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국참연, 당내 정치활동 선언하며 개혁당 그룹과 대립각

친노세력 "개혁파를 개혁하마"
노사모·국참연, 당내 정치활동 선언하며 개혁당 그룹과 대립각

개혁파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원웅(왼쪽), 유시민 의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국민연금 발언’으로 생긴 파장이 녹록지 않다.

“정책적 의미였다”는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내 재야파와 당권파 사이의 차기 당권 경쟁을 표면화시키면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왔다. 공교롭게 ‘김근태 쇼크’가 발생한 비슷한 시기, 재아파, 당권파와 함께 차기 구도의 삼각축을 형성하던 친노(親盧) 세력 내부에서 생긴 급격한 지각 변동과 맞물렸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과 ‘국민의 힘’ 등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연대(국참연)’가 본격적인 당내 정치 활동을 선언한 것이 계기다.

“10만 개혁네티즌들이여, 열린우리당을 접수하라”는 슬로건만으로 국참연 결성 목표에 대한 더 이상의 부연은 필요 없어 보인다. 이들은 올해 초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거리에서 재결집해 위기에 빠진 ‘노무현 일병’을 구해내는 등 변함없는 충성심을 발휘했음에도 ‘외곽 세력’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이들이기에 “우리당 접수”라는 일성이 갖는 의미에 당내 제세력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본격적인 당내 정치 활동을 선언한 배경은 국참연의 발기 제안문에 잘 나와 있다. “입만 열면 개혁을 소리높여 외치지만 실제로는 세 불리기와 당권 장악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이비 개혁파들에게 우리가 만든 이 소중한 당의 운명을 맡길 것이냐.”(이 대목은 사후에 삭제됨)

이들이 비판한 ‘사이비 개혁파’는 어느 세력을 겨냥한 것일까. 당의 보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라는 관측, 김근태 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재야파라는 관측이 분분했으나, 점차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 그룹이 주도하는 ‘참여정치연구회’라는 쪽으로 포커스가 모아졌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이 “참정연은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뛴 집단이다. 진짜 친노는 참정연밖에 없다”고 각을 세우면서 대립 관계는 더욱 선명해졌다.

• 차기대권·당권구도 요동
상황은 여기서부터 복잡해 졌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의기투합해 줄곧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개혁당 그룹과 노사모 그룹의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들 양대 친노세력이 어느 계파와 합종연횡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당권 구도, 나아가 대권 경쟁 구도 전반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간 참정연이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근태 장관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온 점에서 개혁당 그룹은 현재로서는 재야파와 친근해 보인다. 물론 지난 1월 전당 대회 때 이들은 당권파를 지원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총선 직후 노선 논쟁을 거치며 당권파의 ‘실용주의’ 독주에 등을 돌린 것도 사실이다. 개혁당 그룹의 ‘투톱’인 김원웅 의원이 최근 “1월 전대에선 당권파를 밀어 줬지만, 이번에는 정동영(통일부장관)이 다시 나와도 어림없다”고 비판한 대목에서 이 같은 기류는 확연하다.

노사모가 주최한 대선승리 1주년 기념행사에서 명계남씨와 얘기를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 / 손용석 기자

반면 국참연은 당권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 힘’ 대표를 지낸 바 있는 정청래 의원 외에도 정동영 장관과 가까운 김현미, 박영선 의원, 당권파가 주도하는 모임 ‘바른 정치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전병헌 의원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국참연 결성을 “당권파가 내년 전대를 앞두고 기층의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모와 손을 잡으려는 게 아니냐”고 바라보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개혁당 그룹이 현재 기간 당원 5만명 중 30% 남짓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11월말까지 전국 232개 시ㆍ군ㆍ구의 지역 당원 협의회의 준비 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당권파를 긴장시켜 왔다. 특히 지역 당원 협의회는 전원 당비를 내고 당 지도부 선출과 중앙위원, 대의원 선출에 참여하는 기간 당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선출된 대의원 1만5,000명의 손에 내년 전당 대회의 승패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당권파로서는 지난 1월 전대와 같은 개혁당 그룹의 지원 사격이 기대난망인 상황에서 국참연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대어를 낚는 셈이 된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 소속 회원이 1만7,000명에 달하고, 결속력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 김근태·정동영 대리전 양상
친노세력의 분화에 대한 이 같은 분석은 결국 재야파의 정점 김근태 장관과 당권파의 정점 정동영 장관의 대권 경쟁이라는 큰 흐름에 종속되는 것이다. 차기 당권의 향배가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4개월여 남은 전당대회까지는 도처에 변수가 널려 있어 현 구도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개혁당 그룹이 전당대회 독자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관건이다. 참정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유시민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없지않다. 따라서 이들이 최종적으로 재야파에 대한 비판적 지지냐, 독자 대응이냐, 혹은 병합 전술이냐 등 최종적으로 전대 전략을 어떻게 결론지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국참연도 노심(盧心)에 따라 행보가 좌우되는 속성상 당권파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해줄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또 다른 변수는 급속히 세를 불려가는 ‘안개모’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문희상ㆍ유인태ㆍ이광재 의원 등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 세력의 속내다. 안개모는 평당원 사이의 뿌리는 약하지만 종국에는 특정 세력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보여 참정연, 국참연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모든 계파에서 호응을 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도 중요한 관건으로 꼽힌다.

• 조기 레임덕 우려도
문 의원 등은 당내 파워 게임에 부담스러운 눈치이지만, 노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출마를 권유하는 주변의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연금 발언’, 친노 세력의 분화로 인해 촉발된 여당의 당권, 대권 경쟁이 자칫 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입력시간 : 2004-12-02 18:35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