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카터의 '행복한 시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새해에도 10월 1일까지는 80세다. 카터 전 대통령은 순(旬), 갑(甲)년(10년)마다 큰 일을 해 냈다. 그의 6갑 해인 1984년엔 부인 로잘린과 함께 에베레스트, 킬리만자로에 올랐다. 칠순을 맞은 1994년 당시 카터는 부인과 함께 수령 김일성 부부와 대동강 96㎞를 7시간 동안이나 요트를 타고 오르내렸다. 자칭 ‘계곡의 날치 낚시꾼’인 카터 부처(夫妻)는 수령의 대동강변 날치 낚시 얘기도 들었다.

8갑이 된 카터는 2004년 11월 ‘행복한 시간을 나누며’를 냈다. 그가 1981년 1월 백악관을 나온 뒤 19번째의 회고록으로, 수상(隨想)을 담겨져 있다.

그는 회고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카터는 프레지던트라고 부름)은 우리 뱃길의 훌륭한 가이더였다. 우리가 관심을 보이는 사항들에 그는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언제 타작을 하고 언제 곡물을 저장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강변의 공원, 학교, 보트 대여소, 다리, 선착장 등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다. 그는 과거 50년 동안 이곳을 다스려 온, 명백한 독재자임에 틀림 없었다.”

“그는 나라의 모든 결정권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는 태도였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경제ㆍ사회적 침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부부가 날치 낚시광임을 알고 이 낚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해방이 되어 고국에 돌아와 동북 지방을 방문했는데, 주민들이 송어를 ‘일본 고기’라며 약을 뿌려 잡아 올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 고기는 세기 초에 이곳에 왔던 어느 미국 광산 전문가가 미국에서 가져 온 것’이라고. 김일성은 그 ‘미국 고기’를 보호하는 시책을 폈다. ‘편한 때에 다른 날치 낚시꾼과 함께 오시구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날치 낚시 대회를 여는 것을 도와 주시오’라고 한 걸 보면.”

카터는 이 방문을 통해 1994년 제네바 합의의 기초를 마련해 북 핵연료봉을 동결시켰다. 또 남북 정상이 만나겠다는 김일성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 후 카터가 8갑이 되기까지 10년 세월. 수령 김일성 사후 10년이 흘렀지만 북의 핵 문제는 7순의 카터가 방북한 당신의 긴장상태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카터는 9순을 향해가는 새해에는 나름의 꿈이 있다. 희망이 있다. “비록 클린턴 이후의 정부가 94년의 합의를 일부 변경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군사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장차 북한을 다시 방문해 평화 협정을 협상하고, 대동강에서 ‘미국 송어’를 채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낙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카터는 백악관의 재임, 그 전후의 세월 20여년 속에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정치학 교수, 미국 역사가, 국제 협상가, 등산가, 날치 낚시꾼, 벌목 공,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면서 하나의 신념을 얻었다 한다. “나이 들수록, 많은 경험과 업적을 쌓을수록 사람들은 혼자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느끼고 행동한다. 그러나 모든 곤란은 나의 가족, 아내, 친구들, 그리고 내 세대와 그 후대들과 대화하며 행동하고 ‘행복한 시간을 나눌 때’ 해결된다.”

그는 2남 1녀의 자녀, 11명의 손자 손녀, 등산, 낚시의 동료며 국제 협상의 동반자인 부인 로잘린 등의 가족 속에 파묻혀 ‘8순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은 카터의 백악관 후의 생(生)을 이렇게 요약했다. “포드가 대통령을 그만두 고 골프에 전념한 것과는 달리,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느라 망치질을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부적합하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정직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인에게 설교한 것을 지킨 사람이다.”

엄대용 목사(필라델피아 마켓 스퀘어 장로교회)는 평했다. “그는 빈민을 위한 집 짓기 운동인 ‘해비태트’의 봉사자로 미국 전역과 전세계를 찾아 다니며 일한다. 고향에서 토요일이면 부인 로잘린과 같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청소한다. ‘대통령 시절 못지않게 지금의 봉사가 더 보람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올해 10월 81세가 되고 , 2015년 9순이 되기까지 한반도에서 평화 협정이 이뤄지면서 통일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또 부인과 함께 ‘송어’, 날치 낚시가 이뤄질 것으로도 믿고 있다.

제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버지 ‘수령’과 미국인으로는 가장 길게 이야기 한 사람인 카터가 쓴 19번째 수상집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에게 카터를 비공식 혹은 공식으로 초청하겠다는 서신을 보내 그를 날치 낚시에 초대하길 바란다.

또 노무현 대통령도 6자회담이나 한미, 북과의 관계가 뒤틀린 때에는 카터와 ‘행복한 시간’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1년 카터 전 대통령이 못질 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 함께 갈 수 있도록 초대하면 된다. 9순을 향해 가는 카터의 ‘행복한 시간’이 올해부터 한반에도 불었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5-01-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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