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방향, 경제활성화·국민대통합 두 축에 무게중심

[2005정국기상도-열린우리당] 개혁이냐? 통합이냐?
국정운영 방향, 경제활성화·국민대통합 두 축에 무게중심

천정배 원내대표가 당 중앙위원회의에서 국회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흘러 나오는 2004년 소감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권 내 팽배한 위기감은 최근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대표, 당내 3선 이상의 중진 10여명이 참석한 기획자문회의에서 신년 탕평책으로 집약됐다.

이 자리에서 여권 중진들은 ‘2005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경제 올인’과 ‘뉴 데탕트(New Detente)’를 두 축으로 잡고,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개혁과 통합중 ‘통합’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포용적인 인사 정책, 대화 중심의 대야 관계, 대사면 등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병두 의원은 “2005년은 여권 입장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경제 활성화로 국정 지지도를 높여야 한다. 개혁도 ‘할 수 있는 개혁’,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개혁’으로 압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도 12월20일 ‘참여정부 정책평가와 전망 보고대회’에서 “참여정부는 그동안 정경유착, 권언유착, 권력기관의 권력남용 등 사회적 특권 구조 해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들과 새롭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언은 당·정이 추진한 정책과 방향에 대한 자성과 쇄신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전격 내정한 이후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신년 정치의 방향타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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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민주당 통합론 부상
이와 관련, 한 여권 인사는 “보수 인사인 홍 회장을 껴안은 것은 그를 통해 이념대결이 첨예한 남남갈등을 해소해보겠다는 일종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계산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여권 내부의 지나친 개혁지상주의를 배제하고 ‘뉴 라이트(New Right)’까지도 포용할 환경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과 민주당 통합론이 여권 내부에서 재부상하고 있다. 우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4월과 2월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권에서 ‘시기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결국 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 주고 ‘당대당’통합 형식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전망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역분열 양상에 대해 정치권이 풀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통합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당 내 일부 호남 지역 의원들도 “호남의 분열을 막는 것은 개혁의 완수를 ㎸漫?捉?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거듭 표명하고 우리당 의원들의 DJ 방문이 잦아진 것도 민주당 통합론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과 천정배 우리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 고영권 기자

이같은 통합 분위기가 정치 구도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라면, 민생경제의 회복과 계층·세대·지역별 갈등의 통합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은 국정 기조를 재정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 4·15 총선 승리,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등 가파른 정치대결의 국면을 특유의 정면돌파로 헤치면서, 집권 반환점을 눈앞에 둔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다 다른 차원의 정국 구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책임형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분권형 국정 운영의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자신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혁과 실용주의의 적절한 조화
하지만 국정운영에 변화보다는 ‘현장’ 위주의 노선이 뒷받침되는 선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홍 회장 기용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면서)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기조의 새삼스런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개혁과 통합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여권 내 인적 쇄신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는 신년 초 내각 및 청와대 개편에 대해 경제 실무형 위주의 ‘소폭’임을 내비치고 있어 기대 이상의 국정 변화를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청와대는 신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보궐선거엔 관심이 없다”면서 “4대 입법 처리 과정 등을 주시하는 등 개혁만이 살 길임을 재확인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총선 이후 경제, 외교 현안 등 실질적인 화두에만 천착해온 노 대통령 측근인 386 그룹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신년은 8.15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5주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동시에, 향후 여권의 대권 향배를 가늠하는 무대인 전당대회까지 빼곡히 정치일정도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386 세대 의원들에게 실질적인 역할이 부여돼도 가능한 때인 것 같다”면서 “신년에 남북 문제 등에서 중용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개혁이냐 통합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민생경제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될 것이고 여기에 새로운 인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입력시간 : 2004-12-30 10:24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