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헤매는 지지율 반등카드, 집권후반기 친정체제 강화 포석도

권력의 핵 '빅4' 물갈이 급물살
바닥 헤매는 지지율 반등카드, 집권후반기 친정체제 강화 포석도

고영구 국정원장

지난 10월 중순 이후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등했던 연말 권력 기관 ‘빅4’(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교체설이 최근 여권에서 무성한 ‘국정 쇄신론’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마저 한나라당과 10% 가까이 격차가 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여권 안팎을 감돌고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빅4’모두 내년 봄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 2년째를 맞게 되는 현실적인 이유도 교체설의 배경이다.

앞서 10월 교체설은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판결에 따른 후폭풍, 국정 감사에 나타난 일부 기관의 반(反)여권적 행태, 11월 경찰 수뇌부 교체론 등이 직ㆍ간접적 배경이 됐지만, 최근의 ‘빅4’ 교체설은 노 대통령의 집권 3년차인 2005년의 국정 운영 기조와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초 국정 운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구상은 ‘개각’을 통해 분명히 나타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빅4’의 교체도 구체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청와대는 이미 개각 준비에 착수, 김우식 비서실장과 민정팀이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빅4’ 교체설에 따라 구체적인 하마평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출신인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11월 6일 “내년은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점으로, ‘빅4’는 대통령이 신임하는 인사로 배치해 강력하게 국정운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86세대인 한 초선 의원은 “내년 4월 재보선은 여당에게 고비(과반수 의석 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이고, 특히 ‘빅4’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기 때문에 그(재보선) 이전에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에 권진호 등 물망
‘빅4’ 중 은 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03년 4월 24일에 임명된 노무현 1기 핵심 멤버로 그 동안 여러 차례 ‘교체설’이 나돌았다. 노 대통령이 탄핵 후 대통령직에 복귀할 때인 지난 5월과 김선일씨 피랍 – 살해 사건 여파가 지속된 9월초가 대표적이다. 고 원장이 노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김선일씨 사건에서 나타났듯 외교 - 안보 라인에 문제가 있고 조직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교체 이유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럴 때마다 고 원장의 손을 들어 줬다. 그래서 최근 고 원장의 교체설과 관련, 이제 교체 시기가 됐다는 평가와 ‘과거사 규명위’를 무리 없이 출범시켜 노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관계로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으나 교체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교체시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1순위 후임으로 꼽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국회 정보위원장과 이상수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이름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최기문 경찰청장이 국정원 수뇌부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데, 제3자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 안보보좌관은 국정원장 교체설이 나올 ??마다 제1 후보로 거론된 인물로 국군 정보사령관과 국정원 1차장을 지내 정보 기관의 생리와 운영에 정통해 국정원장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문 정보위원장은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Ⅴ?국정원에서도 원장으로 오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유력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내년 3월 열린우리당 전당 대회에서 당 의장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진호 청와대국가안보보좌관

이 전 의원은 지난 10월 말 미 워싱턴 조지타운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기에 앞서 청와대서 노 대통령 부부와 식사를 한 이후 ‘중책 기용설’이 확산돼 차기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국정원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본인도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를 원해 오히려 차기 비서실장이 유력하다는 소문이다.

윤 국방장관과 최 경찰청장측은 “본인과 상관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의 경우, 고 원장 교체설과 함께 1, 2, 3차장이 전폭 교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2차장에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강철 열린우리당 국민참여본부장과 이상업 경찰대학장 기용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설’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검찰총장, "8인회서 배출"시각
송광수 검찰총장은 내년 4월이 임기 만료로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차기 총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송 총장이 사시 13회여서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조직상의 관례에 따른다면 송 총장과 지난 5월 갓 고검장에 진입한 17회 사이인 15ㆍ16기 ‘고참’ 고검장 6명이 총장 후보로 유력하다. 15기인 정진규 법무연수원장과 이정수 대검차장, 김종빈 서울고검장, 16기인 김상희 법무부차관, 서영제 대전고검장, 임래현 광주고검장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정권과 검찰과의 갈등에 비춰, 차기 총장은 확실한 ‘노무현 사람’이 기용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시절 가까이 지낸 ‘8인회’ 멤버인 정상명 대구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압축된 가운데 정 고검장이 유력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경찰청장, 허·이 2파전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최기문 경찰청장 후임에는 지난 10월까지 허준영 서울경찰청장, 이상업 경찰대학장,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등 3명이 유력했으나, 최근에는 이 경찰대학장이 청와대 경호실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가운데 허 서울청장과 이 해양청장의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경찰 주변에서는 경찰 수장으로서의 됨됨이나 능력면에서 허 청장이 차기 청장에 오르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여권내 호남 인사를 중심으로 경찰의 양대 요직인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을 모두 TK(대구ㆍ경북)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경찰의 수장까지 영남이 차지하는 것은 호남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설이 세를 얻고 있다.

특히 차기 검찰총장에 TK출신인 정상명 대구고검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허 청장이 경찰청장이 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청와대와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역 안배가 고려될 것이라는 견해, 노 대통령은 능력 과 신뢰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출신’은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국세청장, 최명해 국세심판원장 유력
이용섭 국세청장은 노무현 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 재임 기간 동안 기업의 접대비 한도 축소 등 일관적 개혁 정책을 견지한 덕에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나, 2년간 재임한 만큼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후임 청장으로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최명해 국세심판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08 23:1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