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의원 상당수 의원직 상실 위기, 과반 붕괴 살얼음판

여당, 재보선 심판에 떤다
우리당 의원 상당수 의원직 상실 위기, 과반 붕괴 살얼음판

정세균 신임원내대표와 임채정 의장, 원혜영 신임정책위의장(왼쪽부터) 우리당 지도부는 재보선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원내 과반 의석인 150석이 곧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해 있다. 우리당 의원들 상당수가 재판정에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곧 의원직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당 안팎에서는 “사법부가 여당에 대해서만 매서운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며 볼멘 소리가 나오는 등 ‘재판 공포’론이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 이후 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은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기석(경기 의정부을)ㆍ김맹곤(경남 김해갑)ㆍ복기왕(충남 아산)ㆍ오시덕(충남 공주·연기)ㆍ이철우(경기 포천) 의원 등 모두 9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오는 4월 30일 치러지는 재보선 참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거 공포’의 위협도 만연해 있다.

여권 "재보선에 올인해야"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여대야소의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재보선에 ‘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재보선 확정 지역구는 열린우리당 이상락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한 곳 뿐이지만,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6곳도 재선거 대상 지역으로 꼽힌다.

우선 일찌감치 재보선이 확정된 경기 성남 중원은 열린우리당에선 조성준 전 의원과 정소앙 씨가, 한나라당에선 지난 총선에 나섰던 신상진(대한의협회장 출신) 씨,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인 이윤희 씨, 민주당에선 김태식 전 의원과 장전형 대변인, 민주노동당은 정형주 씨, 무소속 양동기 씨 등 6명이 '예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과거 민주당 지지도가 높았던 곳으로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 향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명도 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조성준ㆍ김태식 전 의원의 공천 여부와 비교적 높은 득표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신상진씨와 정형주씨의 재기도 주목 대상이다.

경기 부천 원미갑의 경우 재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인사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신철영 전 경실련 사무총장, 김경협 전 부천노총 의장, 이평수 수석부대변인, 원종섭 전 제일제당 사장, 이재옥 전 도의원(세무사), 김정기 전 부천시 약사회장 등이 자천 타천으로 지역 정가에 오르 내리고 있다.

또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통일부 정동영 장관과 청와대 김만수 부대변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흥미롭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지난번 낙선했던 임해규 씨를 비롯 정수천 전 경기도 의원 등 지역 인사와 조명구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4선의 안동선 전 의원과 추미애ㆍ김경재ㆍ함승희 의원 등 거물급이 오르내린다. 여권 후보의 난립과 한나라당 예비 주자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 방비석 전 부천시장 권한 대행(부시장)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26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새해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목표 실현을 위한 희망 2005 선포식에서 대형 걸개 그림을 제막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 행정 수도 이전 무산 과정에서 여야간 입장 차이가 표심의 향배를 가늠할 것으로 보이는 충남 공주ㆍ연기와 아산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더 좁아진 한나라당의 도전과 자민련 바람의 부활이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고광성 충남도당위원장은 “우리당을 지지하는 것만이 행정 수도 이전에 관한 충청민의 의지를 다시 촉구하는 것”이라며 재보선 기세를 다잡고 있다.

공주ㆍ연기의 경우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춘배 행정수도대책 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박수현 전 국회 입법보좌관, 이병령 ?유성구청장, 이희원 열린우리당 의장 정무특보, 김현식 전 아리랑TV 대외협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상일 씨, 자민련에선 지난 총선에서 패한 정진석 전 의원이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아산 지역에선 한국게임산업연합회 서용석 정책자문위원과 중앙선관위 임좌순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나와 석패한 건양대 이명수 부총장의 재출마 여부 및 최종 당 선택이 변수로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진구 17대 총선 출마자가 재출마 입장을 밝히는 정도.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우리당 신계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의 경우 한나라당에선 최병렬 전 대표, 홍사덕 전 총무, 17대 총선 출마자 최수영씨, 장다사로 당 조직국장이, 민주당에선 조순형 전 대표 등이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중간평가 의미, 야권 총공세에 부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에 대해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의미를 갖는 부분이 있어 야권의 총공세 속에서 치러야 하는 만큼 부담스럽다”면서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재보선이 예상되는 충청권과 수도권 지역은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해 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한 중진 의원은 “2월 임시국회, 4월 우리당 전당대회 등 재보선을 앞두고 기아자동차 인사청탁설, 인분 가혹 행위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과반 붕괴 이후에 대비한 방책이 절실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민주당 김효석 의원ㆍ추미애 전 의원 등에 대한 입각제의설이 제기되면서 정국에 심상찮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권이 과반 붕괴에 대비해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눈두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선거법상 오는 3월 31일 전까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해당 의원들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으면 재보선이 치러진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입력시간 : 2005-02-01 16:13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