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근태·이해찬 트로이카 주춤, 고건·강금실 등에 주목

여권 대권후보, 제3의 얼굴 뜨나?
정동영·김근태·이해찬 트로이카 주춤, 고건·강금실 등에 주목

왼쪽 부터,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 정운찬 서울대총장,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차기 대권 후보군들이 자천 타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권의 후보군들은 기존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 최근 강한 카리스마까지 곁들이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것으로 오르내리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현직 각료 중심의 ‘트로이카’ 체제로 대권 후보 레이스를 계속 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대권 수업으로 인식돼 장관 입성을 희망까지 한 이들 선두 후보군은 지독한 검증기를 거쳐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재야파를 대표하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기금 운용 관련 발언 파문으로 대통령과 대립각을 자처해 진땀빼는 순간을 거쳤다. 김 장관은 “정권 재창출이 곧 참여 정부의 성공이라고 한다면,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대선 준비가 아니겠는가”라면서 연기금 수호 발언의 저의를 의심하는 일부의 비난을 적극 차단하고 있다.

당권파의 수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총선 때의 말 실수를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만 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정 장관은 차기 대권 거론 자체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 개혁성은 강하지만 야당과 마찰을 일으켰던 이해찬 국무총리도 같은 처지다. 정 장관은 대북 문제에, 이 총리는 국정 운영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가장 호감가는 대권주자 1위' 고건
이렇게 여권의 삼두마차가 외견상 소강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제 3의 후보군이 심심찮게 거명되고 있다. 이들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고건 전 국무총리로, 지난 5월 총리직 사퇴 이후 ‘정치 현장’에 등장하지 않는 데도 인기가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가장 호감이 가는 대권 주자’로 여야 정치권을 통털어 기존 대권 후보군을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고 전 총리는 ‘대권 후보’에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최근 민주당 유종필 홍보위원장을 합류시키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상이다. 전직 야당 의원은 “참여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고 전 총리에게 다가서게 된 것”이라면서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만큼 일시적인 현상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당에 기반도 없고 노선도 불명확해 적임자로 보기 어렵다”며 “특히 본인과 자제의 병역 의혹도 제기될 수 있어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나서면 인기 거품이 빠지게 될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또 여권 핵심에서 거론됐다가 잠잠해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각각 노무현 2기 내각을 대표하는 전문성을 가진 장관, 소신 발언을 한 국립대 총장이라는 점에서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는 사실이 주목됐지만 정치력을 검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더 이상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반면 지난 7월 법무부 장관직 퇴임 후 공식 활동을 자제해 온 강 전 장관의 거취는 여전히 주목되고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이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통령 특사로 선정된 것도 기폭제가 됐다. 강 전 장관은 WEF가 매년 선정하는 차세대 지도자에 선정된 바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강 전 장관은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아직 이렇다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은 참여 정부 1기 내각을 대표하는 개혁 성향의 장관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줬다”면서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서 의미 있는 일들을 하나 둘 재개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강 전 장관의 중요성이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후보 선정과정서 386그룹 역할론 부상
그러나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은 “대권 후보는 의외의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권 주자 후보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지역성 및 전문성에다 개혁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지만 실용주의적 색채가 대단히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리당이 차기 대권 후보를 정하는 데 있어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 최근 출소한 안희정 씨 등을 중심으로 한 386 그룹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여권의 대권 후보군을 정체성이 비슷한 야당의 후보군까지 크게 확대시켜 선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운동권 출신인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손지사 측은 “야권 대선 주자를 흠집 내려는 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386 그룹들은 노무현 1기 내각 때의 각료에서, 영남 지역의 학자 출신 정치인 중에서 리스트를 작성해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가설도 나오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중에는 고위직 관료 출신인 C, L씨 등과 전직 장관 출신의 Y, K, L씨 등 다양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전혀 생각이 없다”면서 거론 자체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당 전대 후 가시화 할 듯
이처럼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들이 언론에 조기에 노출되는 가운데, 내년 4월 우리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 대회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권 후보 선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당권이 곧 대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단 내년 당 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을 기점으로 유력한 대권 후보 주자들이 프리미엄을 업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1년여의 대권 레이스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던 ‘기적’을 되새기는 잠재 후보군들도 당권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노심(盧心)’을 얻기 위해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혀 의외의 인물이 대권 가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에는 노 대통령 측근과 참모 출신들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즉, 현재 거론되는 대권 후보군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주 거론되지 않던 인사가 낙점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 참여정치연구회의 한 관계자는 “당내 복잡한 역학 구도를 감안할 때, 당권 경쟁 등에서 나타날 다양한 계파간 연합 전선에서 가닥이 잡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입력시간 : 2004-12-16 16:57


서울신문 최진순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