후계 구도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매제 역할도 주요 변수

장성택

북한 고위층 인사와도 교류가 깊은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은 김정일과 군부의 ‘황금률적인 긴장과 협조’로 유지되는 곳으로 김정일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움직인다거나 군부가 김정일과 무관하게 북한을 좌지우지하지는 못 한다”며 “김정일 이후에도 그 황금률은 유지되고 군부와 김정일(또는 상징적 후계자)의 집단지도체제 형태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군부간의 황금률 조타수 역할을 김 위원장의 매제이자 북한의 제2인자인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쪽은 ‘매제’라는 관계로, 군쪽은 친형인 장성우 북한인민군 3군단장 차수를 매개로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때처럼 북한의 ‘황금률’을 이해하지 못하고 김정일에만 ‘올인’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9-09 11:2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