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구당권·재야파에 참정연 가세로 계파간 대립각 첨예화

열린우리당, -문희상 '전대' 대격돌
친노·구당권·재야파에 참정연 가세로 계파간 대립각 첨예화

김혁규

열린우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구 당권파인 정세균 의원이 무혈입성(1월 24일)하면서 차기 당권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4월 전대에서 구성될 차기 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2007년 대선 지형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당권을 향한 각 계파의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연대(국참연)가 1월 16일 출범함으로써 4월 전선은 더욱 불투명하고 대립각은 첨예화되는 양상이다.

우리당의 당권 전쟁은 친노(親盧)그룹, 구당권파, 재야파 등 3대 중심 세력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참정연이 등장하면서 각 계파를 대표할 당 의장 후보가 내부 전략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친노 그룹, 지지세력 갈리며 갈등 양상
친노그룹은 이른바 ‘직계 그룹’에서 의원이 지난 해 하반기부터 당 의장을 겨냥해 발빠른 행군을 해 왔고 문희상 의원은 최근 전대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개혁당 출신의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는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고, 국참연은 명계남 의장이 출마를 놓고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권을 향한 친노 그룹의 내부 속사정은 복잡하다. 직계 중 중진 시니어 그룹이 문희상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386 참모 출신들은 의원을 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양측은 1월 중순 원내대표 선출을 앞 두고 ‘문희상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험악한 상황까지 연출했다. 이광재ㆍ서갑원 의원 등 친노 386핵심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의정연구센터측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1월 14일 문 의원에게 원내대표 경선 참여를 요청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의정연구센터 회원들이 중국을 방문한 계기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 뜻과는 관계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명했고, 문 의원 지지세력이 친노 386 의원들을 성토하면서 양측간에 골이 패였다.

의정연구센터측은 문 의원을 비롯한 구당권파가 정세균 의원을 원내대표에 무혈입성시키고 당권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문 의원 지지파는 “의정연구센터 멤버들이 (문 의원에게)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한 것은 모임의 고문인 ㆍ강봉균 의원을 각각 당 의장, 정책위의장으로 밀기 위한 책략”이라고 비판, 4월 전대에서 양측이 ‘마이 웨이(my way)식 행보’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노 그룹의 또 다른 전선은 참정연과 국참연의 대립이다. 지난해 11월 국참연이 출범하면서 개혁당 그룹을 가리켜 “당권에 눈이 먼 사이비 개혁파”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 데 대해 참정연이 개혁의 ‘적자론’을 들고 나와 일합을 겨룬 바 있는 양측은 최근 무시 못 할 기간 당원을 바탕으로 4월 전대에서 ‘확실한 힘’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월 전대에 나서는 양측의 방식과 속내는 사뭇 다르다.

참정연 쪽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두관 전 장관과 개혁당 대표를 지낸 김원웅 의원이 “당이 개혁적인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며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지만, 개혁당 그룹에선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유시민 의원의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단일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누가 최종적 후보로 나설 지는 미지수다. 유기홍 의원은 “2월에 당원들과 이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당원들의 뜻에 따라 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장관도 “2월 중에 500명의 이사가 결의하는 자리가 있는데 조직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해 상당수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시민 의원이 참정연 단일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국참연은 1월 말 현재 당 의장 후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명계남 의장이 “참여 정부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차원에서 내부에서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고 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정도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명 씨의 출마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오히려 당내 여타 세력과 연대, 당권 창출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참연 대변인인 정청래 의원은 “전당 대회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원 1만5,000 명 중 5,000 명 확보가 목표”라며 “그렇게 되면 1인 2표제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독자적인 힘으로 지도부 구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국참연의 목표가 당권 창출에 있음을 시사했다.

구당권파·국참연 문희상 지지 예상
정가에서는 국참연에 참여한 31명 의원들의 면모를 볼 때 김현미ㆍ전병헌ㆍ채수찬 의원 등 친정동영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최근 참여를 선언했던 의원이 탈퇴한 것에 주목, 국참연의 배후에 구당권파 세력이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구당권파의 핵심 의원이 문 의원을 만나 당권 도전을 독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참연과 구당권파가 문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ㆍ신ㆍ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으로 상징되는 구당권파는 현실적으로 3인의 출마가 어렵다고 판단, 당권 창출에 근접한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해 왔으나 최근 신기남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차기 대선을 고려해 후보를 내지 않고 친노 그룹과 연대한다는 입장인 반면 신 의원은 “흔들리고 있는 당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분열된 당을 다시 단합시키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며 기간 당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지지율도 예상외로 높게 나와 “출마하면 의장 당선도 유력하다”는 얘기도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정 장관측 재선 의원은 “신 의원이 나설 경우 계파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며 “신 의원의 출마는 ‘개인 문제’”라고 못박아 구당권파의 분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야파, 참정연과 연대 모색
재야파는 원내 세력 기반인 국민정치연구회의 이사장으로 있는 4선의 장영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장 의원이 원내대표인 정세균 의원과 같은 전북 출신이어서 의장으로는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지난해 1월 전당 대회에서 장 의원이 재야파 대표로 지도부 경선에 나섰지만 6위로 낙선한 경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참정연과의 연대를 추진, 장 의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친노 그룹의 염동연 의원이 광주 - 전남권을 대표해 지도부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의장보다는 상임중앙위원 진입이 목표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인 2표제’를 감안할 때 염 의원이 호남표를 기반으로 상임위원 진출도 점쳐지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 2005-02-01 16:2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