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사실상의 정치참여, 여권 역학구도에 최대 변수
우리당 당권, 국참연에 물어봐?! '노사모' 사실상의 정치참여, 여권 역학구도에 최대 변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연대(국참연)가 16일 창립 대회를 갖고 열린우리당의 당권 경쟁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포터즈 역할을 맡았던 노사모가 사실상 정치참여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특히 친노 전위 부대격인 국참연이 현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함에 따라 여권의 역학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참연의 현실 정치참여 이날 대회에서 국참연은 ‘권력을 국민에게, 정당을 당원에게!’라는 슬로건 하에 “참여정부의 성공은 참여로만 담보될 수 있다”며 회원 모두가 당 중앙위원, 당원협의회장, 대의원 등 당내 선출직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명계남 의장은 “당을 손가락질하고 비판하고 ‘이러니까 탈당하겠다’ 식의 자세가 이 정부와 당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참여정부에 대한 무한 책임의 자세로 국민 속에서, 당 안에서 열심히 뛰겠다는 것이 오늘 모인 사람들의 근본적인 취지다”고 설명했다. 명 의장 자신도 4월로 예정된 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경선에 참여하는 문제를 고심중이다. 명 의장은 이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차원에서 내부에서 지도부 경선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영향력 얼마나 될까 실제로 최근 홍재형 원내대표 권한대행의 지역구인 청주지역의 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서 홍 원내대표측을 제치고 국참련 인사가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높은 참여성향과 응집력으로 볼 때 국참연이 전당대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명계남 의장이 5명의 중앙상임위원을 뽑는 지도부 경선에 나설 경우에도 최고 득표자에 해당하는 당의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상임중앙위원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국참련이 20, 30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연령대별, 읍면동별, 성별로 일정 비율을 선출하는 대의원 선거에선 폭 넓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계파 이합집산 본격화 이 같은 국참연의 등장이 기존 당내 역학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역의원 31명이 가입한 것도 일단 ‘발로 뛰는 기간당원’들의 영향력을 의식한 탓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청래 의원은 “국참연이 가져올 영향력, 파괴력을 보고 의원들이 참여하게 됐다고 본다”며 “예전에는 국회의원들이 계파를 만들고 당원들을 줄 세우는 문화였지만, 이제는 당원에게 줄을 서는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바람직한 것이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굳이 계파로 하자면 우리는 ‘당원파’ 의원 모임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국참연에 참여한 의원들이 그동안 당권파와 친노 직계로 분류된 의원들이란 점이다. 국참연, 친노 직계 의원, 당권파 등 세 그룹이 전략적 연대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세 그룹이 향후 당권 구도의 방향과 관련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참여정부의 성공 여부가 달린 올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계파 색이 엷은 친노 직계 그룹이 당권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국참연이나 친노 직계 의원들의 속내다.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당권파로서도 조기 대권 경쟁이 달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하부 기층 조직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당권파로서는 향후 대권 경쟁 시 노사모라는 자발적 정치조직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여러모로 서로 손발이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당권파에서 국참연과 제휴하기 위해 그동안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국참연은 친노 직계로 분류되면서 기간 당원 중심의 정당 개혁이란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참정연과는 확연하게 분화한 모습이다. 노사모와 개혁당이란 각기 다른 토양을 가진 국참연과 참정연은 한 때 연대체 구상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면서 각기 다른 길로 갈라섰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사모와 개혁당은 같은 개혁 성향에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점에서 비슷한 듯 하지만, 정치 스타일과 행태 등이 서로 맞지 않아 그동안 뿌리 깊은 반목이 있었다”고 전했다. 두 단체를 대표하는 명계남씨와 유시민 의원도 ‘동반자적 관계’에서 ‘정치적 경쟁자’로 변모한 것이다.
노사모의 정치참여 논란, 노선 갈등 소지도 이와 함께 국참연에 참여한 평당원들과 의원들간의 이질성이 커 동상이몽식 결합이란 지적도 나온다. 평당원들은 개혁성을 중시하는 반면, 참여 의원들은 실용주의 노선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등 개혁입법 처리를 놓고서도 내부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올 국정기조를 경제활성화와 국민통합에 두면서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평당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노선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입력시간 : 2005-01-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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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