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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4대 법안' 전쟁 중
차라리 밀어붙여라?
날 세운 한나라당, 강행처리땐 '역풍'으로 재보선서 '유리' 계산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 의원들이 국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겠다”던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좌초되고 난 뒤의 후폭풍은 쉽게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이참에 여권의 핵심 과제인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기본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등 ‘4대 입법과제’에 대해서도 헌법 소원을 밀어 붙일 태세다. 정치권에선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헌재 정치’에 휘말려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공공연하다.

4대 법안의 핵심인 국가보안법의 경우, 열린우리당의 형법 내란죄 보완 방안은 북한의 지위를 준적국으로 규정함에 따라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과 배치된다는 게 한나라당 주장의 핵심이다.

또 사립학교개정법의 경우,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기구화 등의 방안이 법인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돼 헌법 제 37조에 어긋나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언론관계법은 열린우리당의 방안에 언론사주의 소유 지분과 언론사의 시장 점유율 제한 등의 규정이 담겨져 있어 사적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사기본법은 징역 벌금 조항이나 과태료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죄형법정주의와 형법상 불소급 조항에 배치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 한나라당, 4대 법안 위헌성 검토

한나라당은 율사출신 의원과 외부의 헌법학자들과 함께 4대 법안의 위헌성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표는 9월 2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듯한 4대 법안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 정권이 이를 강행한다면 대한민국을 지키는 결연한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대표 연설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재보선 지원 유세 등 외곽에선 “ 4대 법안 모두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수위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에 앞서 상대당 법안의 위헌성 검토 작업부터 추진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어서 역비판이 부담이다. 여야간 날선 대립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나라당이 소송의 주체로 나설 경우, 정략적으로 ‘ 헌재 정치’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 역풍’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하기에 위헌성 검토를 총괄하는 장윤석 의원은 “아직은 검토 단계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이 위헌 소송의 주체로 나설 것인지, 어느 시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 결정된 바 없다”라고 답했다.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저녁 긴급소집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참석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외곽의 보수 단체가 소송을 담당하고,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군불을 떼는 ‘ 암묵적 공조’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미 반핵반김국민협의회,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은 열린우리당의 법안에 반발해 위헌 소송에 착수할 방침을 공언했고,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 이석연 변호사도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당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무리수를 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열린우리당이 당초 스케줄대로 11월 내에 4대 입법을 ‘과반의 힘’으로 밀어 붙이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마저 엿보인다. 의석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보수 세력의 결집을 모아 내면, 자연히 보수 단체들의 위헌 소송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계산에서다.

여기에는 좀 더 ‘ 은밀한’ 속셈도 녹아 있는 듯하다. 일차적으로는 ‘ 4대 법안’의 줄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와 무관하게 최장 180일이 걸리는 헌재?심리 기간 동안 정치ㆍ사회적으로 불가피하게 진행될 혼란의 원인을 여권의 ‘섣부른 개혁’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심산이 깔려 있다는 것.

- 헌재 소송 땐 '승산' 점치기도

게다가 여당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금년 내에 헌법 소원이 이뤄지면, 헌재의 판결은 내년 4월을 전후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일정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 판결이 100일만에 나온 점에 비춰보면 선거 직전에 무더기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헌재 재판관들의 ‘ 보수성’에 비춰볼 때 여러모로 승산을 점칠만하다. 예컨대 헌재는 지난 8월 국가보안법에 대한 헌법 소원 사건에서 찬양고무죄에 대해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바람대로 이 시나리오가 맞아 떨어진다면 다음 수순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일단 20여곳으로 예상되는 재보선에서 여권은 큰 수세에 몰리게 된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지역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가뜩이나 수도이전 논란으로 점수를 잃은 마당에 ‘개혁 입법’ 좌초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여권으로서는 내세울 ‘거리’가 없어진다. 반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는 영남권에 몰려있어 재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곧 여권의 과반의석 유지의 실패를 의미한다. 개혁 드라이브는 사실상 독자적인 재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17대 국회 1년 만에 정국 주도권 상실은 물론, 정권 차원의 레임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하기에 열린우리당이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노림수’를 적극 경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 한나라당은 우리당의 ‘ 4대 입법 과제’ 추진을 정책이 아닌 전략 차원에서 바라 보고 있고, 이를 반드시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필살(必殺)의 기(氣)가 배어있다”고 분석했다.

이부영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4대 입법의 홍보전에 주력하는 한편, 송영길 의원 등이 헌재 재판관 전원이 국회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착수한 이유도 4대 입법의 헌재 행(行)을 염두에 두고 ‘ 기 싸움’, ‘ 여론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동기가 절대적이다.

결국 ‘ 4대 법안’ 위헌 논란의 이면에는 3년이나 남은 정권의 명운을 건 양당간의 건곤일척 승부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11-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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